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ICT‧VR 일부 학과들, 이름만 4차 산업혁명 기술 교육
드론‧ICT‧VR 일부 학과들, 이름만 4차 산업혁명 기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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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 부실 운영
4차 산업혁명과는 관련 없는 교육과정‧교수진…졸업 후 취업처도 마땅찮아
교육목표에 따른 강의 내용과 교수법 고민 선행돼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4차 산업혁명이 교육계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전문대학들은 관련 기술의 직업인을 양성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가르치는 학과를 꾸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대학에서 이들 학과가 개설 및 운영 단계부터 부실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생활을 바꾸는 기술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 역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한다는 목적에 맞게 전문대학들도 드론, 가상현실(VR) 관련 학과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학과를 신설하고 2019학년도부터 모집에 나선 대학들도 있다. IT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강조하거나 융합학과의 일환으로 인문‧예술 분야와 ICT를 결합한 학과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대학 포털 ‘프로칼리지(www.procollege.kr)’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학과명에 ‘드론’이 들어간 전문대학의 학과는 16개, ‘ICT’가 들어한 학과는 4개, VR이 들어간 학과는 3개였다.

■드론‧ICT 가르친다더니 관련 없는 교육과정‧교수진 = 그러나 이들 학과 중 일부는 부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명칭과 아예 관련이 없는 교수진을 배치하고, 역시 학과의 설치 목적과 전혀 다른 강의를 운영하고 있었다.

A전문대학 드론학과는 드론과 관련이 없는 전공을 한 교수가 배치됐다. 해당 학과의 전임 교수는 소프트웨어 전공자다. 이호웅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원장(동원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은 “드론은 전자통신 분야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가르칠 영역이 아니다. (이 대학 드론과는) 엉뚱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분야를 결합해 융합학과로 개설됐지만 기술 분야에 대한 교육이나 두 분야에 대한 융합 강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학과도 있었다. B전문대학의 ICT와 예술 분야를 융합한 학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본 결과 ICT와 실제로 관련이 있는 개설 과목은 전체 전공 강의 중에서 한 학년당 두 개 과목이 전부로, 사실상 ICT 학과가 아닌 연극영화과의 교육과정이었다. 학과 교수 구성 역시 6명 중 한 명만이 IT전공자고 나머지 5명의 교수는 모두 연극‧예술 분야 전공자였다.

전기차와 드론을 학과명에 함께 내세운 학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 학과의 교육과정 역시 드론과 전기차의 융합과정이라기보다는 자동차 위주의 학과였다. 이 원장은 두 분야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며 “애초에 전기자동차와 드론을 함께 가르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학과 신설 능사 아냐…산업수요 파악, 교육 목표‧과정‧방법 고민 먼저 = 이렇게 부실하게 학과들이 운영되고 있는 원인은 학생 모집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학과명에 배치하고 실제로는 관련성이 낮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기술 분야를 가르쳐야 모집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드론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대학 교수 C씨는 “IT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지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드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드론 관련 학과라 홍보했지만, 사실 IT 학과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허술한 학과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의 질 하락은 물론 졸업 후 전공과 관련된 분야로의 취업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임금 문제와도 연결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졸 청년의 전공일치 취업 실태 분석’을 보면 전문대 졸업자의 전공일치 취업률은 49.8%로 나타났으며, 전공불일치 취업자의 임금은 전공일치 취업자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문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드론과는 더욱 심각하다. 드론 분야 자체가 아직 산업 수요가 형성돼있지 않아서다. C교수는 “드론 분야는 당장 10년 내의 산업수요는 많지 않다. 방제나 촬영 분야가 그나마 취업 수요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자격증을 새로 만들 때도 산업 수요가 충분한가를 고려하는데, 일부 대학 관계자들이 학과를 개설할 때 이를 고려치 않고 당장의 신입생 모집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수연 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의 교육목표가 교육과정에는 반영돼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수연 회장은 “몇몇 VR과 드론 관련 학과는 교육의 지향점, 이에 따른 커리큘럼 구성, 교수법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교수진도, 교육과정도 예전 그대로인데 겸임교수, 초빙교수만 관련 분야에서 모집해 개설한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내실 있는 학과 운영을 위해서는 교육목표에 맞는 학과 개설과 교육과정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체의 수요가 있거나 R&BD를 목표로 하는 것 등 학교의 특성에 영향을 받은 교육목표가 있을 것”이라며 먼저 지향점을 분명히 한 뒤 학과를 개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과의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이러한 교육목표를 반영해야 한다. 교수법도 이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과 신설 전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필수” = 학과를 적절한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동강대학교 드론과와 인덕대학교 VR콘텐츠디자인학과다. 동강대학교 드론과는 드론 제작과 실습수업을 적절히 배치해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동강대학교 드론과 학과장인 김기원 교수는 무인항공기를 새로운 학문 분야로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대한민국 인물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드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7년여간 드론과 운영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연구해 2016년 동강대학교에 드론과를 신설했다. 또 드론 분야가 현재 산업수요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드론 활용 손해평가사 양성, 드론 활용 소프트웨어 코딩 강사, 드론 부사관 및 사병 등 드론 분야의 직업군을 만드는 활동도 겸하고 있다.

인덕대학교 VR콘텐츠디자인학과를 만든 이상화 학과장은 VR 산업이 전문대 출신 인력이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 판단하고 VR의 활용분야와 업계 동향을 분석해 이를 교육과정에 녹였다. 그는 “대학에서는 잘 안 가르치지만, 시장에서 점점 MAYA(마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를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을 많이 찾는 추세라 우리 과에서는 MAYA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포켓몬고’ 등 게임개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개발 프로그램인 ‘유니티’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라 생각해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과장은 “VR 관련 사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채용 수요도 많고 학력보다는 오히려 포트폴리오 위주로 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한 이들이 진출하기 유리하다”고 학과 개설 이유를 밝혔다.

두 학과의 사례는 학과 개설 전 관련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과과정 개발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기원 교수는 “드론이 교육과정만 보기에는 가르치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아두이노도 C언어도 드론에서 사용하는 내용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학과 개설 전 선행되지 않고는 이미 나와있는 교육과정으로 충실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고민과 연구 없이) 신입생 모집만을 위해 급하게 드론과를 개설하기보다는 기존 학과 중 드론과의 관련성이 높은 과들에서 드론 관련 수업을 적용해보는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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