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고문

양한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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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취임 당시 강력한 개혁 의지를 표명한 전형적인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년여 만에 물러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8월 17일 발표한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이 강조되는 국민의 시대 즉 국민주권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정의의 기반 위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는 ‘국가 개혁’과 국민이 정부와 함께 국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공론과 합의에 기초해 정책을 입안·결정하는 ‘정부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국정 운영 기조의 핵심이 ‘국민과의 소통, 정의, 국가 개혁, 정부 혁신’인 셈이다.

국정 운영 기조가 충실히 이행됐다면 개각이 필요했을까. 교육부 소관 업무추진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국정 운영 기조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결과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 도입에 대한 교육현장의 반응은 예산 낭비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학생등록금이 교육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86.5%나 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도입해 10여 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대학평가에 의한 국고재정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교육재정 확보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대학들은 교육이념, 교육철학, 대학의 비전, 교육목표 등을 포기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 부합하는 대학운영체제로 전환하고 교수와 직원들은 교육·연구보다는 각종 평가 신청서 및 보고서 작성에 몰두함으로써 교육의 질이 한없이 추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다수의 대학이 긴축재정 운영 방안으로 전임교수의 책임 강의시간 증가, 강좌당 학생 수 증가, 비전임 교수 임용 증가, 학점당 수업시간 감축, 졸업학점 감축, 교직원 급여 동결 또는 감액 등을 추진함으로써 교육여건이 전례 없이 열악해졌다. 결국 반값등록금 정책 및 평가에 의한 국고재정지원 정책은 학생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반면에 교육여건 악화로 교육의 질을 추락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정운영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교육부의 예산이 전액 삭감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가. 계획 취소인지 아니면 시행 연기인지 삭감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공직자들은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수도 없이 개선 요구를 했으나 메아리 없는 하소연일 뿐이었다. 의견조사, 공청회, 설명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했다고 하겠지만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반영된 건의사항은 거의 없었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국민의 입장을 고려한 진정한 소통이 없었고 정의, 국가 개혁, 정부 혁신도 없었으므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급기야 개각을 단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우선 정치적·교육적 전문가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판단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교육현장과 진정한 소통을 하는 교육부 공직자들의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연후에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국정 운영 기조의 기반 위에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기 바란다. 이것이 국민주권 시대를 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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