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역음 《ICT 클러스터의 혁신과 진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5년부터 조성된 판교테크노밸리에는 NHN,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굴지의 ICT 기업들이 입주해 거대한 혁신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ICT 분야의 혁신 측면에서는 일부 지역에 혁신 활동이 집중되어 지리적 국지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ICT 클러스터의 혁신과 진화_판교에서 오울루까지》는 11명의 사회과학자들이 세계 각지의 선도적인 ICT 클러스터들의 발생과 진화 과정을 분석한다. 한국,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 각국을 대표하는 ICT 클러스터의 발전 경로를 추적하고, 각 클러스터의 혁신 동력을 파헤친다

지식경제시대의 도래와 함께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는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갖추어지면 입지 조건이 까다롭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ICT 관련 기업과 사람들은 일정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혁신 활동을 전개하는 지리적 집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혁신 활동이 지리적으로 집중되는 이유를 정보·지식·상품의 창조적 ‘결합’에서 찾는다. 또한 정보·지식·상품이 단순히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결합’되기 위해서는 ‘암묵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암묵지는 인터넷과 같은 전자적 매개체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이되므로,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즉 뛰어난 인재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잦아질수록 혁신의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고 하며 이 네트워크 효과를 제고하는 수단이 바로 혁신 클러스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한국의 테헤란밸리와 판교테크노밸리는 혁신의 요람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ICT 클러스터다. 이 책은 세계 각각의 클러스터가 저마다 독특한 진화 과정을 거치며 고유의 특성을 지닌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1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네이버가 기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부단한 혁신 노력과 기업가적 활동을 펼친 것이 ICT 분야에서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강조한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엮었다. 한림대 정보기술과 문화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출판한 총서다. (한울아카데미 / 3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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