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내용, 발의 성격 다양한 해석 나와…교수협의회와 노조간 정체성 확립도 과제

▲ 전국교수노조 정문(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서 교수들의 ‘노조할 권리’가 살아났다. 그러나 법안 발의부터 교수 노조의 성격을 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전국교수노동조합이 노조 설립 대상에서 대학교수를 제외한 교원노조법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는 헌법에는 어긋나지만 법을 바로 고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 일정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이다. 헌법재판소가 2020년 3월 31일까지 시간을 줘 이 전까지 법을 바꿔야 한다.

전국교수노조는 지난 2005년과 2015년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지만 반려됐다. 교원노조법에 의한 교원의 성격이 초·중등교원으로 한정돼있어 대학 교수는 노조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 판결로 교수도 노조할 권리가 보장됐다.

4일 전국교수노조에 따르면 헌재 판결 이후 가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어제(3일)부터 각 학교 단위로 대학별 지회를 만들겠다며 가입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단체들의 모체 격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도 현재 판결 이후 즉각 지지 성명을 내며 힘을 실었다.

교수 노조의 법제화에는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법안 발의와 법의 성격이다. 법안 발의는 통상 국회의원을 통한 의원발의가 일반적이지만 정부발의도 가능하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의원발의로 가면 또 정쟁에 휘말리고 주고받기식으로 처리가 안 될 우려도 있다”며 “정당을 떠나 행정적으로 문제를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발의가 좋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현행법과 대학현장과의 괴리도 문제다. 현행 교원노조법에 고등교육법상 교원을 추가하면 폴리텍이나 백석예술대학, 농수산대학 등 고등교육법에 해당하지 않는 대학의 교수들은 노조 가입을 할 수 없다. 또, 현행 교원노조법은 정치활동 보장에 제약이 있는데 정치를 포함해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 전국교수노조는 교원노조법률대응팀을 만들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교수노조와 교수협의회 간 역할의 재규정도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대학별로 존재하는 교수협의회가 노조의 역할을 하게 될지, 별도의 노조와 교수협의회가 공존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헌법재판소 선고 요지문을 보면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대학 측을 상대로 교섭할 권한이 없고 교수협의회의 역할은 해당 학교의 문제에 국한돼 교육부 혹은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근무조건의 통일성 등에 관해 교섭할 수도 없다”고 나와 있다.

각 협의회와 단체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은 “교수협의회가 교수노조의 성격을 띤 단체로 바뀔지 아니면 새로운 교수노조가 생길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헌재의 판결은 교수협의회라고 불리는 각 대학 협의체가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고 그런 단체가 실질적 노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의 기능 통합에 힘을 싣는 뉘앙스다.

반면 홍성학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교수협의회가 노조의 성격을 갖지 않아서 아마도 노조의 성격을 갖게 된다면 구태여 협의회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보다는 개별대학별로 문의가 오고 있어서 그 쪽에서 새롭게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와의 통합보다는 개별 대학의 교수노조를 만들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이형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상임회장은 “곧 국교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교수의 단결권이 대학 운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명하고 발전적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홍 위원장은 “그동안은 갑과 을이 대화를 할 채널이 없었는데 이제 채널을 갖고 대화를 하다보면 대학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투명하게 대학 발전을 논의하고 소통해야 한다. 교섭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준 이사장도 “노조를 하려는 건 대학 재정 운영이 투명한지, 그 재정 운영이 우리의 이해관계인 급여처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학교 전체의 재정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라며 “교수들이 재정 여건에 상관없이 무조건 돈 달라고 떠들지 않는다. 노조를 자꾸 임금협상 측면으로만 몰고 가는 건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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