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출신전공 문과 편중 지적…대학가 ‘갸우뚱’
입학사정관 출신전공 문과 편중 지적…대학가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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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충실한 학생’ 선발 ‘본질’…출신전공 연관성 낮아
‘뽑고 싶어도 없다’…자연계 사정관 ‘금값’
입학사정관 출신 전공이 문과에 과다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대학가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평가의 본질과 목적을 고려할 때 사정관-수험생 전공이나 계열 일치 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입학사정관 출신 전공이 문과에 과다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대학가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평가의 본질과 목적을 고려할 때 사정관-수험생 전공이나 계열 일치 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주체인 입학사정관의 출신 전공이 인문계열에 과다 편중돼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출신전공은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대학가에서는 자연계열 사정관을 선발하고 싶어도 빈약한 인재풀이 발목을 잡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연계열 사정관이 적은 이유로 대학들의 과다한 정부재정지원사업 의존을 거론하며, 소극적인 인적투자가 문제라는 지적에도 대학가의 불만은 컸다. 급격한 처우개선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지 않고 대학의 문제로만 책임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을 주목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힘써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문과’ 편중 입학사정관…10명 중 8명 이상 ‘인문’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채용사정관 현황’에 따르면 사정관 출신전공이 인문계열에 과다 편중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권 26개 대학에 근무하는 사정관 304명의 출신 전공을 조사한 결과 83.6%에 달하는 254명이 인문계열 전공자였다. 통계학과 이공계열을 합산한 자연계열 출신은 46명에 그쳤고, 나머지 4명은 예체능계열을 나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서울 소재 일반대 26개교다. 현재 서울에 자리한 일반대는 모두 41개교. 이 중 감리교신학대‧장로회신학대 등 종교계열 대학 8곳과 예체능계열 대학인 한체대‧추계예대, 마지막으로 서울과기대까지 11곳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남은 30개 대학 가운데 고려대와 연세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채용사정관이 없는 삼육대‧서경대가 통계에서 빠져 26개 대학만 남았다. 

본지가 보도하는 내용은 박용진 의원이 낸 원자료와 일부 차이가 있다. 한성대가 이유없이 제외돼 있어 다시 포함시켰고, 사정관 출신전공 세부내용도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어 재분류했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사정관 전공계열과 신입생 선발 전공계열간의 과다한 편차다. 박 의원에 따르면 대학 특성상 어문계열이 많은 한국외대, 자료 취합 과정에서 제외한 한성대를 뺀 24개대학의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은 큰 차이가 없었다. 2019학년 24개 대학 수시 모집요강 기준 사정관이 평가 주체가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계열별 선발인원은 인문계열 1만2457명, 자연계열 1만2475명이었다. 

편차가 거의 없는 모집인원과 달리 평가 주체인 사정관의 계열별 편차는 컸다. 26개 대학 채용사정관 304명 가운데 자연계열로 볼 수 있는 이공계열은 37명, 통계학 전공은 9명으로 전부 46명에 불과했다. 전체 인원 대비 15.1% 비중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면, 135명인 교육학을 비롯해 경영·정치·언론·법·심리·인문 등 인문계열 전반의 사정관은 254명으로 ‘절대 다수’다. 

조사대상 중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신여대·한성대의 6개 대학은 자연계열 출신 사정관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성신여대는 5명, 덕성여대·동덕여대는 각 2명, 한성대는 1명으로 채용사정관 규모부터 상당히 작았지만, 서울여대는 14명, 서울시립대는 12명의 채용사정관 전원이 인문계열로 채워져 지적 대상이 됐다.

다른 대학도 사정관 대다수가 인문계열 출신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체 채용사정관 대비 비율로 보면 건국대‧국민대‧동국대는 6.7%, 숭실대‧한양대는 7.1%, 이화여대는 10%만 자연계열 전공자다. 자연계열 학위를 지닌 채용사정관이 10명 중 1명 선에 불과한 셈이다. 이외 대학들도 대부분 자연계열 채용사정관 규모는 10%대에서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대학들도 절대치는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서울대가 전체 26명의 사정관 중 12명을 자연계로 채웠지만, 이 역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이어 숙명여대가 30.8%로 다른 대학들과 차이를 뒀으며, 명지대(25%), 상명대(22.2%), 홍익대(20%)도 그나마 다른 대학들에 비해서는 자연계열 사정관 비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10명 중 2명 혹은 3명 선에 그치는 꼴이었다.

비판은 이 같은 모집인원과 평가주체의 ‘미스매치’를 정조준한다. 박 의원은 “선발인원의 절반가량이 이공계인 점을 고려하면, 사정관 전공은 인문계열로 지나치게 편중돼있다. 다양한 학문분야와 경험을 가진 입학사정관들로 평가인력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주체 계열 중요할까?…대학가 ‘NO’ = 일견 합리적인 비판이지만, 대학가의 반응은 달랐다. 대다수 서울권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나 현장관계자들은 평가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정관과 수험생의 계열이 같아야만 평가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학생부종합전형의 주된 평가목표는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다. 학업역량이 뛰어난 학생,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학생,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생 등 대학마다 제시하는 세부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함으로써 이 같은 가치들을 달성했는지를 측정한다는 점은 차이가 없다. 이러한 내용들을 평가하는 데 전공이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현재 평가 최일선에 있는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자연계열 사정관이 한 명도 없어 지적 대상이 된 서울시립대의 한 입학관계자는 “외부 시각에서 봤을 때 인문계열 편중 문제를 우려하는 것이 이해는 된다. 다만 자연과학‧이공계열 전문성이 평가의 필수요소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를 보는데 계열 일치 여부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평가시 계열 특성이 요구되는 경우는 없을까. 이 역시 현장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해결책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팀장은 “서류평가 시 특정 계열 지식을 알아야만 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해당 전공이나 계열 교수 사정관과 협업해 충분히 내실 있는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비판의 기반이 된 사정관 현황 자료의 신뢰성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계열별 현황은 정확한 실정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의원실에서 자료 요구 당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물리교육·수학교육 등 자연계열 전공도 교육학으로 기재해 인문계열로 간주된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자연계열 사정관 비율은 드러난 것에 비해 많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뽑고 싶어도 없다’…자연계 사정관 인재풀 ‘바닥’ = 대학들은 자연계열 사정관이 적은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뽑고 싶어도 없는’ 현장의 고충을 안다면 계열 편중을 문제라고 지적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들은 자연계열 사정관을 선발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차정민 중앙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많지 않아 자연계열 사정관을 선발하고 싶어도 선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다양한 전공자들로 사정관 풀이 구성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입학관계자도 “채용공고를 내보면 지원자 대부분이 인문계열이다. 자연계열 사정관을 선발하고 싶지만 인재풀이 턱없이 적다”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자연계열 사정관들은 대부분 최상위대학으로 이동하기에 더더욱 구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자연계 입학사정관이 ‘금값’이 된 이유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직무적성 문제다. 서류‧면접평가가 인문계열 영역으로 당연시된다는 것이다. 국중대 팀장은 “학생부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하는 것을 자연계열이 할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처우’가 지적된다. 첫 시작이 안정적이지 못한 업계 특성과 높다고 보기 어려운 연봉 문제 등이 겹쳐 지원을 회피한다는 진단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자연계열 석‧박사 학위를 지닌 인재들이 사정관에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처음 사정관 직에 뛰어드는 경우 대부분 계약직으로 시작한다. 인문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가 다양한 자연계열 인재들이 사정관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처우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사기업이나 연구소 등을 선택했을 때에 비해 이점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중 신분 안정성 문제를 기반으로 대학의 소극적 투자를 지적하는 주장이 있다. 박 의원은 고용 불안정을 다양한 전공 출신의 사정관 진출을 막는 요인으로 꼽으며 “대학들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입학사정관 임금의 대부분을 지급한다. 해당 사업이 없으면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이라며 “결국 대학의 소극적 인적투자가 고용 불안정성을 키워 다양한 분야 사정관 채용을 어렵게 한다. 교육부는 단순 지원에 그치지 말고, 대학 스스로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 같은 지적에 손사래를 쳤다. 이미 고용 안정성은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으며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등을 늘려가는 대학들의 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반론 대상이다. 전형료 수입을 인건비로 활용할 수 없는 배경 등을 무시하고, 재정지원 확대 없이 대학 부담만 늘리자는 얘기에 수긍하는 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용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프로젝트성 계약직과 단순 계약직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채용사정관을 정규직·무기계약직·계약직의 세 부류로만 나누는 것은 착시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는다는 가정 아래 계약관계를 이어나가는 프로젝트 성격의 계약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 2년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어 2년 미만의 고용형태인 일반적인 계약직보다 신분 안정성이 높다”며 “현재처럼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이상 대학들은 이처럼 고육지책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찰 없이 무작정 대학들의 책임만 묻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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