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짧은 치마에 긴 생머리, 깔끔한 옷차림을 한 여학생들이 한 고등학생을 향해 다가선다. 그리고 속삭임. 약속이나 한 듯이 고등학생은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언뜻 호객 행위를 연상할 수 있으나, 이 모습은 지난 9월 수시모집 공동입학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던 웃지 못할 장면이다.

많은 전문대학이 2000년대 초반부터 교내창구 접수에서 벗어나 공동 접수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90여 개 대학이 참여한 공동입학박람회는 학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취지보다는 오히려 한 명이라도 학생을 모시기 위한 치열한 경쟁장으로 이미 그 성격이 변한 지 오래다.

한 지방에 있는 대학 교수는 우리 대학 부스를 지나면서 “아니, 유한대학교가 학생 모집에 무슨 걱정이 있다고 여기까지 나왔나?”라며 “이런 식으로 수도권 대학이 공동입학박람회에 나오니까 지방 대학들이 살아남지 못하지 않느냐?”고 곱지 않은 시선만 던졌다.

이는 사실이었다. 우리 대학은 3일 동안 쉼 없이 입학상담을 했지만, 몇몇 지방 대학들은 입학상담을 하기보다는 박람회 입학상담 지원을 나온 교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결국 교수와 학생들을 동원해 말 그대로 ‘삐끼’ 행위가 벌어졌다. 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은 기본이며, 입시전형료 무료, 입학시 장학금 수혜, 전원 기숙사 무료 제공, 추첨을 통해 100만원 상당의 선물 지급 등 대학이라기보다는 어느 이벤트 회사에서 벌이는 판촉 행사 같았다.

우리 대학 부스 근처에 있었던 모 대학은 전체 정원의 80%를 채우면 그해 입시는 성공한 것이라며, 교수 10여 명이 서울로 올라와 80%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보여 참으로 보기 안타까웠다.

생각해본다. 우리 대학은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동안 과연 몇 번이나 살아남기 위한 날갯짓을 했을까?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대학별로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빠져나가려는 몸부림, 대학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속임수, 배움의 전당에서 모범보다는 약삭 빠름만이 생존하는 이기주의 등 과연 우리는 대아(大我)를 위해서 소아(小我)를 희생시켰는가?

캠퍼스에서 하하호호 웃는 학생들을 보면서 지난겨울 2월 한 달 동안 밤만 되면 입시부서에 모여 우리 대학으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데리고 오기 위해 영업사원이 돼버린 교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지금 대학 곳곳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멋진 대학 생활을 꿈꾸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제는 해맑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대학에 해(害)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혹시 여러분의 대학도 정원의 80%, 아니 그 이하의 입학에 만족하며, 학생들에게 호객 행위를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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