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출신 교수, 월말 정년퇴임

초등학교 교사에서 서울대 교수가 돼 후학 양성에 한평생을 바친 노교수가 정든 강단을 떠난다. 우규환 서울대 교수(화학교육)는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강의와 연구에 평생을 바쳤지만 이제 퇴임을 하게 되니 정말 홀가분하다. 정년은 정말 잘 만들어진 제도 같다"며 강단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1957년 안동대 부속고를 졸업하자마자 19살의 나이에 경북 풍기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던 우 교수는 "그때가 제일 열심히 가르친 것 같다"며 "가르치면서 문득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가방에 영어책을 넣고 다니며 낮에는 가르치고 밤에는 공부하는 생활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4년간의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뒤로 하고 1960년에 서울대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며, 이후 10여년의 유학을 마친 1976년에는 대학 교수 자격으로 또 다시 강단으로 돌아왔다. 처음 6년은 이화여대에서 가르치다 1981년부터 서울대에 부임했다는 우 교수는 "이대에는 여학생만 있어 참 주눅이 많이 들었는데 서울대에 오니 분위기가 180도 바뀌더라"며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에서 대학 교수로 한 평생을 '스승'으로 살아온 그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며 자신의 교육지론을 폈다. 그는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르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며 "그만큼 '선생'을 배출하는 사범대가 중요하고, 아무나 선생이 되지 않도록 사범대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화학은 자연과학의 중심이고, 다른 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중심에 있는 학문"이라며 "그래서 화학을 택했고, 지금도 화학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이제는 눈도 아프고 잘 보이지도 않아 강의준비에도 애를 먹는다는 우 교수는 "정년을 맞게 돼 홀가분하다"며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 소회를 밝혔다. 아픈 부인을 간호하기 위해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는 우 교수는 퇴임 후 '아버지 학교'를 열 계획이다. 그는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함께 고민하고 반성하는 자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우선 3월 말부터 서울대 구성원 가운데 '아버지'들을 모아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평생 '선생'으로서 학생을 가르쳐온 우 교수는 이제 퇴임과 함께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대는 오는 28일 우 교수 등 교수 22명의 정년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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