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한 실험을 소개하겠다. 두 마리의 원숭이에게 같은 일을 시키고 다른 보상을 줬다. 한 마리에게는 당근을, 다른 한 마리에게는 포도를 줬다. 포도는 당근보다 선호도가 높은 음식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근을 받은 원숭이는 당근을 집어던지며 분노했다. 재밌는 점은 두 마리에게 당근을 줬을 때는 잘 먹었다는 점이다. 고등동물은 ‘불공정한 대우’를 못 견딘다는 것이 이 실험의 메시지다.

이 실험 속 장면은 교육 현장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대학교수와 강사는 같은 대학 내에서 학생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구를 수행한다. 그러나 교수는 정규직이고, 강사는 비정규직이라서 받는 월급의 격차는 크다. 강사들은 “우리와 교수의 처우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업무를 함에도 불공정한 처우를 받는 사실에 분노해 7년 전 한 조선대 시간강사는 자살을 택했다. 이후 부랴부랴 강사법이 만들어졌으나, 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4차례나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오랜 시간 끝에 지난 3일, 대학과 강사대표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 협의회가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담은 강사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강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근심 어린 표정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개선안 발표 다음 날 국회 정문 앞에서 “강사법 개선안 국회 통과와 예산 배정을 촉구한다”며 농성에 돌입했다. 약 3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획재정부가 강사법 개선안 관련 추가 예산 600억원을 전액 삭감해서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사립대 인건비까지 지원할 수 없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바람직한 것인지, 올바른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권, 공정, 사회적 책무 등의 가치에서 정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전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재원 부담을 당사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강사법은 국가의 책무, 특히 헌법상의 교육권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필수적인 대응책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제 정부는 답해야 한다. 예산 삭감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믿음을 고수할 것인지, 사회적 책무를 위해 교육현장의 공정함을 이루려고 노력할 것인지 말이다. 이번에도 외면한다면 프란스 드 발의 실험은 대학 현장에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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