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현 (사)한국창업교육협의회 사무국장

‘고용참사’ ‘신규취업자 10만 명 붕괴’ 우리 사회의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 위주 교육을 실시해온 대학에서 창업 ·창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 교육에 집중돼있는 현행 대학교육에서 창업·창직 교육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등(직업)교육 차원에서의 '창업·창직·창의·창작 (일명 4創)'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창업·창직 교육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상상력(想像力)과 창의력(創意力)이 미래 경쟁력이다
②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상생의 시대
③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창업교육
④창직이 미래다, 해외사례로 본 창직교육의 방향
⑤해외사례를 통해 본 창의인재양성 탐구
⑥트렌드와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 방탄소년단의 군비확장을 위해
⑦로테크와 하이콘셉트를 위한 전문대학의 융합교육
⑧대학창업교육과 지역경제 연계방안
⑨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창업교육 방향과 전략
⑩전문대학 창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2018년 현재 우리는 하이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술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요즘 유행어로엄 청난 ‘노오력’을 하고 있다.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기술기반의 콘텐츠에 둘러싸여 있으며, 모든 교육과정은 미래 기술에 대한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 이후 기술의 발전은 항상 우리의 생활보다 앞서 진행돼왔고, 실제 인간을 넘어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우리의 생활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변화와 비즈니스 영역이 하이테크 주도로 이뤄져 왔는가를 살펴보면 꼭 기술의 발전과 ‘동시적’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존 키건이라는 전쟁사학자는 전쟁에서 기술변화가 승패에 절대적이라는 이론에 대한 반론으로 일본의 사무라이 사례를 들고 있다. 임진왜란 때 조총을 쏘던 일본군은 이후 300여 년이 지나 미군이 일본으로 들어와 개항하는 시기에 미군과 칼로 맞서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동양의 주요 국가들이 비슷하다. 중국은 화약이라는 당시의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약무기의 발전은 대단히 제약적이었고, 우리나라 역시 임진왜란 이후 비슷한 현상이 이어졌다. 이러한 이유를 키건은 문화적 배경에서 찾고 있다. 당시 계급사회와 엘리트 계층의 선발과정, 부의 분배 등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의 근본은 바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가장 쉽고 강력한 진실에 기초한다.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을 가진 중국은 하이콘셉트의 개념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전쟁을 통해 총의 위력을 알고 있던 조선과 일본은 300년 동안 칼로 회귀했던 역사적 사실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이콘셉트의 개념은 2006년 다니엘 핑크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아이디어 창출과 실현능력을 강조했다.

아이폰의 실제 관련 기술들은 이미 1980~1990년대에 개발된 기술들이 대부분이 이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출현은 실제 이동통신 시장만 바꾼 것이 아닌, 전화기·컴퓨터·자동차 등의 기존 하이테크 기반의 기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앱스토어라는 이전의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장은 현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금 더 사례를 확대해보자. <포브스> 발표 2018년 상반기 세계 부자 순위를 보면 1980년대 이후로 가장 자주, 오래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를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넘어섰다.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하이테크 기업이라 불리는 기업이다.

그러나 실제 최근의 세계 부자 순위의 창업가를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최근까지 2위를 차지한 사람은 스페인에서 창업을 한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2018년 상반기 4위를 차지한 ‘루이비통’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이웃나라 일본은 최근 2016년까지 부자 1위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유니클로’의 회장 ‘야나이 다다시’가 2017년에도 2위로 기록되고 있다. 2018년 1월 타계한 세계부자 10위권안 있던 이케아의 ‘잉바르 캄프라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로테크 기업이라는 것이다. 1990년에 의류 사업을 놓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레드오션이라고 말을 했다. 또 가구 사업은 이미 성장이 둔화되는 성숙기에 들어간 사업으로 이해됐다. 위에서 언급한 기업의 성장은 바로 그 같은 시기에 세계적으로 이뤄졌고, 현재에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강력한 기업으로 국내 기업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이미 많은 로테크 기업들이 산업에서 하이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영역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산업, 일자리 그리고 교육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위의 문제 제기를 기초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전문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전문 기능 육성이 중심이 돼왔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잘 수행하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것에 집중해온 것이다. 그러나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융합되고 있다.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새로운 하이콘셉트를 제시하고 시판된 이후 10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했다. 이러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전문대학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이콘셉트 개념의 융합교육이 필요하다. 4년제 대학이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하이테크 중심의 기술교육 중심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전문대학은 시장 친화적인 아이디어 위주의 교육과 실행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존의 자격증 위주의 교육이 아닌 경험과 지식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평생교육 시대다. 전문대학교육 기간에 필요한 것은 단기간의 암기식 교육이나 기능 훈련 위주의 일자리 교육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해법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더 강화돼야 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전문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이 함께 다음과 같은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기능 중심의 교육 방식에서 하이콘셉트 중심 교육으로 전환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다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면 배는 스스로 만들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디어는 강의 교재로 또는 시험을 본다고 만들 수 없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체험과 알고 있는 지식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기존의 고등학교 교육방식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강의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 단순 기능연마 교육을 벗어나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기능교육이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 아닌 기능교육을 기초로 기능 교육을 위한 자격 위주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변화하고 있는 신사업 아이템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으로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트렌드를 텍스트 위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실제 학생들이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식의 액션러닝 기반의 수업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할 수 있는 융합교과의 신설이 필요하다. 한 산업 분야의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노동자를 키워내는 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당면 과제가 돼가고 있다. 산업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교과목의 융합적인 운영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으나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구글의 동시 통역기가 나오면 외국어 교육 방식은 기존의 단어와 문법의 암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스마트 환경이 적용되는 교육 방식 개발이 불가피하다. 또 유튜브를 보고 역사와 인문학을 보는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면 기존의 텍스트 중심의 교육 방식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 전공은 산업의 융합에 기초해 이를 융합할 수 있는 교육까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의 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과목 신설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전공의 변화, 직업의 변화, 산업의 변화 등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의 신설이 필요하다. 변화에 초점을 맞춰 자신이 배우는 지식의 재구조화와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과목의 개발 및 신설이 필요하다. 단순히 특강 위주의 취업이나 창업 성공 사례를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고력 중심의 과목을 신설해 전문대학교 학생들의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스스로 체득하고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대한 대학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고민을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도전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만큼 많은 도전을 해야 하는 곳이 있을까? 정답을 찾는 교육을 벗어나 창의력과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행동할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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