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의 문화로 만나는 교육] 해골을 선물로 받는다면?
[주현재의 문화로 만나는 교육] 해골을 선물로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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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교수
주현재 교수

“현대 미술은 난해하고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현대미술관에 가면 인상적인 작품 앞에서 수수께끼를 푸는 아이처럼 골몰하다 무제라는 작품 제목을 보고는 포기하고 돌아설 때가 많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최근에는 감상 포기의 확률이 조금 낮아졌다는 점이다. 아마도 미술관 앞을 서성였던 시간의 총합이 늘어나고 미술사 서적을 몇 권 읽으면서 몇몇 현대 미술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은 작가의 이름이 자동으로 암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1965)다.

허스트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야말로 튀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대개 삶과 죽음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은 매우 낯설고 때론 혐오스럽기까지 해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중에서도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는 그의 이름을 전 세계 미술인들과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실제 사람의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가득 박은 이 작품은 현재 시가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필자는 아마도 그가 인간은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을 인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한한 ‘생명’에 대해 소중함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미(美)와 추(醜)의 부조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감상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을 통해 알려진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로부터 급속도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특히 당시 포럼에서 발행한 보고서에는 ‘2020년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10대 역량’이 포함돼있다. 10대 역량을 한번 살펴보자. 1위를 차지한 복합적 문제해결과 3위의 창의성을 비롯해, 새롭게 포함된 4위 감성능력, 10위 인지적유연력 등이 눈에 띈다.

안타까운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 우리나라 교육혁신의 성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재의 주입식 교육일변도인 우리나라 교육시스템부터 개혁하지 않고서는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10대 역량을 함양시킬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낮은 숙련성이 요구되는 일자리와 정형화된 업무는 더 이상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입시에 치우친 초·중등 교육은 일단 보류하더라도 우선 대학교육이라도 학습자의 역량을 함양해 줄 수 있는 교육체계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입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의 인위적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평가에 따른 인위적인 정원 조정 그 자체가 결코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개별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 및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제한 조치를 풀어 대학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나는 그것이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해골을 선물로 받는다면 누구나 몸서리치게 싫겠지만 허스트의 해골은 다르다. 허스트는 죽음의 상징인 해골을 엄청난 가치로 변모시키는 예술가의 창의성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죽어가는 대학 경쟁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교육의 마술은 무엇일까? 물론 답은 하나가 아니다. 대학은 저마다의 답을 만들어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전제 조건은 있다. 먼저 대학의 자율적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2일 유은혜 신임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유은혜 장관은 취임식에서 소통을 강조했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로운 수장이 이끄는 교육부는 이제라도 대학가의 일관되고 공통된 요구, 곧 대학 평가를 가급적 지양하면서, 개별 대학이 수립한 목표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대학들의 창의성을 독려하는 교육행정의 예술이 절실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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