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다. 때 맞춰 20대 하반기 국회도 개원됐다. 그런데 사학운영자와 대학구성원들이 학교에 있지 않고 국회로 달려왔다. 지난 5일 오세정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본지가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학교육발전을 위한 대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같은 날 대학 교수와 교직원, 학생 단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가칭) 등록금부담완화와 대학혁신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청원운동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교육현장에서 서로 대척점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법인과 노조의 대표들이 사학재정지원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로 온 것이다. 2학기 개학을 맞이해 한창 바쁠 시기인데 국회로 몰려온 것은 사학의 재정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립대학은 기본적으로 대학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학운영자인 법인의 전입금과 정부의 재정지원 그리고 기부금수입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생 수 감소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사립대학의 재정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장학금 등으로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이 증가됐으나 대학운영에 필요한 지원액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됐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사학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학이건 공학이건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등교육재정 자체가 적어 고등교육기관들이 만성적인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사학 스스로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도가 없다. 사학이 일관되게 주장하듯이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적 기능인 교육을 사학이 대신 맡아 수행하고 있으니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여기에서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나마 고등교육재정 지원을 대폭 확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016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9323달러로 OECD 평균인 1만5772달러의 약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정부부담 비율은 32.5%에 불과해 OECD 평균인 70.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도 교육예산 확보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필요한 수준의 고등교육예산 확보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2019년도 교육부 예산안은 전체 75조2025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68조2322억원보다 10.2%인 6조9730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증가액 중 대부분은 시도교육청에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6조2024억원이다. 고등교육 예산 증액분은 4550억원에 그쳤다.

초ㆍ중등교육예산이 대폭 확보되고 고등교육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확보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교부금법 때문이다. 초ㆍ중등교육예산은 지방재정교부금법으로 비율에 따라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반면에 고등교육 예산은 사업별 예산으로 임의성을 갖고 있어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에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초ㆍ중등교육예산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기관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방법으로서 내국세 총액의 일정률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인 고등교육예산교부금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학을 외면한 교육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외치는 사학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 사학 재정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있다. 적어도 교육의 공공성과 정부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정부라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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