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대학교육혁신원 과장

에피소드 하나. 최근 학생들의 수강 교과목 선택 기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봤다. 다들 예상하고 있는 바와 같이 2~3일만 등교하는 '출석요일 최소화형'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Pass/Fail 또는 절대평가 과목을 찾아다니는 '절대평가 선호형', 전공과 유사한 교양 교과목을 찾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꿀교양 선호형', 상대평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A+, B+로 학점을 몰아주는 과목을 선택하는 '플러스학점 선호형' 등 다양한 선택 기준이 존재했다.

조사 결과 중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학생이 선택해야 하는 교과목이 어떤 내용을 학습하는지, 나의 진로와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한 후 과목을 선택한다는 비율이 순위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봤다. 선택의 유력한 기준이 되는 ‘강의계획서’에서 교과목에 대한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었다. 학습목표, 성적평가방법, 과제부여, 주차별 강의내용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정보제공의 부족함이 보였다. 온라인상의 수많은 강의를 살펴보면, 교육목표, 성적평가방법, 학습내용을 상세히 설명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맛보기 동영상 강좌까지 과할 정도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대학에서 “이렇게 부실한 강의계획서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고 탓하다가 교수들과 문제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교수들이 첫 시간에 별도 출력물로 교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은 그저 행정용으로 제출한 형식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간담회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역량기반 학습목표, 주차별 상세 학습내용, 교과목과 관련된 자료를 파일로 첨부할 수 있고, 동영상 강의계획서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조금 일찍 학생의 관점에서, 교수의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개선했더라면 하는 반성을 해본다. 관점을 전환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교육만족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에피소드 둘.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 모든 활동을 비교과 교육과정이라고 하고, 근래 들어 교육과정의 중용한 한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참여할 수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이 타 대학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하고, 행정부서 및 학과의 직원들은 학생모집과 프로그램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대학본부에서는 몇 십억 단위의 예산이 비교과 교육과정에 투입되고 있고 구조개혁 및 기본역량진단 등에서 중요한 평가요소이지만, 데이터 관리와 성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학생을 만나고, 행정부서 및 학과 담당자를 만나 의견을 수렴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비교과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교내의 모든 비교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량진단과 연계해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추천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운영자는 실시간 접수현황 확인, 만족도조사 실시 및 통계처리, CQI보고서 작성 등 원스톱으로 모든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대학본부의 입장에서는 비교과 프로그램의 특정영역 편중을 제어할 수 있고, 성과기반으로 진단해 설폐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학생, 직원, 대학본부의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각 주체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한번쯤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던 ‘역지사지’. 관점의 전환이 혁신의 기본이 아닐지 생각해보는 계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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