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이 온 몸을 파고드는 겨울. 유난히도 변덕스러운 겨울의 기온차를 이겨내기에 두툼한 겨울옷으로는 한계가 있다. 2004년 한해를 정리하는 12월, 2005년을 맞이하는 새해까지 우리의 문화계에는 마음 속 빈자리까지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영화 미야자키 감독의 마법에 걸리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신석기 블루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돌아 왔다. 지난 3년간 관객의 시야에서 두문불출했던 미야자키 감독이 3년간의 준비 끝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제 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수상(기술 공헌상)의 영예를 안았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지난달 일본에서 개봉돼 이틀동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을 웃도는 1백10만 관객, 흥행수입 15억엔을 돌파하며 신화를 예고했다. ‘반지의 제왕’ 톨킨의 수제자인 판타지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제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서 보여온 기발한 상상력에 ‘해리 포터’의 마법과 ‘반지의 제왕’의 판타지를 결합시켰다. 여기에 마법을 즐겁게 사고팔며 인간과 마법사의 유쾌한 공존을 보여주고 전쟁의 판타지 스펙터클을 시처럼 아름답게 엮어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관객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 유례없는 ‘러브 스토리’라는 점. 그 동안의 작품에서는 남녀의 애정은 풋풋한 감정에서 끝을 맺어 오로지 관객의 상상에 맡겨온 부분이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90세 할머니가 된 소피와 마법사 하울 사이의 미묘한 교감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솜씨 좋게 반전과 미스테리가 가득한 스토리들을 엮어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미야자키 감독이 선사하는 따뜻한 감동에 마음껏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얼짱 몸짱 전성시대, 애절복통 추남별곡 ‘신석기 블루스’
‘I LOVE YOU'
툭 튀어나온 덧니와, 새치가 듬성듬성한 아줌마 퍼머머리, 어딘지 모자란듯한 표정에 촌스러운 파란 양복. 경악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동안 합성사진 논란이 벌어졌을 정도로 배우 이성재의 존재는 흔적도 없다. 캐릭터를 위해 외모를 훼손(?)해가며,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감수, ‘공공의 적’의 파렴치한 존속살인마에 이어 또 한번 충격 변신을 감행한 이성재의 연기투혼에 대한 어떠한 찬사도 아깝지 않다. 하자 많은 성격에 면죄부를 주던 잘난 외모를 잃고 평범 이하의 추남로 변해버린 ‘신석기’는, 이런 사회 편견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이중적인 우리들의 자화상. ‘신석기 블루스’는 우리사회의 비틀린 외모편견을 역발상 설정으로 세련되게 변주하고, 가슴 짠한 공감의 유머로 풍자한 페이소스 짙은 코미디다. 한 인간의 절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해학과 유머로 녹여내고, 인간미를 잊고 산 남자의 내적 성장 과정을 섬세한 감정묘사로 그려낼 ‘신석기 블루스’는 올 겨울 극장가에 또 한번의 유쾌한 감동을 예고한다. 뮤지컬 전세계 150개 도시 연인들의 러브 바이블 ‘I LOVE YOU'
‘이발사 박봉구’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기록을 세우고 있는 뮤지컬 ‘I LOVE YOU’(원제: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가 국내에서 초연된다. ‘I LOVE YOU’가 온·오프 브로드웨이를 통틀어 가장 유쾌한 뮤지컬로 불리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남녀 간의 복잡미묘한 이야기를 가장 단순한 무대를 통해 보여준다. 각 장면마다 소재는 다르나 잘 짜여진 대본과 음악적 완성도로 일관된 주제를 이끌어 내며 세대를 막론한 웰메이드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4명(여자 2명, 남자 2명)의 배우가 60개가 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끊임없이 파트너를 바꾸어 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낸다. 안정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관록의 배우 남경주와 이정화, 신선함과 개성이 돋보이는 탤런트 정성화와 이미지 변신의 귀재 오나라 등이 열연한다. 10년간 받은 사랑, 새롭게 재탄생 '사랑은 비를 타고'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받으며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로 선정됐던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가 지난 3일부터 인켈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으로 앵콜 OPEN RUN 공연을 시작했다.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1천2백30회를 넘기며 지난 10년간 장기공연된 사비타는 95년 초연 이후 매회 공연에서 객석 점유율 80%를 꾸준히 유지했으며, 96년 뮤지컬 대상에서는 남녀주연상과 인기상, 작곡상 등 4개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 등 걸출한 배우들을 탄생시킨 이 작품은 앞으로 창작 뮤지컬 2천회 대장정이라는 한국 뮤지컬계의 또다른 역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따뜻한 드라마, 서정적인 음악, 열정적인 배우의 연기가 하나로 조화된 행복한 뮤지컬 ‘10주년 기념, 사비타’ 에서는 ‘2004 사랑은 비를 타고 앵콜’에 이어 또다시 입체적인 무대디자인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2004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피아노 세트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형과 동생의 어릴적 모습에 대한 영상, 무대 앞 라인에서 떨어지는 진짜 빗물 등이 전체적으로 음향적,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다고 한다면,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모든 관객에게까지 사랑의 비를 느낄 수 있도록 감각적 효과를 더하는 특수장치를 마련해 한층 극의 느낌을 살려주리라 기대한다. 잊혀진 꿈의 부활 ‘하드락 카페’ 뮤지컬 ‘하드락 카페’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드라마틱한 구성과 세련된 음악, 관능미 넘치는 안무로 돌아온 뮤지컬 ‘하드락 카페’.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우리 나라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를 확인 시켜준 연출가 이원종, 안무가 이란영. 여기에 클래식에서 대중음악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하는 작곡가 장소영씨가 가세,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 ‘하드락 카페’가 탄생했다. 김장섭 대 이정열, 김영주 대 양소민 더블 캐스팅에 의한 불꽃 튀는 연기대결에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개성있는 연기와 파월풀한 가창력으로 주목 받았던 박준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가까운 미래, 장소 미상의 허구의 공간 ‘클럽 파라다이스’와 자유분방함과 젊음, 일탈을 상징하는 ‘하드락 카페’. 상충되기만 상호보완적인 이 두 공간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세리가 잊혀진 꿈을 감지하고 부활시키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연극 세상의 벽에 부딪힌 상처받은 영혼 ‘이발사 박봉구’
‘쓰리쌩쑈’
‘이발사 박봉구’는 세상이라는 벽에 부딪혀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박봉구는 오로지 진정한 이발사가 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새로운 삶에 도전하지만 미용사, 헤어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같은 신종직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설자리를 잃게 됐다. 신종직업, 퇴폐이발소와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봉구는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영합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연극열전은 박봉구라는 한 인간의 절명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사의 한 단면을 조명한다. 국내순수창작연극으로서 2002년 5월 초연당시, 월드컵 기간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 94%의 객석 점유율로 연일 매진사태를 기록하며 소극장 연극의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이발사 박봉구’는 관객들의 성원 속에 지난해 생(生)연극 시리즈로 4번째 공연으로 재연, 112%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2002년, 2003년 ‘박봉구’역을 맡으며 그만의 독특한 ‘이발사 박봉구’를 만들어 내었던 정은표가 ‘박봉구’로 다시 돌아왔다. 실감나는 사투리로 순수함을 잃고 변질되어 가는 소외당하고 상처받는 박봉구 연기로 극찬을 받았던 정은표만의 ‘박봉구’를 다시한번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누가 진짜 도둑이고, 누가 가짜 도둑인가? ‘마술가게’ 오늘 사회는 과연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사회인가? 의사가 응급환자를 거부하고, 경찰이 시민을 폭행하고,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익 외에 나라 살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돈을 훔치려고 한 의상실을 침입했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두 도둑 그들이 이러한 사회에 대하여 거침없이 욕을 퍼붓는다. 마치 자기들의 행각은 당연하다는 듯. 그런데 그들의 욕설에 타당성이 있어 보여 오히려 유감이다. 도둑들이 한바탕 유희를 즐기고 유유히 사라진 후 세 번째 도둑이 등장한다. 마치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모르는 이 사회처럼, 도둑과 도둑이 물고 물리는 순환 구조 속으로 연극은 뒤엉킨다. ‘마술가게’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살아 움직이는 마네킨. 시종일관 무대에 존재하면서 무대를 이어가고 또 방해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 대학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올 초까지 연장 공연으로 이어졌던 극단 두레의 마술가게. 지난 5월 ‘리타 길들이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술가게의 듬직한 멤버 신철진을 비롯, 박기선 등 대학로 연극계의 쟁쟁한 배우들을 이번 연극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더플레이, 펑키펑키,토요일 밤의 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강지연, TV 방송등으로 관객에게 익숙한 강래연이 마네킨으로 출연한다. 공연 ‘여행스케치’의 골라보는 재미 ‘쓰리쌩쑈’
‘이승환의 난, 난리’
89년 1집 발표 이후 ‘별이 진다네’,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등 주옥 같은 곡들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랜 친구처럼 함께 해왔던 여행스케치가 ‘쓰리쌩쇼’라는 이름의 3가지 테마가 있는 공연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았다. 2004년의 끝자락을 뜨거운 추억으로 장식해 줄 ‘송구영신쑈(12.8~12.19)’, 사랑하는 연인과 특별한 시간을 ‘Oh! Happy 크리스마스쑈(12.22~12.26)’, 다가올 2005년을 기분 좋게 열어줄 ‘근하신년쑈(12.29~1.2)’가 그것. 지난 공연에서 ‘문단열의 영어완전정복쇼’, ‘화니지니의 음악개그’, ‘매직쇼’ 등 전혀 예상치 못한 게스트로 화제 모았던 여행스케치는 이번 공연에서도 차별화된 게스트를 섭외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추운 겨울 이겨내는 강력한 처방전 ‘이승환의 난, 난리’ 공연을 치를 때마다 팬들의 접속 폭주로 티켓 예매 사이트들의 서버를 다운시키는 해프닝을 벌여 온 이승환 콘서트.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이 2004년 겨울, 팬들을 위해 ‘이승환의 난(亂), 난리’를 선보인다. 콘서트 제목 7 글자에 새겨진 것처럼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으로 불리는 이승환 전국투어 콘서트는 이미 지난달 20일~21일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대망의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특히 3년간의 공백을 깨고 지난 10월 8집 ‘Karma’를 들고 돌아온 이승환의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라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인기몰이 중인 타이틀곡 ‘심장병’을 비롯한 15년의 노하우가 녹아든 새 앨범을 뜨거운 공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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