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 개발‧연구

대학을 구분화‧서열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
대학에게 최대한 자율성 주되 책무성 강화… 정부 개입은 최소화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에 대비해 고등교육 위한 투자 확대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한민국 교육은 안팎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학령인구 감소, 지역‧세대‧성별‧계층‧이념 격차 등이, 외부적으로는 무크(MOOC·온라인 대중 공개강좌)와 같은 온라인 기반 학습모델 확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력 교육 등이 풀어나가야 할 현안과 과제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한국교육개발원은 새로운 미래교육의 가치를 확산하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등 한국교육의 싱크탱크 및 파워 플랜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972년 설립 이래 한국교육이 당면한 제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국가 교육의제를 설정하며 대안을 제시해왔다. 현재는 부원장/기획조정본부, 초중등교육연구, 고등교육연구, 미래교육연구, 국가교육통계연구, 국가교육정책지원 등 총 6개 본부, 1단(교육정책네트워크사업단), 1국(경영지원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정책과 현장 간 연계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교육정책 연구기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며 미래교육을 선도해나가는 반상진 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처해있는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개혁의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현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집을 보더라도 그렇고 지난 대선 후보들이 얘기한 과정을 본다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고등교육정책 속에 담긴 공공성, 민주성, 국가책임 강화 등이 그것이다. 전 정부에서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평가를 통한 규제와 획일화 등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학에 자율성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아직까지 크게 의제화되지 않았지만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라든지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의 서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스카이(SKY)대학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 때문에 초·중등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던 점을 고려해보면 스카이를 차라리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국립대를 키우면서 공영형 사립대를 통해 사립대와 국립대(8 대 2) 비율을 바꿔 나가자는 전략도 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안 자체는 개별대학이 경쟁력을 갖기에는 자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자원공유를 통해 공유성장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 흔히 예로 드는 게 하버드대나 아이비리그다. 이들 대학은 1년 예산만 7조원이 넘는다. 반면 국내 사립대는 연고대라고 해도 7~8000억원 수준이다. 국립대는 거점대학이라고 해도 3000억원밖에 안 된다. 이렇게 적은 자원으로는 경쟁이 안 되니까 서로 자원을 공유하면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철학에 근거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안이 나왔던 것이다. 작은 대학은 미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처럼 교육중심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하고, 연구중심대학은 대학끼리 자원을 공유하는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교육부 기능이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될지 주목된다. 교육부-교육청-학교 간 연계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이러한 가능성을 높게 보나.   

“원래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분권화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 유은혜 장관이 언급한 내용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의식한 부분이라고 해석된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이 같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교육 파트는 시도에서 자율성을 갖고 가야한다. 더 이상 중앙정부에서 이끌어갈 부분이 아니다. 다만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은 재정파트다. 국가재정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있기 때문에 공평하게 시도에 배분해 준다면 시도마다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게 교육자치의 의미이고,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의 단초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법제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교육부의 역할과 권한을 어떻게 축소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 2014년 교육재정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하셨다. 10년 가까이 시행된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재정이 매우 어려워졌다. 교육재정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하나. 

“문재인정부에서 얘기하는 국가책임제를 반드시 실현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국가책임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첫째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고, 둘째는 재정지원에 대한 책임이다. 재정지원 책임은 특히 고등교육재정지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지만 고등교육 파트는 32위권에 머물러있다. 경제규모에도 맞지 않는 열악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반값등록금이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가로부터의 재정지원이 어려우니까 이를 학생들에게 부담한 결과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등록금이 세계 2위권인데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이런 불균형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규명해보면 국가지원이 굉장히 미흡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 사부담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다. 반값등록금은 가야 될 방향성이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 확대를 통해 반값을 유도했어야 했는데 국가재정을 확대하지 않고 반값등록금을 대학에 강요한 셈이다. 국가장학금을 줄 테니까 등록금을 올리지 말고 평가를 통해 정책지표로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가의 책무성을 방기한 채 반값등록금을 유도했다. 이렇게 되다보니까 대학만 힘들어지게 됐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국가재정 확대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반감시켜 주는 것이다.” 

- 대학평가 지표 중 취업률 때문에 대학의 본질적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작금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은 굉장히 차별성 있게 작동이 됐고, 가중률 역시 컸다. 그러다보니 모든 대학이 교육과 연구보다는 취업률에 올인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어떻게 보면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방어적 태도다. 이는 정부가 잘못 정책을 유도했을 때 나타나는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은 노동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취업률 관련 지표를 완화시키고 대학의 본질적 기능인 학문 정책에 대해 새롭게 의제화하려고 한다.”

- 대학을 평가라는 기준으로 논의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고 본다.

“이 점에 100% 동의한다. 대학평가를 실시하게 된 게 1980년대 초부터다. 대교협 중심으로 대학평가인정제를 하면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평가는 의미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학이 교육이나 연구 면에서 불비하다 보니까 평가기제를 통해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 올려야 할 상황이었다. 따라서 평가기제가 긍정적으로 작동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20여 년이 지나면서 많은 대학들의 교육과 연구 여건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옛날 교육 여건에 초점을 맞춘 평가지표에 머물렀다. 지금은 교육여건과 대학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맞춰 평가 패러다임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평가라는 지표를 통해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 성적지향 중심의 평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심화시키고, 대학의 서열화, 교육의 양극화를 낳게 되는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다. 비록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평가를 위탁받은 기관이지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 평가와 관련된 데이터를 갖고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을 만드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교육부에 역제안할 계획이다.”    

-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수도권과 지방 격차다. <지방화시대의 교육 경쟁력 강화 방향 및 과제(2006)>라는 연구총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나. 해결은 요원한가. 

“전혀 개선된 게 없다. 박근혜 전 정부에서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작동이 잘 안 되고 있다. 그 원인은 노동시장이 불비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 할당제는 법으로 강제화시켰지만 지방대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기 어렵다. 평소 웃으면서 얘기하는 게 있다. ‘카이스트도 지방에 있고, 울산과기대와 지스트 그리고 포항공대도 지방에 있는데 거기는 지방대라고 말하지 않지 않느냐. 그냥 포항공대나 카이스트라고 부르지 않느냐.’ 이 얘기가 의미하는 바는 이들 대학은 투자해서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정부는 지방에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대학을 키워 이른바 스카이급 대학을 많이 만들어주면 된다. 고용시장에서 스카이 중심의 고용구조가 있는 한 학부모들이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교육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카이급의 대학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선택권이 넓어지고 인근의 국립대나 사립대에 들어가도 취업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굳이 사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수도권과 지방 격차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 대학마다 특성화를 외치지만 특성화 프로그램이 큰 차이가 없다. 특성화 여부도 의문이 간다. 학과도 비슷비슷하다. 교육이나 연구 중심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은 없을까. 

“이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대한민국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의 핵심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대학 특성화가 잘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면 정책설계자는 대학 특성화 정책에 대해 사업화를 지시한다. 가령 수도권대학특성화사업, 지방대특성화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대학을 유인하려 한다. 이는 대표적인 정책실패의 예시다. 평가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특성화는 대학에 맡기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자꾸 국가가 개입해 사업을 통해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다.”

-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조정 내용이나 정책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관리 행정기관으로서의 입장은 어떤가. 내용에 대한 방법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생각은 없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가 끝났다. 위탁받은 입장에서는 공식과 우리가 해야 할 프로세스가 정해져있다. 우리가 평가위원도 구성하고 다른 데 가서 위원들과 대학을 평가한다. 또 평가 결과를 갖고 분석해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60%든 70%든 비율을 주는 것은 구조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결정 권한은 하나도 없다. 데이터조차도 개별 대학과 협약을 통해 해당 대학의 데이터를 갖고 오게 돼있다. 만약 개별 대학의 데이터를 공개하면 계약 조건에 위배된다. 국회에서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하는데 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교육부와 위탁과정에서 계약할 때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못하게 돼있다. 개별 대학의 정보를 못 주지만 전체 평가 결과에 대해 종합분석은 가능하다. 종합분석을 통해 평가결과가 주는 함의, 개선 방안을 연구해 (3주기 기본역량 평가가 아니라)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으로 바꾸겠다고 교육부에 의견을 내놓겠다.”  

-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의 요체는 무엇인가.

“평가를 통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등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등으로 낙인효과가 찍혀있는데 도대체 몇 점 차이로 그런지, 단순하게 100점 만점에 1점 차이로 그랬다면 1점 때문에 등급이 갈리는 구조라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평가가 아니고 정말 진단만 해서, 어차피 공식으로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면 국가가 지원을 하고 지원한 것에 대한 책무는 대학이 져야 한다. 지금과 같이 ‘선평가 후지원’이 아니라 ‘선지원 후평가’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 시장논리에 따라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인 방향은 자율성을 줘야 하는 게 맞다. 다만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재정지원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고 책임져야 한다. 재정지원을 하되 이를 잘 사용했는지 국가가 들여다봐야 한다. 재정지원할 때부터 평가하지 말고 재정지원을 한 다음에 잘 썼는지 후평가해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또 하나는 대학의 본질적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국가가 통제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최소한 공공적 가치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게 제 입장이다. 단적인 예로, 국가예산에 대해 재단과 자율성의 간극 문제가 있다. 대학이 영리추구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자율성과 재단의 자율성을 혼용해 재단이 학교 운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든지, 교수채용부터 학교운영의 전반적인 통제는 교육철학과 교육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재단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국가가 나서 정상화시키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대학입시도 본고사를 본다고 한다면 초·중·고에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가 개입해 조정을 시켜줘야 한다. 결국 자율성은 기본인데 시장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조정역할을 해줘야 한다.”  

- 앞으로 퇴출되는 사립대가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퇴출 사립대의 잔여 재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합리적일까. 

“퇴출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 법은 국고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학령인구가 감소되면 중고등학교에서도 폐교학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운영비·시설비까지 국가로부터 사학재정보조금을 받는 중·고등학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립대 퇴출구조는 어느 정도 보전해줄 것인지의 문제다. 30~40년 학교를 운영하다가 학교가 폐교됐다고 치자. 재단 설립자 입장에서는 대학으로 인해 대학 지가 등이 굉장히 폭등한다. 초기자본보다 상당 부분 불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것을 다 준다고 하면 사립대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퇴출을 당해도 회수할 수 있다고 하면 투기하는 데 아주 좋지 않겠나. 기본적으로는 국고 환수가 유지되면 좋겠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힘들다면 법인이나 설립자에게 초기 자본 정도만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선에서 타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비율의 문제다.”  

-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시대의 격변기에 서있다.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초연결사회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희망의 메시지도 있지만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인구절벽 때문에 생산가능 인구가 축소되는 것은 굉장한 위협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 시점에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인구는 축소되지만 질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과 잠재성장성을 얘기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살아야 하고, 미래를 고려해 대학에 강력한 지원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 대학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이제 대학은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데 올인하지 말고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열중해야 한다. 대학들은 선발보다 교육과 연구를 잘 시키겠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개혁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나 학부모는 여전히 선발에 더 관심을 둔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일부 대학들은 이득을 노리는 지대추구 행위를 하고 있다. 이제 상황이 변한 만큼 교육과 연구를 잘 시키려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한국교육개발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교육개발원은 1972년에 설립됐다. 이후 대한민국 교육계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여러 연구기관들이 이곳이 모체가 돼 파생해 나갔다. 한국교육개발원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한국교육개발원은 잠재능력과 연구역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시스템을 갖춰 놓을 테니 연구원들의 자율성과 잠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다만 고등교육 분야에서 미비했던 사항이나, 올해 국가의제로 급부상하게 된 통일교육과 같은 영역에서는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저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개인적 좌우명은.

“제 딸에게 얘기했던 내용이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거기에 가있더라. ‘뭐가 되고 싶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거 하다보니까 거기 가있고, 거기에서 그 역할을 하게 된다. 뭔가 되겠다고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자고 썼었다고 하더라. 이것은 어렸을 때 먼 얘기에 불과하다. 정말 하다보니까 여기에 와 있는 것 같다.” 

-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좋은 말씀을 들려주신다면. 

“한국대학신문에서 논설위원을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논설위원을 하면서 느꼈던 게 보수와 진보를 떠나 균형 잡힌 언론이라는 점이었다. 논설위원으로서 글을 썼지만 전혀 수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마운 신문이었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내용, 쓰고 싶은 표현을 가감 없이 썼다. 정론지라는 표현 자체가 신문사에 녹아있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기에 앞으로 고등교육과 관련된 정론지로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교육학 석사 및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원 교육행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순천대 사범대학 교수로 시작해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상임전문위원, 사단법인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소장, 한국교육정치학회 회장,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2년 10월 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본지 논설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2018년 3월부터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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