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대학교 김형두‧김종선 교수, 김준식씨(영화영상학과 03학번)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4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다. 이곳에 한국영상대학교 전공심화 학사학위과정인 영화영상학과 과정생들이 만든 장편영화 ‘계절과 계절사이’가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소개된다. 한편 김종선 한국영상대학교 영상촬영조명과 교수가 촬영감독을 맡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도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 대학의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영화제를 장식하게 됐다. 김형두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과정생들이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 소개된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형두 교수
김형두 교수

“영화제는 영화인의 등용문입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입니다. 순수한 교육과정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제에 초청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도 아닌 전문대 전공심화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죠. 우리 학생이 감독으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열어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김형두)

한국영상대학교의 전공심화과정은 현장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특히 영화영상학과는 수업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집중식 수업으로 진행돼, 영화제작 시스템에 맞게 시나리오 작성 주차에는 시나리오 작성만, 제작 주차에는 제작만 실시한다.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시스템과 인프라, 과정생들의 수고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기자재를 무상 지원하고 제작비 5000만원도 지원했습니다. 교수들은 연출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언을 해줬고요. 또 외부 기업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죠. 학생들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안을 작성하는 등 비즈니스에 참여했습니다. 또 시나리오가 아주 잘 나와서 디지털 판권도 선판매할 수 있었고요. 학생들은 촬영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작비도 늘어나니까 자신의 쉬는 시간을 줄여 한 번 더 수고하며 영화를 찍었어요. 추운 날 비 오는 장면을 촬영하느라 길이 얼지 않게 염화칼슘을 뿌리며 고생할 때는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더군요. 감독을 맡은 학생은 특히 고생이 많았습니다. 1년 내내 학교에 나와 시나리오와 기획안을 거듭 수정했죠.”(김형두)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김준식씨.(사진=본인 제공)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김준식씨.(사진=본인 제공)

고생 끝에 완성된 ‘계절과 계절사이’가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 작품을 감독한 김준식씨는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다. 그는 한국영상대학교 영화영상과를 졸업한 후 현장에서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다가 2017년 한국영상대학교로 돌아와 전공심화과정을 수료했다.

“아직 입봉을 했다고 말하긴 쑥스럽습니다. 향후 ‘계절과 계절사이’가 개봉을 하게 되면 그때는 이 작품을 입봉작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제작을 다 하고 나선 자아성찰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현장 경험이 있지만 다른 학생들은 현장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제작을 할 때 서로의 시선 차이를 조율하는 데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렇지만 타협점을 잘 찾아 집중했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또 이번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글만 쓴다고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한 자기 그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준비 단계에서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하려 합니다.”(김준식)

'계절과 계절사이' 제작 현장 모습.(사진=김형두 교수 제공)
'계절과 계절사이' 제작 현장 모습.(사진=김형두 교수 제공)

 

‘계절과 계절사이’는 동성끼리의 멜로를 그린 작품이다.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그려보고 싶어 이러한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김준식씨는 앞으로도 다양한 멜로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설레는 감정을 표현한 장면을 볼 때, 감독의 의도와 관객이 실제 느끼는 감정의 크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또 관객마다 그 크기가 다 다를 수 있고요. 저는 이 때문에 ‘감정이란 뭘까’ ‘사랑이 뭘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 ‘해피투게더’를 보게 됐는데, 제가 모르는 감정이다 보니 오히려 영화에서 표현된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동성끼리의 사랑을 다뤄봤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영화화할 생각입니다.”(김준식)

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의 촬영감독을 맡은 김 교수는 영상촬영조명과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종선 교수는 “영화를 찍느라 감독님 여하 스태프 및 배우들이 모두 고생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종선 교수(사진=한국영상대학교 홈페이지)
김종선 교수(사진=한국영상대학교 홈페이지)

김 교수는 촬영 일을 한 지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 촬영감독이다. 그는 자신이 현장에서 느낀 바를 학생에게 온전히 전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교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영상물은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것이라 의견을 조율하고 서로 호흡하고 함께 결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죠. 이것을 현장에서 겪어본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면 굉장히 많이 성장해 있습니다.저는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 실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현장에서 1~2년간 배워야 알 수 있는 것들을 한 학기 정도에 습득할 수 있도록 제가 아는 노하우를 최대한 전달하려고 합니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입니다.”(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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