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독립성 재판공정성 법앞의평등…사법원칙 무너져
진상규명 사태재발방지 피해자권리구제 요구

재판거래와 사법권 남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서울대 제공)
재판거래와 사법권 남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재판거래와 사법권 남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10일 ‘사법부에 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사법농단 사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았다는 의혹에 직면한 사법부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법농단 사태 앞에서 사법의 길을 고민하며’라는 부제를 성명서에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는 로스쿨 재학생 299명이 참여했다. 470명의 재학생 가운데 334명이 8일부터 9일까지 열린 투표에 참여했고, 그 중 29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관여한 법관들이 책임을 통감해 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진상을 규명하고 사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 권리 구제도 촉구했다.

성명을 통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법관의 독립성이 침범된 점이다. “헌법 제103조에 따라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의 정치 성향과 판결내용을 사찰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요구를 전달해 법관의 독립성을 침범했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등의 문건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된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재판청구권의 핵심 전제는 재판의 공정성”이라며 “하지만 사법부는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자초해 재판의 공정성을 위협했다. 재판거래 의혹 정황들 앞에서 사법부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보장된다고 감히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이 무너져 내린 부분도 지적했다. 이들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을 적용하는 법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청구된 영장들은 유례없이 상세한 이유들로 연이어 기각되고 있다”며 “사법부가 사법농단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사태 해결책은 원칙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이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모든 판결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법관의 양심에 따라 쓰였으리라 믿었지만 오늘의 사태에 이르러 그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사법부는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엄정히 행사해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법관윤리강령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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