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공유대학 플랫폼이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 플랫폼은 ‘클라우드 기반 세계최초의 온라인 학점교류’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총장포럼 32개 대학 중 24개 대학이 참여해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이번학기부터 학점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학점교류를 신청한 학생 수가 6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단순히 시행초기의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국내대학 간 학점교류 환경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국내대학 간 학점교류는 일대일 상호협약 또는 특정 지역 등을 기반으로 한 다자간 협약을 통해 그 협약 대학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점교류를 허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의 정책은 국내대학 간 학점교류 활성화를 일정부분 제한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 점에 있어서 2008년 교육개방을 선언한 K대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선언의 핵심 내용은 학점교류 협약에 관계없이 국내 모든 대학 학부생들에게 K대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K대 학생이 국내 모든 대학에서 수학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상생관계로 전환하고자 했던 K대의 교육개방 선언은 아직까지 말 그대로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있다. 그것은 어느 한 대학이 교류 문호를 활짝 열었다 하더라도 학생을 보내줘야 하는 상대 대학에서 개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대학 플랫폼이나 K대의 교육개방 선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자유롭게 학점교류를 할 수 있도록 상호 개방을 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부분적으로만 제한을 하는 방식, 즉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K대와 같이 대학별로 각자 알아서 교육개방 선언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합의 등을 통해 모든 대학이 이 선언에 동시에 참여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개방 선언만으로 교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정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 정책 중 하나는 각 대학이 강의를 개설할 때 타 대학생에게 일정한 수강정원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K대는 교육개방을 선언하면서 정원 제한이 있는 인기 교과목은 타 대학생들을 위해 정원의 5%를 별도로 배정했다. 물론 정원 제한이 없는 교과목은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소속 대학의 학생들도 수강을 위해 클릭 전쟁을 해야 하는 교과목에 타 대학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하철의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자리는 붐빌 때 더 필요한 것처럼 강의실에서도 타 대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한 마음 하나하나가 대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교육개방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정책 중 하나는 수강료에 대해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계절학기 및 국제하계대학 등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고 있고 학점교류도 점점 더 활성화돼 가고 있다. 반면 정규학기의 경우 학점교류생은 소속대학에만 등록금을 내고 수학대학에는 수강료를 내지 않는다. 이는 학기당 등록금을 내는 제도적 영향이 크다. 그리고 또 하나 학점교류 대학 간에는 학생을 일대일로 맞교환한다는 개념이 무의식적으로 전제돼있기 때문인데, 교환학생(exchange student)이라는 용어 자체에도 그러한 뜻이 내포돼있다. 하지만 학점교류에서 일대일 교환 개념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각 대학은 정규학기에 국내대학 학점교류 학생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문을 닫아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점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 한계와 비합리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열린 대학을 지향하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행정정책을 마련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갓 출범한 공유대학 플랫폼은 단순히 정보만을 교류하는 곳이 아니라 상생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