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불통에 대학 경쟁력 약화

교육부가 유은혜號로 새롭게 출범했다. 교육부는 1대 안호상 장관을 시작으로 59대 유은혜 장관이 취임했다. 역대 교육부 장관들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대학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정작 교육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관 얼굴만 바뀌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교육부 개혁이 먼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 불통에 대학 경쟁력 약화
②갑질·탁상행정에 멍드는 대학가
③사학비리 척결? 교육부가 비리 온상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 장관마다 소통 강조했지만 ‘불통 교육부’ 오명 =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겸허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교육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수록 더 좋은 정책이 나오고, 국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무엇보다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이준식 전 교육부 장관)
“시도교육청 및 대학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이나 대학을 하부기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대학, 시도교육청, 학교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유은혜 장관)

서남수 전 장관, 이준식 전 장관, 김상곤 전 장관, 유은혜 장관은 취임사에서 공통적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불통’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가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대학가의 의견이 교육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 1월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3주기에 걸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2023년까지 16만 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대학가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2014년 2월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당시 대교협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은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단순한 대학 규모 축소에 그쳐서는 안 되며, 대학 구조개혁은 반드시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교협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했다. 대학별로 등급이 결정됐고 총 2만4631명이 감축됐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2017년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정권은 박근혜정부에서 문재인정부로 교체됐다. 대학가는 문재인정부에 기대감을 가졌다. 이에 대교협은 2017년 9월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평가를 통해 절반이 넘는 대학을 불량 대학으로 낙인찍고, 대학 간 갈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학 사회의 황폐화가 명확하게 예견된다”며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촉구했다.

일단 교육부는 대학가의 요청에 응답했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대신 4월부터 8월까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실시했다. 하지만 명칭만 바뀌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역시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의 정원 감축이 핵심이다. 대학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한 대학 총장은 “교육부가 언제 우리 말을 들은 적이 있나. 정권과 장관이 바뀌어도 대학을 바라보는 교육부의 시선은 똑같다”고 토로했다. 

■ 여론 눈치 보느라 대학가 고충은 외면 = 반값등록금 정책도 대학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명목으로 2008년 반값등록금 정책을 도입했다. 대학가는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며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가는 교육부에 반값등록금정책 개선과 등록금 인상을 꾸준히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대학가의 고충보다 여론을 의식했다. 실제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1월 30일 서울 양재동 The-K호텔서울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교협 2018년 정기총회’에서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재정난은 결정적으로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교협에 따르면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은 직접교육비로 구분된다.

또 반값등록금 정책은 국내 대학들의 고등교육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교육경쟁력평가에서 국내 대학들의 교육경쟁력은 2011년 39위에서 2017년 53위로 떨어졌다.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평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11년 24위에서 2017년 26위로 하락했다. 특히 대학시스템 질 부문이 2013년 64위에서 2017년 81위로 급락했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지난 수년간 대학은 학생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동참했다”며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도 교내장학금은 대폭 증대시켰다. 이러한 노력 뒤에는 교육여건 악화, 국제경쟁력 하락 등 대학의 미래가 걱정되는 결과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유은혜 장관 속도전 우려, 시선 변화가 최우선 = 유 장관도 취임사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변수는 유 장관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다. 만일 유 장관이 2020년 4월 15일 총선에 출마하면 교육부 장관 임기는 1년 정도로 예상된다. 유 장관은 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총선 출마, 불출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총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속도전이 예상된다. 유 장관이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속도’가 필요하다. 유 장관은 “교육정책은 국민의 눈높이, 현장의 수용 정도와 준비 상태를 고려해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추진’이 속도전을 의미한다. 유 장관마저 ‘속도전’에 급급해 소통 약속을 저버릴 경우 대학가의 실망감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교육부가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변해야 한다. 정권과 장관이 바뀌어도 대학을 ‘불통’ ‘규제’ 대상이 아닌 ‘소통’ ‘지원’ 대상으로 일관되게 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대학가에서 “대학을 투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주문까지 나올까!.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 대학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가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다. 

원윤희 서울총장포럼 회장은 “대학이 연구나 가치 창출, 폭넓은 교육과 인력 양성, 학생을 포함한 연구 인력 등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연구, 창업, 기술 사업화 등 전체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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