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오 광운대 대외국제처 홍보팀 팀장

▲ 천성오 광운대 대외국제처 홍보팀 팀장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홍보 담당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 중 하나가 ‘경청(傾聽)’이다. 오디언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광운대에서 근무하는 천성오 대외국제처 홍보팀 팀장도 학교를 홍보하는 담당자이기에 늘 경청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 그런데 가끔 경청하는 대상이 달라질 때가 있다. 타깃 대상이 ‘음악’일 경우가 그렇다.   

천성오 팀장의 남다른 음악 사랑은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강산이 4번 바뀐 세월이지만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천 팀장이 근무하는 책상 옆에 놓여있는 오디오 세트와 수북이 쌓여 있는 CD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2월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오디오 세트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근무 시간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것이다.  

천 팀장의 이 같은 ‘음악 마니아’ 기질은 중학교에 입학한 시절부터 시작됐다. 시기적으로 보면 1970~1980년대. 당시 한국에서는 디스코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비지스(Bee Gees), 도나 서머(Donna Summer), 둘리스(Dooleys) 등과 같은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해 세계적으로 디스코 열풍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그때 당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게 라디오밖에 없었어요. 제가 즐겨듣던 라디오 코너가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와 지금은 고인이 된 DJ 박원웅의 ‘별이 빛나는 밤에’였죠.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팝송의 노래 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들을 공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후 반복해 듣곤 했어요.”     

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다만 좋아하는 장르가 디스코에서 로큰롤로 바뀌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시절에 로큰롤을 듣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일종의 감정의 해방구가 된 셈이죠. 이전에 디스코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색달랐어요. 특히 영국 록밴드 퀸(Queen)이 들려주는 음악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했어요.” 이 대목에서 천 팀장은 퀸이 부른 명곡들을 술술 얘기했다.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s, We Will Rock You, Radio Ga Ga….“로큰롤에 대한 사랑은 꽤 오래 지속된 것 같아요. 군대 가기 전까지 로큰롤에 빠져있다가 복학해서 음악 취향이 달라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회생활 초반까지 국내 대중가요를 즐겨 들었어요.” 

현재 천 팀장이 빠져있는 음악 장르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퇴근하는데 비가 와서 레코드 가게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다가 우연히 접한 클래식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그날 바하(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가를 접했는데 지금까지도 가장 즐겨듣는 음악 중 하나예요. 첼로라는 악기가 이렇게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악기 하나에서 나는 소리가 오케스트라보다 더 멋진 화음을 낼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곧바로 CD를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음반, 음향 기기 구매 등 음악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웬만한 중형차 한 대 가격을 웃돈다고 천 팀장은 말한다. 사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서툴다. 대학생 때 노래패를 한 게 전부다. 대신 뮤지션과 작곡가, 음악사와 스토리, 음반과 음향장비 등에 대해서는 음악 평론가 급의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얘기 나누면서 교류하는 시간도 여러 번 가졌다. “물론 근무 시간에 음악을 듣거나 하는 것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음악 소리가 집중력을 방해할 수도 있잖아요. 공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들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개인별 특성이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존중하면서 조심하려고 하죠.”   

이와 같이 다양성의 가치를 고민하는 만큼 학교 교육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학마다 교양교육과 관련된 교과목을 개설하는데 음악을 체계적으로 듣고 향유할 수 있는 교양과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문화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고, 감동까지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음악은 인류가 쌓아온 엄청난 자산이자 문화의 축전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홍보인 아니랄까봐 학교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천 팀장은 “작년 정식 출범한 클래식 음악 동아리 ‘다카포’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우리 학교를 빛낼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천 팀장에게 음악은 영원히 함께 가야 할 친구 같은 존재다. 퇴직 이후의 삶도 음악과 함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퇴직하게 되면 택시운전사로 제2의 삶을 꿈꾸고 있어요. 여러 직업이 존재하겠지만 택시운전사는 승객들과 어깨를 맞닿을 정도로 가장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죠. 한 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음악들 듣고 이들에게 잠시나마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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