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독자 겨냥 대중서 내놔

대학 출판부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표지만 봐도 지루한 ‘대학교재’풍의 책들을 내던 대학출판부들이 이제 대중 독자들을 겨냥한 출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대학 출판부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문화, 소설 등의 영역까지 넓혀 일반 출판사와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국내 최대 대학 출판부를 가진 서울대 출판부는 ‘베리타스’ 시리즈를 기획, 4권으로 출판하였고 올해 4월에 대중서 ‘한국의 중산층’으로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이화여대 출판부는 2003년 독립사업체로 전환하고 경영성적에 따른 성과제를 도입한데 이어 ‘글빛’이라는 대중출판브랜드를 등록해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견 출판사의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한국방송통신대는 지난해 5월 기존 출판부 안에 ‘지식의 날개’라는 독립브랜드 출판팀을 꾸려 대중적인 서적들을 출판하고 있다. 성균관대 출판부 역시 올해 출판한 ‘수학 서핑’, ‘세익스피어 연기하기’ 등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다루고 있고 건국대 출판부도 ‘현대 사회와 패션’, ‘생활문화와 매너’등의 자기개발서를 출판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과 사회의 지적 풍토와 관련이 깊다. 오랫동안 대학출판부는 학기 초 대학신입생들에게 필수교재를 판매하여 1년 매출을 올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를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양 필수과목이 없어지면서 매출량이 줄었고 또 고학력 인구가 늘면서 인문·교양서 등에 대한 욕구가 일반에게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일반 출판사들이 수준 높은 교양서를 내놓음으로써 교수들도 디자인과 마케팅이 뛰어난 출판사를 선택하며 입지가 좁아진 것도 있다. 건국대 출판부 조덕현 팀장은 “매출이 급감하며 대학출판부들이 판매범위를 교수와 학생에게만 한정하는 사고에서 탈피해 대중에게도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젠 일반 대중적 서적이나 자기 개발서 같은 잘 팔리는 출판물로 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술서적과 논문 등의 고유한 영역이 있던 대학 출판부마저 상업적 출판에 뛰어드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출판시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학 출판부만이 할 수 있는 권위 있고 지적인 학술출판의 영역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며 “대중서적으로의 진출은 오히려 현재 출판업계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며 의견을 밝혔다. <방성용 기자> by1126@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