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호학과, 학생 대상 관장 실습 논란..."수치스러웠다"
일부 간호학과, 학생 대상 관장 실습 논란..."수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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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 실습 외 근육주사 실습, 이미지메이킹 수업에서도 인권침해 일어나
행동하는 간호사회, 사례 수집 및 적극 대응 검토
인성교육 강화, 실습 과목 운영 논의 기구 활용, VR활용 실습 등 대안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일부 대학 간호학과에서 항문 관장 실습을 하던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관장 실습 외에도 근육주사 실습이나 엘튜브(L-Tube, 코를 통해 위까지 관을 넣는 의료행위) 실습에서도 실습 대상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는 제보가 이어지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습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실습 관련 협의 기구 활용과 혁신 기술을 활용한 실습 등이 제시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라온 관장 실습 관련 익명 제보.(사진='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캡쳐)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라온 관장 실습 관련 익명 제보.(사진='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캡쳐)

지난 9월,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익명 제보가 파장을 몰고 왔다. 제보자는 “모 학교에서 관장 실습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한다”며 “조에서 한 명씩 뽑아서 한다.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제비뽑기 잘못 걸려서 자신의 항문을 남한테 보여주는 상황”이라며 이를 인권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습하다 토하고 수치심 느끼는 학생들 = 전국 단위 간호사 모임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이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학생들 인권을 유린하는 실습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피해 사례를 모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간호사는 본지에 “관장 실습을 한다고 제보가 들어온 학교는 8곳”이라고 전했다.

관장 실습 외에 근육주사 실습이나 이미지메이킹 수업 등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 간호사가 본지에 공개한 실습생들의 제보를 확인한 결과, 간호학과 학생들이 겪은 인권 침해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간호사가 제공한 학생들의 제보 내용에는 “관장 실습을 할 때 사타구니까지 모두 보이게 된다” “(관장 실습이) 수치스러웠다” “근육주사를 놓는 실습을 하는데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어야 했다. 교수가 바늘을 꽂은 채 설명을 이어가는 바람에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엘튜브도 실습을 해봐야 한다고 해 코에 튜브를 쑤셔넣다 토하기를 반복했다. 목에서 피까지 났다” 등 실습 수업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들어있었다. 생리를 하는 경우에도 관장 실습은 열외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간호사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진행되는 수업에서도 강사가 “클럽에 너네 옷차림으로 가면 주방으로나 가야 된다” “민낯으로 다닐 수 있는 건 예쁜 연예인만 할 수 있는 거다”라는 등의 외모지상주의 발언을 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경리 대한간호협회 울산지부 회장(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은 “(학생 대상 관장 실습은) 해당 교수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모형에만 하는 것이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과잉 의욕에서 진행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경리 회장은 모형이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실습 형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학과와 관련된 각종 학회에서 교수법의 개선을 위해 의견을 교류하고 어느 정도 통일된 교수학습법을 정한다”며 “관장 실습은 모형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지가 이 회장을 통해 입수한 ‘기본간호학 실습과정 매뉴얼’을 보면 실습 내용별로 수행항목이 자세히 정해져있다. 논란이 된 관장 실습이 간호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상식적이지 않은 경우였다는 것이다.

삼육보건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이 VR장비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삼육보건대학교 제공)
삼육보건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이 VR장비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삼육보건대학교 제공)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학생 대상 인체 실습 필수?’ 대안은 = 일각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한 교수가 환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실습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따랐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렇다면 환자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암에도 걸려봐야 하는 것이냐. 그 같은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교수가 아주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 간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렇게 환자와의 ‘공감’을 이야기하는 교수가 왜 학생들이 느낄 감정에는 조금도 공감을 못 하는 걸까?”라며 “폭력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실습을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인 간호사를 양성하는 일인 만큼 충분한 이론학습뿐 아니라 실습을 통해 기술을 숙련하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실습을 지양하고 본래의 교육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관계자들은 인체 모형 등 기자재 활용, 시청각 자료 활용, 인성교육 강화, 실습 관련 논의 기구 활용 등을 제시했다. 또 VR을 통한 실습 한계 보완도 눈길을 끄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먼저 “수업은 학습자의 수준과 이해도에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 또 학생들의 요구나 인권, 희망사항도 절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 사이에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사이에서의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실제와 유사한 인체 모형을 사용하는 등 실습 기자재를 갖추고 시청각 자료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습 중 문제가 일어날 경우 ‘실습지도위원회’ 등 관련 논의 기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환자가 심리적‧육체적으로 겪는 고통을 이해하려면 환자의 고통을 대신 겪는 것보다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간접적인 교육을 통해 충분히 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꼭 동일한 크기의 고통을 느낀 사람만 상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실습 체험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VR을 활용하면 관장이나 주사 등 인체에 해보기 어렵지만 충분한 실습이 필요한 과목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삼육보건대학교는 VR로 △계통별 인체 해부 △질병에 의한 장기의 변화 △인공호흡기 실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이번학기부터 이를 실제 간호학과 및 피부건강관리과, 의료정보과 실습 과목에 도입했다. 삼육보건대학교 측은 “인체의 뼈와 근육, 혈관 등을 실제와 같이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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