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사학 자존심 상처에 수시모집 경쟁률 대폭 하락
김용학 총장, “하나의 연세 아니다” 발언 논란
학내 구성원ㆍ동문ㆍ학생 영문도 모른 채 분노ㆍ좌절감
보직자들 사퇴 의사 밝혔지만 일부는 연임

연세대 원주캠퍼스 전경.
연세대 원주캠퍼스 전경.

[한국대학신문 정성민·주현지 기자]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자율개선대학 탈락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최고 사학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원주캠퍼스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대폭 하락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 는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다. 또 본지 취재 결과 원주캠퍼스 보직자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밝혔지만 정작 사퇴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연세대는 원주캠퍼스의 자율개선대학 탈락 이후 바람 잘 날이 없다.    

■ 분교 탈락 유일, 라이벌 고려대와 대조 = 교육부는 6월 20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평가 결과(자율개선대학 선정 여부)를 발표한 데 이어 8월 23일 가결과를, 9월 3일 최종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연세대는 신촌캠퍼스(본교)만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원주캠퍼스(분교)는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됐다.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을 권고받지 않고 3년(2019~2021년)간 별도 평가 없이 대학혁신지원사업(자율협약형) 지원을 받는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을 10% 감축해야 한다. 또 일부 역량강화대학만 대학혁신지원사업(역량강화형)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선정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연세대와 달리 라이벌 고려대(서울-세종)를 비롯해 건국대(서울-글로컬), 동국대(서울-경주), 한양대(서울-ERICA) 등 주요 대학들은 본교와 분교가 모두 자율개선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연세대로서는 제대로 굴욕을 맛봤다.

굴욕은 수시모집으로 이어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해 12.1 대 1에서 올해 8.8 대 1로 수시모집 경쟁률이 대폭 하락했다. 반면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지난해 13.3 대 1에서 올해 14.3 대 1로 수시모집 경쟁률이 상승했다.

신현윤 원주혁신위원회 위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원주캠퍼스는 신촌캠퍼스와 함께 진리와 자유 정신에 따라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수많은 인재를 양성해왔다”면서 “원주캠퍼스는 역량강화대학으로 평가, 정원 10% 감축이라는 제재를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원주캠퍼스 구성원들은 물론 모든 연세 동문,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여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위원장은 “그 누구보다도 미래의 꿈을 펼쳐나가기 위해 원주캠퍼스에서 학업에 전념하고 있던 우리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분노와 좌절감을 느껴야 했고,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 김용학 총장 ‘하나의 연세 아니다’ 발언 논란 = 연세대는 총장 직속으로 원주혁신위원회를 구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리고 김 총장은 원주캠퍼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9월 19일 원주캠퍼스에서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채플 강의를 가졌다. 문제는 김 총장이 강의 직후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본지가 당시 유튜브 동영상을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학생은 김 총장에게 “학생 복지와 학교 미래를 위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회의 자리를, 교수님과 총장님과 다른 학교 구성원들과 같이 얘기하고 싶은 자리를 요구 드리는 거다. 지금 여기서 약속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총장이 대답을 회피하자 “하나의 연세를 주장하시면서 저희는 배제하시는 게 아닙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총장은 “여태까지는 하나의 연세가 아니었던 게 거버넌스(행정)가 독립적이었다. 재정도 완전히 독립적이었다”며 “재정 독립성이 있으면 행정 독립성도 당연히 따라가는 것 아니겠나. 내가 원주에 대해 결제하는 게 거의 없다”고 답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문.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문.

김 총장의 발언은 논란을 불러왔다. 연세대는 과거 교육부 요청에 따라 본교(신촌)와 분교(원주)의 독립채산제를 시행했다. 따라서 김 총장의 답변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자칫 김 총장이 원주캠퍼스의 자율개선대학 탈락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본교와 분교의 선 가르기를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김 총장이 직접 해명했다. 김 총장은 9월 27일 원주캠퍼스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가 아니었다’는 발언이 일부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SNS에 확산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말의 진의는 현재 원주캠퍼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연세는 하나라고 믿는다. 앞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연세라는 신념에는 절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퇴 의사는 쇼? 연임 정황도 포착 = 한편 연세대 원주캠퍼스 주요 보직자들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결과가 발표되자 자율개선대학 탈락 책임을 지고 7월 12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보직자들은 모두 임기를 마쳤으며 일부 보직자들은 연임 정황도 포착됐다.

한 연세대 관계자는 “(원주캠퍼스) 부총장‧학장‧처장 등 주요 보직자들은 7월 11일 2차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 날 사임서를 제출했다”며 “사표 수리가 1주일 넘게 걸리면서 원래 임기 종료일이었던 7월 31일과 거의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또 총무처장, 교무처장, 보건과학대학장, 연구처장, 교목실당 등 보직자 5명은 8월 1일 자로 연임하고 있다.

그러자 학내에서 불만 여론이 나오고 있다. 정작 책임진 사람이 없었다는 것. 연세대 원주캠퍼스 A교수는 “사퇴 의사를 밝힌 보직자들은 임기가 다 돼서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지, 역량진단 결과에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연임한 보직자들의 인사 발령을 지적하는 교수들이 다수 있어 교수평의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기호 연세대 원주캠퍼스 입학홍보처장은 "전 보직자들이 임기를 완료했다기보다는 사표 수리의 문제였을 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배 처장은 "가장 핵심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던 기획처장과 부총장이 사퇴했으니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총장이 (일부 보직자들의) 유임을 결정한 것인데, 이것에 대해 적합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애매하다”며 “오류나 실책은 있었지만 정책의 연속성과 사태 수습을 위해 연임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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