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입시는 ‘긁어 부스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다반사다. 대표적인 것이 2008학년 대입 판을 크게 흔들었던 수능 등급제다. 표준점수나 원점수 표기 없이 오로지 등급만 제시된 2008수능은 최악의 대입제도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대입제도 변경은 수많은 부정적 효과를 파생시킨다. 바뀐 제도에 적응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피로감은 매우 크다. 변화를 적용해야 하는 대학도 고통을 호소한다.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학교현장도 변화를 달가워할 리 없다. 쓸 ‘거리’가 많아진 언론과 바뀐 대입제도가 만들어낼 새로운 시장의 수혜자인 사교육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조짐이 심상찮다. 이달 2일 취임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계속 발굴하고 보완하겠다”며 대입개편 추가 조치를 사실상 예고했다. 정부가 1년 이상의 과정을 거쳐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내놓은 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나온 얘기다. 개편안을 적용하고 결과를 살펴 추가 보완책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순서지만, 교육부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대입제도를 가만히 놔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은 교육부도 잘 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던 시절 교육부는 세 명의 대입 전문가를 조용히 불러모았다. 새로운 대입정책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이 요청을 받아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개개 인물들의 프로필은 사교육 관계자지만, 인재양성을 위한 국가 대입정책이란 큰 담론 앞에서는 ‘사익’보다 ‘교육자’에게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세 사람이 교육부 관료들에게 입을 모아 얘기한 내용은 “대입제도는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변화는 분명 부작용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변화는 최대한 지양하라는 이들의 얘기는 일종의 당부였다.

지상 목표인 것처럼 모든 정부가 떠들어댄 ‘사교육 억제‧감소’도 변화로부터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입제도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곳이 사교육이기에 변화를 주면 줄수록 사교육만 좋은 일 시킨다는 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교육 치적이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썩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대입제도 간소화’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당시 ‘면담’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들 중 최고 고위직은 박춘란 현 차관이다. 하지만 박춘란 차관은 당시 만남을 잊은 듯 올 3월 말 대학들이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다 완성한 상황에서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주문하며 성급한 변화를 요구했다.

이제는 그만 긁어야 할 때다. 물론 당장이야 긁으면 시원할 것이다. 그것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나아가 피딱지가 앉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안다. 

‘긁어 부스럼’을 다른 말로 하면 뭘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다. 중간이라도 가는 교육부를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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