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모 지음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남자 세계인 듯한 경찰 조직에서 여경이 말하는 경찰 사회, 경찰서 풍경은 어떨까?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저자인 장신모는 여자 경찰이라는 소수이자 상대적 약자로 살아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여경이자 워킹맘인 저자는 여자라서 겪는 현장에서의 차별, 희생을 더 강요받는 맞벌이 부부의 애환, 두 딸을 기르며 생긴 만성피로까지 여성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경찰관으로서 풀어놓는 경찰 세계는 특히 더 혹독하다. 주로 슬프고 화나는 현장에서 나타나는 경찰이기 때문에 신체적인 피로감은 물론 정서적 고통도 크게 겪는다. 음주운전으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투신한 여고생의 치맛자락을 내려주고, 집회 현장에 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듣는다. 일상의 오류를 통제하고 견인하는 경찰들의 상처와 아픔이 마치 직접 겪는 듯 생생하다.

여경으로서 겪는 차별도 만만치 않다. 사건 현장에서 대뜸 “여자라서 말이 안 통하네. 남자 경찰관으로 바꿔”라는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경찰관에거 반말하지 마세요” 정도다. 이럴 때마다 저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여경이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여경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한편 저자 강신모는 벌써 14년차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이런 고단한 현장으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경찰의 일을 깊이 이해할수록 틀 안에 갇히게 되고 사람 만나고 마음쓰는 일에 인색해지게 됐다.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의심부터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라도 경찰관의 꿈을 꾸는 많은 예비 경찰관들에게 저자는 조금이라도 더 힘을 보태려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사람다운 경찰, 경찰다운 사람, 조금 더 사람 향기나는 경찰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예비 경찰관들을 격려한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공무원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1장 ‘경찰을 꿈꾸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게 박힌 여경에 대한 편견과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말한 2장 ‘83년생, 여경 분투기’, 지구대, 기동대, 정보과 등 다양한 업무 현장에서의 경찰 업무와 경찰의 존재 의미를 전하는 3장 ‘그렇게 대한민국 경찰이 된다’ 이다.

저자 장신모는 어릴 때부터 경찰을 동경해 넉넉하지 않은 집안형편이지만 23살에 경찰공무원의 꿈을 이뤘다. 중앙경찰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으며 이후 지구대, 기동대, 정보과 등 여러 곳을 거쳐 현재는 수서경찰서 교통계 경감으로 있다. (행성B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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