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지원’ 일반대, 세계대학으로 도약 대조적
유학생 유치에만 매몰, 멀리 못 보는 전문대도 잘못
‘국내 취업’ 가로막는 정부 비자 정책도 개선돼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총 12만3858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8만4891명 △2015년 9만1332명 △2016년 10만4262명 등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최근 몇 년에 걸쳐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수
연도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수

하지만 전체 유학생의 96%가 일반대에 재학하고 있으며, 단 4%만이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다. 국내 전문대학들은 현장 맞춤형 직업교육보다는 한국어 어학연수 과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유학생 수가 고등교육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전문대학의 열악한 상황은 ‘국내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국내 전문대학 글로벌 분야의 싹이 잘릴 수 있다는 위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정부의 ‘높은 규제, 낮은 지원’ 탓에 국제 경쟁력 강화는커녕 해외 진출 의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직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수출이다. 학생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방의 A전문대학은 NCS교육과정을 통한 직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려 했지만 힘든 현실에 직면했다. 학생부족의 문제를 국제적인 직업교육시장에서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 캠퍼스 진출 등 국제화 사업을 통해 체질까지 개선하려 했지만 이에 필요한 구조적 개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맞닥뜨린 것이다.

A대학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적고 연간 예산 총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문대학은 국제화 사업을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의 결과 도출까지의 예산 투입이 일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지원’ 일반대, 줄줄이 세계대학평가에서 괄목할만한 성장 = 국내 대학 글로벌 분야 지원사업의 일반대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현재 교육부의 고등교육 국제화 전략의 틀 안에서 일반대는 국제화에 대한 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교육 국제화 사업은 ‘석박사급 인재의 유치’ ‘우수 대학원 육성’ ‘일반대의 국제경쟁력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대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들과 어깨를 겨루는 위치에 올라섰다. 영국의 세계대학평가인 ‘THE 세계 대학 순위’나 ‘QS 세계대학평가’, 미국의 ‘US 뉴스앤드월드리포트 글로벌 대학 평가’에서 성장세가 뚜렷하며,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6월 고려대는 국내 최대규모인 국제하계대학을 실시했다. 34개국 300여개 대학에서 183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으며, 국내외 대학 57명의 석학들이 참가해 경영·경제·정치·법·인문·문학·공학·예술 등 120여개 과목을 강의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6월 고려대는 국내 최대규모인 국제하계대학을 실시했다. 34개국 300여 개 대학에서 183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으며, 국내외 대학 57명의 석학들이 참가해 경영·경제·정치·법·인문·문학·공학·예술 등 120여 개 과목을 강의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반면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교육부의 전문대학 국제화 사업지원은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 말고 유일무이한 실정이다.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GKS)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GKS사업은 해외에서 한국 교육의 인지도를 개선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사업에 전문대학은 올해 25명 등 극히 일부만 참여하고 있다.

김홍길 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 회장(경남정보대학교 교수)은 “호주의 사례를 보면 정부초청 장학(Endeavour) 사업은 전체 예산의 25%를 직업 교육 및 훈련(VET;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에 할당한다”며 “국제적으로 호주 직업기술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효과 외면, 유학생 유치만 매몰’ 전문대도 문제 있다 = 전문대학의 글로벌 기반이 취약한 배경에는 ‘자승자박’인 면도 있다. 사실 유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질 관리 노력에 소홀한 전문대학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대학은 국제화 관련 비용의 부담을 경감하거나 수익에 근접할 수 있는 유학생 유치에만 매달릴 뿐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학생 맞춤형 국내·해외 취업문제는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국가별 외국인 유학생의 맞춤형 인력양성 부분은 ‘전문대학특성화육성(SCK)사업’ 도입 이후 표준화된 NCS 교육과정 도입 등으로 일정 부분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의 해외취업 확대를 위한 교육수요 부분이나 인력수요 부분에 대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유학생 취업연계 해외 산학협력 기반 구축은 취약한 상황이다.

김홍길 회장은 “해외에서 한국 전문대학의 교육인프라 우수성과 맞춤형 직업교육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교육수요’ - ‘국가‧산업별 맞춤형 인력양성’-‘인력수요’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한 협력기반 구축이 국제화 추진의 기본”이라며 “국내 전문대학 교육수준에 있어 ‘세계적수준의전문대학(WCC)’이라는 명칭을 부여할 정도로 기반은 확보됐다. 하지만 실제 해외에서 수준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 취업확대와 국가‧산업별 맞춤형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 국제화를 위해서는 초기단계부터 상당한 재정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교육협력과 산학 협력이 구조화됐을 때 국제화 기반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회장은 “유학생의 유치와 취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서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평균 3년에서 5년이 소요된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야 유학생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을 통해 맞춤형 취업이 가능하고, 그들을 한국 기술교육의 홍보대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생 특정 전공 편중현상 해소 시급 = 본지 취재 결과 현재 베트남 유학생은 경영 계열과 IT, 관광 등 분야에 전공 편중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유학생의 계열별 현황을 살펴보면 인문사회 계열은 △2015년 248명 △2016년 287명 △2017년 166명으로 전체 45.6%가 이 계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자연과학이나 예체능 계열이 각각 9.9%, 8.9%를 기록한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문대학에 재학하는 유학생은 현지 취업을 위해 일반대 편입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의 특화된 전공보다는 일반대 편입이 용이한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등 유학생의 맞춤형 특별반을 운영해, 유학 뒤 베트남에서 중견기술자로 취업할 수 있는 맞춤형 연계과정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베트남 유학생이 졸업 뒤 귀국을 선택하기보다는 전공분야의 인재를 필요로 하는 국내 산업계에 취업해, 국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E-7 비자’ 승인도 완화해야 = 정부가 취업비자인 E-7 비자를 매우 제한적으로 승인하면서, 유학생 국내 취업을 약화시킨 원인도 있다. 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 취업한 경우는 전체 3.4%에 불과하며, 절반 정도의 유학생이 본국에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학생이 전문대학 졸업 후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에서 유학생이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산업체에 취업이 이뤄져 체류하려면 법무부가 승인하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활동 취업비자인 E-7 비자 승인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대학 유학생은 국내 취업을 이루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2012년 말 통계 기준 E-7 체류자격 부여 인원은 1만7451명이지만, 이 가운데 국내 전문대학 졸업자격으로 취득한 인원은 80여 명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법령이나 고시 근거도 없이 담당 공무원이 ‘매뉴얼’이라는 형태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체제인데, 이 자체가 적절한 규제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부는 전문대학 유학생의 국내 취업 자체를 봉쇄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잘 양성하면 산업체 인력난을 해소하는 장기 체류형 동반자로 적극 수용할 수 있는데 정부 제도의 미흡으로 이러한 기회를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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