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센델ㆍ폴 담브로시오 엮음 김선욱ㆍ 강명신ㆍ 김시천 옮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는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 간의 여러 문제들을 탐구하고 논의한 결과물이다. 아홉 명의 중국 철학 연구자들은 존 롤스와 샌델의 ‘정의론’을 총체적으로 살피면서 샌델이 전작들에서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논점들을 제시한다. 
중국 철학 연구자들은 유가와 도가 사상 등 동양 철학의 눈으로 세밀하게 검토하면서 샌델이 놓친 시사점들을 살펴본다. 특히 유가 사상의 핵심 개념인 ‘조화(調和)’와 롤스와 샌델의 ‘정의(justice)’의 비교ㆍ분석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독창적인 ‘정의론 다시 읽기’라고 말할 수 있다. 
샌델은 자신을 향한 중국 철학 연구자들의 도전적인 관점들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이론적 맥락에서 다시 비교ㆍ검토한다.

‘정의’는 롤스와 샌델의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존 롤스의 ‘정의론’ 이후로 서구 사회에서 ‘정의’는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정의’는 한 사회의 윤리적 기준의 척도이자 체제 구성의 기준이 되었고, 때문에 그 공동체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물론 샌델의 ‘정의’는 롤스가 주장한 것에 비해 복잡한 특성을 지닌다. 각각의 공동체나 사회가 그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정의’의 윤리적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의 ‘정의’를 대신할 개념으로 동양 철학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조화’는 유가 사상의 핵심 개념으로 중국을 비롯해 유교 문화권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다. 여러 악기가 합주에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비유할 수 있는 조화는 각각의 요소들이 전체를 구성하면서도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상태이다. 즉 저마다 다른 것들과 함께 하나의 전체를 이루면서도 각자에게서 최선을 산출한다. 이는 단순한 동의나 일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발전적이며 생산적인 과정으로서 균형을 추구하고, 창조성과 상호 변화를 통해 차이와 갈등에 균형을 주고 화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조화는 사태의 종결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생산적 과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문화가 중국의 철학적 전통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는 샌델의 말처럼, 역사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사회문화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유가 사상이다. 오늘날 유가 사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엄격하며, 폐쇄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긴다. 특히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남녀 차별의 문제, 직장 내 위계를 바탕으로 한 폭력과 성희롱, 직업에 대한 귀천(貴賤) 의식, 가족 내 역할 갈등 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당연한 모습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문제는 유교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특정 계층에 의해 본질이 훼손되고 악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함을 우리는 어느새 마땅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사회 인식을 뒤바꿈으로써 이 사회가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되찾아야 할 것이다. (와이즈베리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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