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기반 차세대 전자장치 및 저장매체 설계의 새로운 방향성 제시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필립 윌케 연구위원, 최태영 연구위원, 배유정 연구위원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필립 윌케 연구위원, 최태영 연구위원, 배유정 연구위원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이화여대(총장 김혜숙) 는 물리학과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석좌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Center for Quantum Nanoscience)이 미국의 IBM 알마덴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 표면 위에 놓인 단일 원자의 특성(핵의 자성)을 정밀하게 측정했다고 밝혔다. 하인리히 단장은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한 표면 위의 단일 원자의 위치 및 양자상태 제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 최정상급 연구자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반도체 집적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더 작고 효율적인 연산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소자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단일 원자의 스핀(spin, 원자핵이나 전자가 갖는 자성의 값)이 차세대 전자소자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으나, 현재 상용화된 전자소자는 수백만 개의 원자들에서 발생하는 자성을 바탕으로 작동 한다.

연구단과 IBM 연구소는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과 전자스핀공명(Electron Spin Resonance, ESR) 기술을 결합해 에너지정밀도를 1만 배 높임으로써 고체표면 위 원자 한 개의 핵스핀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원자내부의 핵스핀의 값을 측정했을 뿐만 아니라, 이 핵스핀이 원자의 주위환경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가를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차세대 전자장치 및 저장매체의 설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연구단과 IBM 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표면 위 원자의 위치에 따라 초미세 상호작용(Hyperfine interaction)이 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초미세 상호작용은 원자핵 스핀과 전자 스핀 사이의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뜻하며, 그 상호작용의 결과로 원자의 자기적 특성이 결정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양자정보 저장의 기본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미이며, 향후 개별 원자가 저장장치이자 회로가 되는 차세대 전자소자 설계의 중요한 원리로 사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교신 저자인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다수의 원자의 특성을 토대로 쓰인 기존 물리학적 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현존하는 물리 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연구에 돌파구를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필립 윌케 연구위원이 제1저자로, 최태영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와 배유정 연구위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1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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