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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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난 추석 때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군 칼럼이 있었다. 모일간지에 실린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추석에 듣기 싫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질문으로 답하라는 것이다. 가령 추석을 맞아 친척들이 모이는데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응수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한 처방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대학가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고 있자니 김영민 교수가 대처한 방식을 활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충남의 한 언론매체가 전국 대학들을 대상으로 2014년도부터 5년간 홍보매체, 홍보단가, 홍보목적을 연도별, 일자별로 매우 구체적인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눈치챘을 터.

국민의 알 권리라는 핑계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은 필시 광고를 수주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대학홍보협의회(Korea Universties PR Association‧KUPA) 회원 200여개 학교는 광고 갈취 의혹 언론사를 대상으로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향후 공동대응을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 이제 김영민 교수가 썼던 방법을 실행해보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 된다. 질문 대상은 언론매체다. 물음의 기법은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김영민표 화법으로. ‘언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언론의 사명은 무엇인가’, ‘언론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본질적인 것과 관련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가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작금의 대학가는 입학정원 감소와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학의 홍보 활동도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진정으로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대학을 단순히 영업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건전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 제시로 언론과 언론인으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뉴미디어 시대와 건전한 대학 생태계 구축에 부합하는 언론매체가 어떤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업(業)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언론의 사명(使命)을 명확히 깨달았을 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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