법 제정 위한 청원운동본부 출범, 방법론은 여전히 숙제

▲ 교육·시민단체들이 5일 국회 앞에서 (가칭)등록금부담완화와 대학혁신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청원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학 재정난을 해소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안정적 재정확보를 골자로 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나섰다.

대학 교수와 교직원, 학생 단체들은 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가칭) 등록금부담완화와 대학혁신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청원운동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5일 현재 참여단체는 △공영형사립대학추진위원회 △대학노동조합정책연대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12개다.

참여단체 중에는 대학노조정책연대가 눈에 띈다. 민주노총 산하인 대학노조와 중립적 성격을 띠는 대학노조정책연대가 처음으로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학노조정책연대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사립대노조연맹(사립대연맹)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지금은 상급노조가 아닌 중립적 연대체로 운영 중이다. 사립대연맹은 이날 참석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나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등 총장 협의체에서 주로 주장해왔다. 일부 교수단체나 노조에서 간헐적으로 교부금법을 언급하긴 했지만 교부금법만을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 절망적 수준의 재정 악화, 구성원도 위기감 = 별도의 청원운동본부를 조직할 정도로 대학 구성원들이 교부금법 제정에 팔 걷고 나선 이유는 그만큼 대학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이 지난 10년간 이어지고 학령인구 감소로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대학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교육부와 대교협이 발표한 2018년 대학정보공시를 보면 등록금 장사로 돈을 쌓아둔다고 비판받던 사립대 적립금마저 3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비해 장학금과 연구비 등은 해마다 증가해 곳간을 털어 구멍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해외 선진국과의 격차도 눈에 띈다. 2016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9323달러로 OECD 평균인 1만5772달러의 약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정부부담 비율은 32.5%에 불과해 OECD 평균인 70.5%의 반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이 유독 낮은 이유로 법제화 미비가 꼽힌다. 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예산을 배정받는 데 비해 고등교육은 관련 법이 없어 해마다 예산을 재편성해야 하는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실제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을 보면 내국세 증가에 의해 유초중등 분야 예산은 약 6조원 늘었으나 고등교육은 455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대학 평가를 통해 폐교 중심 시장논리에만 매몰된 상태다. 재정 확충 없이 무리한 구조조정만 강제하다 보니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 학문 기반이 무너지고 교수와 직원의 해고 및 비정규직화, 대학 간 격차 심화 등 교육 환경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사법 통과를 두고 대학과 전선을 벌여왔던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책임의 칼날을 정부와 국회에 돌린 것도 이러한 이유다.

청원운동본부 측은 “단순히 대학 정원조정을 넘어 공공성 강화와 고등교육의 올바른 개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국가 책무성 강화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4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에 들어간 한국비정규교수노조(사진 = 구무서 기자)

■ 외연 확대 긍정적, 방법론이 핵심 = 총장 위주 협의체에서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전 구성원이 모두 교부금법 제정을 위해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방법론은 과제로 남았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3가지로, 2016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017년 윤소하 정의당 의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여기에 청원운동본부 측이 “우리가 갖고 있는 안도 있다”고 말해 추가 발의 가능성도 남겨뒀다.

어떻게 법안을 통과시킬지도 미지수다. 이미 총장들이 국회의원을 만나면서 의견 개진은 여러 차례 했고 사총협에서는 교수, 직원, 학생, 일반시민 등 5만여 명의 서명까지 받아 전달했으나 상황이 진전되진 않았다.

일단 청원운동본부는 국회 앞 농성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외 방법론에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백선기 대학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회의를 거쳐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교협을 비롯한 다른 협의회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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