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30% 지키기 ’급급‘…’현대판 음서제‘ 비판
만성적자 체질개선 ’절실‘…’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로스쿨 장학금 지급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립 로스쿨이 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사립 로스쿨은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생긴 반작용이라는 평가다. (사진=중앙대 제공)
로스쿨 장학금 지급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립 로스쿨이 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사립 로스쿨은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생긴 반작용이라는 평가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년 전 ‘돈스쿨’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되자 교육부가 사후 대책 없이 무작정 등록금을 동결시키거나 인하시킨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만성적자로 인해 여력을 낼 수 없는 로스쿨들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로스쿨 장학금 지급비율 감소…‘역대 최저' =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로스쿨별 등록금 총액 대비 장학금 지급률’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띠고 있음이 확인됐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연간 등록금 수입 대비 장학금 지급액을 자체 취합한 결과다. 

도입 첫 해인 2009년 46.79%에 육박하던 장학금 지급률은 9년 후인 2017년 34.9%로 11.89%p 줄었다. 2018년 장학금 지급률이 추후 집계돼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단연 ‘역대 최저’ 수치다. 

특히 사립대의 장학금 지급률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사립대 로스쿨은 2009년 48.87%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당시 44.23%를 지급한 국립대보다 장학금 지급 비율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2017년 기준 국립대는 36.5%, 사립대는 34.2%의 장학금 지급 비율을 각각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더라도 사립대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 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1년 44.45%에서 2012년 44.49%로 0.04%p 오른 것이 유일한 예외 사례다. 이외에는 매년 장학금 지급 비율이 줄어 2016년 처음으로 40% 선이 붕괴됐다. 반면 2012년 32.37%로 최저치를 찍은 국립대는 2016년 37.4%, 2017년 36.5%로 소폭이나마 장학금 지급 비율을 높였다.

다만, 국립대의 장학금 지급률도 사립대에 비해 낫다는 것일 뿐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긴 어렵다. 기껏해야 2%p 안팎의 차이가 날 뿐이다. 장학금 지급률이 낮다는 비판은 사립대와 국립대 모두에 유효하다. 

■로스쿨 장학금 왜 줄어드나…등록금 인하‧동결 ‘후폭풍’ =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비율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재정 문제’가 거론된다. 이찬열 의원은 교육부가 2년 전인 2016년 국공립대 10개교가 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사립대 15개교가 등록금을 15% 인하해 장학금 재원확보가 어려워져 장학금 지급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언급한 2016년의 조치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스쿨은 2015년경 자기소개서 부모 신상 명세, 선발압력 등의 이유로 불공정성을 지적받았고, 그 과정에서 학비가 너무 비싸 경제적 취약계층의 진입이 어렵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당시 로스쿨들은 실제 장학금을 받는 인원이 재학생 10명 중 7명에 달하며, 반액 이상을 받는 경우도 30%를 넘는다며 항변했지만,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5년 말 로스쿨들에 등록금 인하‧동결을 요구했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국립 로스쿨에는 5년간의 동결안, 사립 로스쿨에는 등록금 인하안이 각각 주어졌다.

로스쿨들은 이를 2017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음 해인 2016년 당장 인하안을 적용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다음해인 2016년에는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로스쿨이 2016년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한 학기 100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받는 로스쿨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돈스쿨’이라는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2017년 등록금 동결‧인하안이 적용된 이후에야 여론이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이처럼 로스쿨들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과정에서 장학금 지급비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재정적자가 1250억여 원에 달하는 등 ‘만성 적자’ 상태인 점을 볼 때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면 장학금이 자연스레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하 시 로스쿨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53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는 장학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장학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들은 2016년 개선안을 냈다. 그 해 10월 법학교육위원회가 발표한 ‘법전원 이행점검 개선안’에는 사회적 책무를 확대하기 위해 장학금을 등록금 총액 대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그 중 70%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당시 로스쿨 장학금 지급률이 30%를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발표된 개선안이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낮아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로스쿨들이 장학금 지급 비율을 줄일 가능성은 매우 컸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로스쿨들은 장학금 지급 비율 ‘마지노선’인 30% 선을 지키는 데 급급하다. 물론 강원대 부산대 성균관대 충남대처럼 2016년 대비 장학금 지급비율을 높인 로스쿨도 존재하지만, 대다수 로스쿨은 장학금 지급비율을 낮췄다. 노골적으로 30% 선을 인식한 듯 보이는 로스쿨도 존재하는 지경이다. 

■‘현대판 음서제’ 비판 타개 필요…근본적 체질개선 ‘절실’ = 로스쿨의 장학금이 줄어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2만여 명의 법조인을 배출한 로스쿨은 현재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로스쿨 도입 이전 법조인 양성 관문이던 사법시험은 2017년 2차 시험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로스쿨인 상황에서 장학금 지급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높은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등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지는 반면, 학비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부유층의 도전이 쉬워진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찬열 의원은 “로스쿨이 높은 학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소득층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가진 자들의 리그’, ‘현대판 금수저 승계 수단’” 등의 표현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30%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이상 로스쿨들을 도의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을망정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만성 적자 상태인 로스쿨들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현재 로스쿨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큰 교원 규모로 인해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다. 특히 정원이 4~50명에 불과한 ‘미니 로스쿨’들은 어려움의 정도가 한층 더 크다”며 “유일한 법조인 등용문이 된 이상 등록금이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니 대학들은 장학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교육부와 로스쿨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