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지음 《자존감 공부》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자존감’이란 대체 무엇일까? 자존감 주변에는 자존심, 자신감, 자부심 등 어감이 비슷한 여러 단어들이 있다. 자존감은 이런 단어들과 무엇이 다를까? 바로 비교할 대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자존감 외 단어들의 속뜻에 나 아닌 다른 누구 또는 무엇이라는 대상이 전제돼 있다면, 자존감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즉 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어라는 의미다.

이 책은 ‘자존감’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장자》의 우화들을 가지런히 분류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장자》의 우화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고 기발한 비유를 통해 마음의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자아를 당당히 표출하도록 독려하고 응원한다. 요즘으로 치면 심리학책인 셈이다. 그리고 《장자》 우화의 상당수가 자존감이라는 주제와 겹친다.

단순히 고전 읽기의 틀이 아닌 원문을 최대한 쉽게 해석하고 그 이야기들을 우리 삶에 비춰봄으로써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를 찾고, ‘나를 가장 나답게 하고, 당당히 세상에 출사표를 던질 힘’ 즉 자존감을 얻게 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장자》 에 담긴 비유의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이 2500년 전의 그들이 아닌 지금의 우리임을 깨닫게 된다. 조삼모사의 우화에서 도토리 반 개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원숭이들의 모습이, 엄청난 빅 사이즈를 뽐내며 헛심을 쓰다 결국 작은 비둘기의 놀림감이 되는 대붕의 모습이 눈앞의 이익을, 진짜 내 모습과 내 것이 아닌 욕심과 허상을 쫓다 결국 자존감이 바닥을 쳐버린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장자》 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일이심투(日以心鬪)’라 한다.

이는 ‘날마다 내 마음과 싸운다’라는 뜻으로, 우리는 매일 같이 비교와 경쟁으로 갈등하고, 번뇌하고, 망설이는 내 자신의 마음과 싸우고 있다. 이렇게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삶에서는 ‘자존감’이 버텨낼 방법이 없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장자 식 자존감 공부의 핵심은 ‘저 사람은 나보다 돈이 많다’, ‘저 사람은 나보다 아는 것이 많다’와 같이 경제적 능력, 신분, 지식 등 ‘모든 상대적인 기준에서 자유로워지라’는 것이다.

저자 박영규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임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대우교수를 역임했으며 중부대와 건양대에서 정치학과 인문학을 가르쳤다.

대학 총장 재직 시절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준비하면서 고전의 매력에 푹 빠져 본격적인 인문학자의 길로 나섰다. (아틀라스북스/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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