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외 지음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북쪽에는 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고 우수 인재가 모이는지 궁금해 한다. 왠지 그들의 생활은 밤낮없이 바쁠 것 같고 4차 산업혁명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의 저자 5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4차 산업혁명을 잘 모르고 자주 휴가를 쓴다. 높은 직위를 갖지 않고도 제 의견을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으며 갓 졸업한 엔지니어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다.

한 저자는 실리콘밸리에 입사하기 전 면접관으로부터 “Are you really really happy?"라는 질문을 받는다. 회사에 우중충한 분위기를 가져다주는 사람인지 아닌지 시험해보려 엉뚱한 질문을 한 것인데 고민끝에 저자는 ”회사를 사랑하며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입사한 후 저자는 깨달았다. 면접관이 물어본 건 회사를 향한 충성심이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직원의 진짜 행복을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퍼붓는다. 이 점이 한국기업과 다른 하나다.

한편 실리콘밸리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을 통칭하는 4차 산업혁명과 기술에 큰 관심이 없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페이스북은 아주 평범한 웹사이트일 뿐이다. 기술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건 무엇일까? 저자는 그 답을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과 ‘분명한 미션’이라고 말한다.

우버, 에어비엔비를 통해 사람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신기한 기술을 더 발전시켜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제품을 더 편하게 더 혁신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은 제품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서만 기능할 뿐이다.

제품의 발전이 가능해진 것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미션이 분명하기 때문에 있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우버,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던 에어비엔비,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려 했던 페이스북. 이들 모두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제품을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환경이 형성된 것엔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와 직원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보상 그리고 모든 직원이 함께하는 정보 공유 시스템에 있다고 한다. 즉 직원의 복지와 업무 환경과 같은 기본이 일반 기업 특히 한국 기업과 달라 혁신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아마도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이 책을 읽고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책에서 실리콘밸리의 성공 배경을 말해도 야근과 박봉, 위계질서가 가득한 회의실이 옳다고 굳건히 믿거나 한국은 한국만의 문화가 있다고 고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소개된 실리콘밸리처럼 한국 기업을 그려 나가는 기업이 있다면 분명 한국도 한 뼘더 성장할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는 2017년 2월 실리콘밸리 기업의 혁신과 장단점,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그리기 위해 5명이 모여 기획한 프로젝트다. 저자들은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올렸고 1년 뒤 프로젝트를 마감하며 책을 출간했다. (스마트북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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