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문제풀이식 교육 안돼… 다양한 교육 실험 중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획일적‧표준적 교육 기준 벗어나야 
미래 교육 위해선 고등교육 재정 획기적 지원 절실
‘탈원전’은 국가적 중대 손실… ‘제약‧바이오’가 新성장동력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포스텍(POSTECH)은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 21세기 융합형 교육 역량과 산학일체연구센터‧개방형 혁신 연구센터에서 나오는 지식공유의 가치,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학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포스텍은 대한민국 최초 연구중심대학으로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직원의 노력으로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뤄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한 인재가치와 지식가치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직접 기여하는 가치창출대학으로 전환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2015년 9월 취임 후 3년 동안 포스텍을 이끌고 있는 김도연 총장의 리더십과 실행력이 있었다. 그에게 대한민국 교육 현안과 관련된 교육 정책, 창의성 교육, 대학 평가, 미래 성장동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는 과학과 기술을 혼용하고 있다. 맞게 사용하고 있나.

“학문적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술과 과학은 분명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 탑 수준의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은 모방으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지만 오로지 창의력이 결정하는 기초과학의 학문수준은 이와 다르다. 물론 기술도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과학은 한 세대 만에 세계를 리드하기엔 매우 벅찬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을 뭉뚱그려 생각한다. 서양에선 사이언스&테크놀러지(science&technology), 가까운 일본에서도 ‘과학과 기술’ 이렇게 구분하지 않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리 사회가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기술자는 기술자대로 서로 이용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즉, 과학은 경제와 무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처럼 돈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를 했고, 기술자들도 자신들의 분야가 창조적 학문과 동일하다고 얘기했다. 기술자보다는 선비 같은 일, 즉 학문을 존경하는 우리의 풍토와도 무관치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과학과 기술은 두 분야 모두 대단히 중요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 한국은 아직 멀었나.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과학기술’이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과학도 상당히 발전해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왜 노벨상을 못 받나’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기초과학은 아직 뒤처져있다. 노벨상은 쌓여진 학문적 토대 위에서 전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창출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선진국의 90%만 되어도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과학은 그런 경우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 옛부터 우리 사회에도 ‘3대(代)가 학문을 해야 뭔가 길이 보인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제 겨우 2세대 과학자들이 한창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에서 노벨상이 나오면 그것도 문제가 아니겠는가. 초등학교 3~4학년부터 근 10년을 주입식으로 교육시키면서, 5지선다형 평가에만 익숙한 인재를 기르고 있는데 엉뚱한(?) 천재가 있어 노벨상을 받는다면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다고 여기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노벨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과학 분야의 연구업적, 즉 논문 기준으로도 얘기해볼 수 있겠다. 전 세계에서 논문이 1년에 170만 편 정도가 나온다. 그중 우리가 3% 내외(약 6만 편)를 낸다. 그렇다면 우리가 탑(Top) 수준에 있다고 하더라도 100년에 3번 받으면 공정한 것 아닌가. 또 다른 측면으로는 노벨상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은 총체적 국력이다. 우리 과학계도 이미 노벨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소득이 현재 4만불 정도라면 이미 노벨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력이 뒷받침을 해주는 부분이 분명 있다.”   

- AI시대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가.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바뀌어야 한다. 단순 업무들을 포함해 많은 일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운전자가 낯선 곳을 찾을 때 지도를 꺼내 보면서 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길 안내를 훨씬 더 정확히 판단하는 내비게이션에게 완벽히 맡기고 있다. 이처럼 점점 더 사람들은 결국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의사나 판사의 판단은 물론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도 ‘주입식‧암기식’ 교육은 의미가 없어질 게 분명하다. 현재의 교육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 10대들은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 검색을 유튜브를 통한 영상에 의존한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더욱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영상을 활용하는 교육 등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실험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으며,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펜실베니아대를 비롯한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이번 학기부터 온라인으로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아직 학위를 그렇게 줄 수 없게 법령화되어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다. 산업시대에는 똑같은 엔지니어를 대량으로 길러내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가치를 갖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 교육의 경직성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교육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계속 만드는 것도 결국은 사회가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에 있어 당장 (교육 정책이나 기준들을) 흩어놓고 자율화를 지향하면 국민들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그럴 경우 국회, 언론, 국민들은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지적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교육에 대한 문제는 결국 우리 전체의 책임이다.”

- 교육정책에 복잡하고 산적한 난제들이 많다.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한참 고민한 뒤) 교육정책은 자율과 자유가 근본이다. 교육정책의 근본을 이렇게 바꾼다면 우선은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혼란을 사회가 수용하고 수습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모두 수습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현재처럼 혼란이 없게 규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사실 엄청난 것이다. 자율과 자유를 보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기득권의 강화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자율과 자유가 확보돼야 다양한 교육 실험도 해 볼 수 있으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래야 교육을 혁신할 수 있다.”  

-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토론‧토의식 수업이 너무 부족하다.

“학생들이 토론하고 토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시행되고 있는 오지선다형 수능 시험지를 접하면 참으로 절망감을 느낀다. 그 문제를 주어진 시간 동안 다 읽는 것만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래도 정답을 골라내 만점 받는 학생들이 수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얼마나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을까. 이는 이미 지나간 산업시대에 맞는 교육이다. 현재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인데, 이처럼 기성세대가 받았던 교육과 똑같이 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 입시에서 정부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겠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등 포스텍만의 목소리를 많이 냈다. 교육부 주도 방식의 입시제도‧재정지원‧정원조정 등 대학 개편 방식이 시대에 맞나.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듯) 이것도 다 자유롭게 두면 되는데 이걸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사실 사립대학의 숫자가 많아진 것도 사회가 요구한 것이다. 1995년에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그 당시 사회가 굉장히 환영했다. 지금에 와서는 마치 잘못된 대학정책인 듯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하튼 현재 학생 수에 비해 너무 많은 대학을 수습하는 방안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작은 도시에, 학생이 1000명쯤 다니는 대학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차이는 매우 크다. 획일적 평가로 대학의 문을 닫게 할 경우 지역의 도시들이 폐허가 된다.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00만 명 학생 중 대략 50만 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는 약 60만 명이 졸업해 50만 명 정도가 대학에 간다. 즉, 대학 진학생의 숫자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에는 750여 개 대학이, 우리는 280여 개 대학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대학이 많은 것은 아니다. 결국 지역의 작은 대학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750개 대학 중 250개 대학이 정원 1000명 이하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사립대 교직원 인건비 절반을 국가 예산으로 대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립고등학교까지는 교직원 인건비를 국가에서 지원하지만 대학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나 연구사업을 통해 대학별 프로젝트 경쟁을 유도하면서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학별로 각종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을 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되긴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래 교육을 위해 획기적인 재정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의 사립대 와세다와 게이오는 연간 800~900억 수준의 경상비 지원을 받는다. 이런 형편에 우리의 연세대와 고려대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  

- 포스텍도 사립대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사립대를 살리는 방안은.

“사립대를 마치 재벌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사학재벌은 잘못된 인식이다. 사학 전체를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사학이 없었으면 대한민국 교육이 이 정도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것은 명약관화다. 공과(功過)가 분명히 있는데, 사학이 부당하게 재산을 늘렸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아 우골탑을 쌓았다는 인식은 불식되어야 한다. 이미 언급했듯 사립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 기대 수명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포스텍은 어떤 미래지향적 교육을 하고 있나.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 살고자 함은 최고의 본능이다. 예전 타임지에서 ‘2045년: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게 되는 해(2045: The Year Man Becomes Immortal)’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현재 학생들은 적어도 90살까지 사회‧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60살에 은퇴하면 어떻게 하나. 대학 졸업 후 70년 동안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직업을 5회 이상 바꿔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예를 들어 물리학 혹은 기계공학만 가르치면 첫 번째 직장을 얻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다섯 번째 직장을 얻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폭넓은 교육이 필요하다. 지식만 갖고는 안 된다.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지혜와 지식을 갖춘 도전적인 포스테키안(POSTECHIAN)’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포스텍은 국내 대학 최초로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고, 이 기간에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을 시행하면서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고 있다.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하계 사회경험으로 일명 ‘SES for SES(Summer Experience in Society for Social-Emotional Skills)’라고 부른다. 학교가 수준 높은 기업과 연구소를 선별해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 연구소, 동문기업 등 108개 기관(2018년 현재)이 협력하고 있으며 재학생 900여 명이 참가했다.”  

- 재료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수준은 어디쯤인가.

“재료공학 분야의 생산기술은 세계 톱(Top) 수준이다. 기업경쟁력이란 기술력 자체보다 제품의 경쟁력이다. 제품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값이 저렴하면 구매하지 않나. 그만큼 생산기술의 경쟁력이란 복합적인 것이다. 어쨌든 재료공학의 기술력 그 자체도 굉장히 앞서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재료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앞으로 5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쫓아오기 힘들 정도의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제철 분야에서도 포스코가 갖고 있는 기술력으로 보면 다른 국가와 비교해 10년 기술 우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기술에서도 공학은 학문으로 봐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아직도 앞서가는 국가와 격차가 있다.”  

- 철강, 조선, 반도체 이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한다는 얘기가 많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분야를 꼽는다면.    

“전 세계 시장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조선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가 60~70%를 점유한 적이 있었다. 조선 산업의 1년 시장 규모가 100조원정도 되고, 반도체는 500조원에 이르는데 우리나라가 30~40%의 마켓쉐어(Market Share)를 갖고 있다. 그런데 제약(약품)산업은 전 세계 1500조원 규모다. 게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우리는 겨우 2~3%밖에 갖고 있지 못 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더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가령 스위스가 8만 불 국가인데 이중 5만 불은 ‘노바티스(Novartis)’ 약품과 같은 이른바 화학 산업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제약‧바이오 시장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탈원전 중심의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이 위험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첨단기술은 모두 위험하다. 오늘 이곳에 KTX를 타고 왔는데 시속 300km로 운행하는 열차가 얼마나 위험한가. 이것을 안전하게, 좀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100% 안전하냐고 물으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도 그렇다. 수많은 부품 중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떨어지지만, 이러한 위험들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술이다.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이를 통해 가치 있는 일을 편리하고 쉽게, 그리고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위험 요소가 있지만 원자력을 버리는 것은 결국 국가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원자력의 미래가 이미 어두워졌다고 본다. 민감한 젊은이들이 원자력 분야로 가지 않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원자력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수한 인재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이 하는 공부에 긍지를 갖고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원자력공학과에) 가지도 않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긍지가 사라졌다. 자긍심을 쌓기는 힘들어도 망치기는 아주 쉽다.”  

- 교수 부임 이후 어떻게 살아왔나. 

“공과대학 교수로 인생을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982년에 서울대 교수가 되면서 지녔던 꿈은 열심히 연구해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이었다. 그때는 이 일이 가능할지에 대해 확신도 없었다. 당시 대한민국 수준이 이 정도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무렵엔 전국적으로 외국에 논문 내는 일이 한 해에 불과 20~30건에 불과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외국에 논문 1편을 내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88년이 되니까 연구비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올림픽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에서 외국에 나가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다. 그 때 보니 누군가는 초청강연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도 저런 강의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초청강연이 아니면 나가지 않게 되는 때가 왔다. 또 전 세계 학술지의 에디터를 누가 할까 궁금했었는데 결국 하게 되더라. 이런 측면에서 하고 싶은 걸 모두 이뤘으니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 한 측면도 있겠지만 결국은 발전하는 국가가 지원해주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창간 30주년을 맞은 한국대학신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대학신문의 30주년을 크게 축하한다. 그간 한국대학신문은 우리 대학사회 발전을 이끄는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들의 밝은 미래설계를 위해 누구나 찾아보는 신문으로서의 역할을 부탁드린다. 3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목표를 갖고 더 높이 올라가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김도연 포스텍 총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김도연 포스텍 총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 김도연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아주대 공과대학 기계학과 조교수로 학계에 입문해 1982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교수로 활동했다. 세계세라믹학회 정회원,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일본 도쿄대학 석학교수, 제1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제8대 울산대 총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9월부터 제7대 포스텍 총장에 취임한 이후 3년째 학교를 이끌어 오고 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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