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총협-본지 공동 주최 대학 재정확보와 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
대학총장, 교수·직원 대표, 시민단체, 학생·학부모 대표 등 ‘머리 맞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관하고 사총협과 본지가 공동 주최하는 ‘대학재정 확보’와 ‘대학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가 25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관하고 사총협과 본지가 공동 주최하는 ‘대학재정 확보’와 ‘대학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가 25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입학정원 감소, 등록금 동결, 구조개혁, 재정악화 등 사립대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금의 대학 현실은 총제적 위기 상황이다. 특히 국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에 사립대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가 주관하고 사총협과 본지가 공동 주최하는 ‘대학재정 확보’와 ‘대학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대토론회에는 김인철 사총협 회장(한국외대 총장)을 비롯해 대학 집행부, 법인관계자, 교수·직원 대표, 시민단체, 학생·학부모대표 등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이번 대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인철 사총협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학이 지금 당면한 이슈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재정이고, 둘째는 대학의 합리적인 구조개혁 방향이다. 사립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대학 80%에 육박하는 사립대의 지적 인프라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연결된다”며 “사립대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국비지원을 위한 기반뿐만 아니라 재계 출연방안도 마련돼야한다. 사립대에 대한 비리나 좋지 않은 케이스가 나오는데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대학이 학사운영이나 앞날의 비전과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기에도 부족할 시간에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감사, 평가, 구조개혁 보고서 작성 등을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원 본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의 근본 문제는 재정과 자율성에 있다. 자율성 속에 구조가 들어가 있다. 자유를 막아놓고 잘해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학이 자유로워져야 하고, 규제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과 학교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재정 문제를 자유롭게 하면 학교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재정을 꾸려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첫째, 미국‧영국‧핀란드 등 다른 나라의 교육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국가로부터의 지원은 지금보다 확충돼야 한다. 둘째,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고 대학 특성화·혁신발전 전략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이 ‘대학재정 확충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이 ‘대학재정 확충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사립대 재정위기 직면… 교육의 질적 저하 우려 = 이날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발제문을 통해 “입학자원의 급속한 감소로 인한 정원감축 정책과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은 모든 사립대 교비회계의 대학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곧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각 대학은 등록금 동결의 대안으로 국고보조금 유치, 산학협력 수익창출, 기부금 확충, 국외유학생 유치 등을 추진했으나, 대학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사립대가 지금과 같은 재정위기에 봉착한 것은 1996년 시작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그 이후 정부에 의해 시행된 국가교육보조금 정책 변경, 고등교육 국제경쟁력 강화 정책, 반값등록금 정책, 입학금 폐지 정책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국가장학금 정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대학재정을 어렵게 한 새로운 문제는 제Ⅱ유형의 국가장학금에 대해 각 대학이 교비로 대응지출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매년 교비장학금 대응 비용의 증가를 요구하던 정책은 중단됐지만 현재 시점에서 많은 대학들이 올려놓은 대응 장학금 액수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대학알리미 정보를 보면 대다수의 대학에서 정부지원 장학금과 교비 장학금 지급액이 50%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감하는 국가장학금 정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사립대 재정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김 총장은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인건비 동결‧감축과 신임교수 저임금화다. 김 총장은 “한국의 많은 중소형 규모의 사립대는 현재 등록금 대비 인건비 비율이 70%를 넘어가고 있다. 등록금 대비 교비의 인건비 비율이 과거에는 60%만 돼도 위험하다고 했는데 현재 수도권대학은 60% 중반 대이고, 지방대학은 이미 70%를 훨씬 넘어서 임금이 체불되는 대학도 출현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립대들이 과거의 봉급체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에 따르면 그동안 대부분 사립대 봉급규정은 공무원 봉급 규정을 준용했지만 등록금 동결 이후 서울 소재 사립대 중 70~80%가 동결, 혹은 성과연봉제를 선택했고, 소형대학들은 20~30% 일괄 감봉을 선택한 곳도 있다. 다수의 사립대들이 더 이상 공무원 임금 체계와 호봉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교육 경쟁력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탁월한 석학들을 유치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상당수 대학이 신입 교수 채용 시 낮은 형태의 연봉제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더 나아가 정원 감축과 입학금 폐지 등으로 심각하게 수입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평가영역에서 교수 확보율 기준값의 상향 조정으로 교수 인건비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김 총장은 “3주기 평가에도 교수확보율이 평가기준으로 들어가고 시간강사법이 시행된다면 사립대의 재정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사립대의 재정위기는 △교육시설과 교육 콘텐츠 강화를 위한 예산 감소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시간강사법 집행으로 인한 비용 증가 △세계대학 평가에서 국가전체 경쟁력과 대학교육 경쟁력의 동반 하락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권오병 경희대 교수(前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가 ‘대학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오병 경희대 교수(前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가 ‘대학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바람직한 대학구조개혁의 방향 키워드는 무엇? =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권오병 경희대 교수(前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는 대학구조개혁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권 교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의 협조를 통해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인용하며 “대학교수 75%가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면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도움이 안 된 이유로는 ‘교육부가 대학을 통제하는 구조 형성’이 72.7%로 가장 많았고 ‘대학이 교육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변질’이 66.8%, ‘평가 지표로 학문의 자율성 훼손’이 52.9% 등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대학 교육 문제 중 가장 시급한 문제로 ‘교육부의 통제로부터 대학의 자율성 회복’이라는 답변이 나왔다”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대학교육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적절성 논란에 대한 지적도 했다. 권 교수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받은 30개 대학 중 18개 대학이 지난 1차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현재까지 2611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동안 능력을 인정받아 교육부로부터 수십억, 수백억을 지원받는 대학에서 정원감축을 권고 받고 일반재정의 일부만 지원받는 역량강화대학, 즉 구조조정을 요하는 대학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그간의 사업 평가와의 정합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권 교수는 얘기했다. 

교육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대학평가의 사례와 사립대의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몇몇 대학 사례를 소개하며 바람직한 대학평가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권 교수가 내놓은 바람직한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의 핵심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대학이 자신의 건학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의 여부다. 둘째는 대학의 구성원이 얼마나 긍지를 갖고 있는지, 셋째는 얼마나 좋은 인재를 배출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권 교수는 “국내의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대응 당사자인 대학은 이 같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학에 대한 평가와 재정지원, 등록금 정책, 정원 등은 대학들이 앞선 세 가지 질문에 최적화 과정을 걷는 데 후원자의 역할을 하는 데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재정 확보’와 ‘대학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 이후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대학재정 확보’와 ‘대학구조개혁 방향’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 이후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 안정적‧재정적 지원 마련 시급… 교수‧시민 공감대 형성 =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황준성 사총협 수석부회장(숭실대 총장)을 좌장으로 △박성희 전국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 부회장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방정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대외협력국장 △김태구 전국대학학생회 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의장 △정성민 본지 취재팀장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재정의 악화로 교육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안정적‧지속적 재정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박 부회장은 “‘대학재정 확충’과 ‘자율성 확보’는 현재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하는 대과제이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을 통한 대학재정 확충은 자율성 확보와 서로 상충된다. 따라서 대학 자체적인 재정 확충 가능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부회장은 현행법 개정을 통한 대학 재정 부담 완화, 대학 등록금의 물가인상률 수준 인상 허용, 자율성 대학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강 소장도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보장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강제성이 부족해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고등교육예산은 매년 일반회계에서 사업비로 책정되면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규모의 변동 가능성, 사업의 존폐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구조개혁의 방향과 관련해선 “일률적 평가를 통해 대학 등급 구분을 할 게 아니라, 대학 자체평가를 통해 질 관리 범위를 결정하는 ‘인증’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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