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론] 대학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중산 본지 논설위원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프라임사업단장)
오중산 교수
오중산 교수

신임 교육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대학 정책과 관련해 학술생태계 구축 지원과 대학 혁신역량 강화를 언급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정부재정을 지원하는 사업 명칭 역시 ‘대학혁신지원사업’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됐던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 역시 대학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고, 내용상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 구성원들 역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대학혁신을 전면에 내건 상황이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본고에서 대학혁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보다 대학 구성원으로서, 특히 교원의 입장에서 대학혁신과 관련된 몇 가지 방향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혁신에 앞서 대학교원의 혁신이 요구되는데, 그 이유는 어떤 조직의 혁신 성패가 구성원의 참여와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훌륭한 교원들은 공통적으로 학생들의 삶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다.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는 제자에게 “네가 면접 보는 그 시각에 내가 꼭 기도해줄게. 그 시각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응원하거나, 과제와 시험에 대해 일일이 개인면담을 통해 부족하거나 개선할 점을 알려주거나, 수업평가결과를 토대로 매년 강의계획서와 교안을 개선하거나,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으로 학습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컨대 학생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기반을 둔 이들의 헌신이 제도화돼 확산될 때 대학혁신은 탄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학혁신은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인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교육기관이며, 진학률이 70%를 육박하면서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대학혁신의 주방향으로서 교육의 지위 회복은 매우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대학 교육은 젊은 학생들로 하여금 역량을 키우고, 이를 토대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미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MOOC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온ㆍ오프라인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위기감을 느끼곤 한다. 일례로 현실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디지털 마케팅은 대학에서 정규교과로 도입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나 빅데이터와 관련된 교육과정 역시 MOOC나 외부 교육기관에서 필요한 내용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거보다 빨라진 기술변화에 대학 교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공백을 이들이 파고드는 형국이다. 자칫하면 학생 입장에서 대학 수업은 경력을 위한 용도이고, 정작 사회진출을 위한 실무적 무기는 외부에서 획득하는 고등교육의 이중성이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교육 혁신은 이러한 이중성을 최소화하고, 대학만이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튼튼한 기초역량을 쌓도록 돕고 있는지, 이를 토대로 자신의 진로를 확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셋째,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대학혁신은 학생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인권센터가 신설되고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채택되는 등 과거보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학생을 배려할 수 있는 장치가 더 많이 마련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 이유나 개인적 사유로 인해 정신적인 혼란을 겪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대학생이 우울함을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조벽 교수는 대학이 물질적으로는 학생들을 금수저로 만들 수 없겠지만, 정서적으로는 얼마든지 금수저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학의 교양교육, 비교과 프로그램, 대면 상담 프로그램, 동아리 등 자치활동 등이 좀 더 개선되고 활성화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근육을 단단하게 함으로써 훌륭한 인격체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답할 것이다. 대학은 학생을 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잘 키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대학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