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립대 내 생협 시설사용료 면제 추진
대학 상업화에 생협 조합원 가입률 33→15%
민주적 의사결정 하는 교육의 장으로 부각
“법률 개정뿐만 아니라 평가지표에 반영해야”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부가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대학생협이 수익금의 일정액을 장학금으로 환원하도록 하고, 학내구성원의 복지증진 및 민주적 운영에 대한 교육 등 사회적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학생협들은 이와 더불어 제도적 지원, 법적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대학생활조합연합회
생협에서 운영하는 매점,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식품들 (사진=한국대학생협연합회)

■ 캠퍼스 상업화로 인한 물가상승, 학생이 부담해야= 대학생협은 대학후생복지와 협동‧상생 등 대학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1980년에 탄생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입점해 대학이 상업화되면서 밀려났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4월 서울 지역 25개 구청에 ‘대학 내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 업체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서울지역 53개교 중 총 465개 업체가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나 유명 프랜차이즈도 상당수였다. 

서울대가 60개 업체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42개 △한양대 40개 △고려대 31개 △경희대 27개 △서강대 25개 △이화여대 23개 등으로 상위 10개 대학에 299개 업체가 입점했다. 이들 대학에 입점한 업체가 전체 업체의 6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생협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현재 33개 대학(국립대 18곳, 사립대 15곳)에서 운영 중이다.

대학 내 프랜차이즈가 물밀 듯 입점하는 것은 임대료 수입이 한몫하고 있다. 대학생협을 폐쇄하거나, 현재 설치된 생협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대학생협의 상임이사는 “위탁 운영으로 얻는 임대 수익이 높다고 판단해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늘고 있다”며 “대학생협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상업화가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캠퍼스 물가 상승을 초래해 구성원이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교연은 “대학이 먼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익을 적게 남길지라도 후생복지시설의 다른 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6일 학교 내 협동조합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대학생협이 활성화되도록 여건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예산당국과 협의해 국립대 생활협동조합에 대학시설 사용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국립대는 연간 시설사용료로 대학마다 3700만원을 납부하고 있다. 

■ 저렴한 가격‧복지 서비스‧교육적 효과 등 필요성 부각= 대학생협은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사업 공동체로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이루는 과정 등 교육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학생협은 비영리법인으로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태생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한국대학생협연합회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조달, 캠퍼스에서 판매하는 평균가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해 캠퍼스 물가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수익을 구성원에게 환원하는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을 위한 장학금 △교수들의 연구 지원비 △직원의 교육훈련지원비 등 금전적 지원부터 1000원에 식사를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협은 사업을 결정할 때 구성원들 간의 토론과 논의를 거친다(사진=대학생활조합연합회)
생협은 사업을 결정할 때 구성원들 간의 토론과 논의를 거친다(사진=대학생활조합연합회)

최근에는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대한 참여 욕구가 높아지면서 민주적 운영구조를 가진 생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협은 교수‧직원‧학생이 출자‧운영하는 단체로 주식회사와 달리 의결권이 1인당 1표로만 정해진다. 해당 사업이나 정책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꼭 필요한지, 구성원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조정되는지, 더욱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토론하고 논의한다. 

정선교 한국대학생협연합회 조직교육팀장은 “이런 절차는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중요한 교육과정이 될 수 있다”며 “생협이 학내 복지 창출을 넘어, 교육을 제공하는 기능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협을 활성화하려면 관련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다. 교육부가 관리‧감독‧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관부처 변경을 포함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일부 개정안이 2016년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법률 외에 제도적 지원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선교 팀장은 “교육부가 대학평가 지표에 ‘대학생협 설립·운영’ 항목을 신설해 학교시설을 수익이 아닌 교육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점수에 반영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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