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홀리데이(Jeffery J. Holliday) 고려대 교수(국어국문)

제프리 홀리데이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원래는 회계사가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3년 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임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제프리 홀리데이(Jeffery J. Holliday)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전공분야를 비롯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 미국대학과 한국대학을 오가며 느낀 점을 설명했다.  

외국인 교수가 국어국문학 교수라고 한다면 누구나 전공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홀리데이 교수는 “사실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계기는 아니다. 학부 시절에 한국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그게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마 한국어가 아닌 어떤 다른 언어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만났던 친구들이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었다면, 아마 중국어를 배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한국과는 개인적인 연관이 없다. 가족 중에 한국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한국과 특별히 관련된 것도 없었다. 그냥 우연한 일이었다. 딱히 계기랄 것까지도 없었어요. 하지만 공부할수록, 점점 더 재미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이유는 없다 할지라도 언어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그를 한국으로 오게 만들 정도로 컸다. “사실 회계학으로 학사학위를 땄고, 원래 계획으로는 회계사가 되려고 했다. CPA 시험도 통과했다. 지금이야 한국과 연관도 많고 관심도 많지만, 그 당시에 그저 언어에 관심 있는 어느 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 언어학에 매력을 느꼈다. 그 후 약 2년 반 동안 오하이오에서 언어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회계사로 시간제 근무를 했다. 2007년 언어학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고, 인디애나대학에서 3년 동안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그의 주 연구 분야는 음성학(音聲學)이다. 특히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국어의 소리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정말로 관심 있었던 주제는 ‘어떻게 사람들이 외국어의 소리를 생성하고 인지하는 것을 배우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어를 배워봤기 때문에 발음이 어렵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분명 오랫동안 배웠는데도 여전히 발음 공부에 진을 빼고 있어서다. 특정한 소리는 쉽지만, 어떤 소리는 어렵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외국인 교수로서 한국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오가는 화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가 ‘한국 사회 언어학(Korean social linguistics)’이다. 한국의 다양한 사투리들의 차이, 성(gender)에 따른 차이 등에 대한 연구다. 한국의 여성 언어(feminine speech)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국인들이 ‘~써’와 같은 ‘혀 짧은 소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보통 ‘혀가 짧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 언어학자로서 말하자면, 혀가 짧은 것이 아니다. 연구 결과, 똑같은 발음일지라도 남성이 말하면, ‘그렇게 태어났다’고 얘기하지만, 여성은 ‘무엇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으로서 연구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심지어 한국의 언어학자들마저 ‘당연히 이럴 것’이라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더라. 나는 ‘왜 그런 거지?’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기에 이를 밝히고 싶다.”

한국에서 외국인 교수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예상과 다르게 ‘학생들의 소극적 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에 있을 때는 오하이오주립대와 인디애나대학에서 일했다. 지금은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미국대학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말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이다. 이곳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두려워하는 것 같다. 미국 학생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에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몹시 화가 난 적이 있었다. 어떤 주제를 설명하다가 ‘이해했나요?’라고 간단한 질문을 던졌는데, 멀뚱히 쳐다만 보더라. 그 상황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학생들이 살아온 과정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에 화가 났다.”

미국대학과의 공통된 문제점도 있었다. 바로 유학생 문제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많은 유학생들을 받고 있지만, 언어적 장벽으로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영어는 대부분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 오는 외국 학생들은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갑자기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 단순히 예산을 맞추기 위해 유학생들을 도입하면 안 된다. 사람에 관한 문제여서다. 학생들의 삶을 망쳐서도 안 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상 그들을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금으로 쓰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제프리 홀리데이 교수는...
미국인 언어학자인 제프리 홀리데이 교수는 원래 회계학 전공했으나 2001년 한국을 방문, 2002년부터 2∼3년간 고려대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고국으로 돌아가 전공을 언어학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영어 이름 발음에 맞춰 하진표(河眞豹)라는 한국어 이름도 지었다. 미국 오하이오대학 대학원에서 한국어 음성학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인디애나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2015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이는 1946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가 처음 개설된 이래 69년 만에 임용된 첫 외국인 전임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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