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 본지 논설위원,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김은기 본지 논설위원/숭실사이버대 부총장
김은기 본지 논설위원/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불어닥친 정보화의 물결은 우리 모두에게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게 했다. 정보통신의 독점체제에서 제한된 형태나마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정보통신서비스 특히 부가통신서비스의 발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모두가 신기한 나머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서는 디지털방식의 모바일 통신이 확산되고 각종 신기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들이 나타나 바로바로 주변의 일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게 편리해졌다. 게다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등에 업고 단말기가 사용자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것 마냥 작동하니 우리가 저절로 미소 지으며 즐거워하는 게 요즘의 현상이다. 로봇기술까지 덧붙여져서 좀 있으면 화장실이나 부엌에서 또 사무실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유기체적 조직이 아닌 기계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생겼다.

참으로 모든 게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우리 인류는 한가롭고 편하면 뭔가 소일거리를 만들어냈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인다든지 거대한 구조물을 구축한다든지 때로는 전쟁을 벌인다든지 하는 거창한 소일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게임이나 운동을 한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남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든지 잔소리를 한다든지 하는 소소한 소일거리도 만들기도 한다. 금세기의 최첨단 문화로 얻어지는 편리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만들어내는 소일거리 중 하나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아닌가 한다. 사이버 불링은 통상적으로 사이버공간에서 SNS나 이메일 또는 댓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단체 또는 기관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심심함은 참지 못한다, 순식간에 엄청난 정보를 접하고 있는 마당에 어찌 무료하게 있을쏘냐, 참여하자, 나의 존재를 나타내자!’ 이런 마음으로 관심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자기 의견을 덧붙이는 것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면서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밋밋한 글로, 도덕적인 글로 또는 정보가 없거나 상투적인 글로는, 숱하게 접한 문학작품에서 보듯이,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사실에 근거한 글에서 나아가 좀 더 자극적이고 없는 정보라도 덧붙여 관심을 끌만한 메시지를 사이버 공간에 올려놓는 일이 다반사로 보인다. 그것도 자신을 향해 내놓는 글이 아니라 참을성 없이 남을 공격하고자 하는 글을 쉽게 올린다. 처음에는 시기하거나 미워하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이 그저 재미로 시작했던 것이 의도치 않게 피해자가 발생해 반격이 돌아오면 글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하게 돼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같은 범죄로 진화되기도 한다. 때로는 집단적으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해 글 공격을 하거나 사이버 공간상의 집단행동으로 모멸감을 주거나 심적 공황상태에 빠지도록 하는 짓도 벌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통신 예절이나 인터넷의 올바른 이용법을 거론하는 것은 또 다른 상투적인 일에 불과하게 될 것이고 또 사이버 불링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얻지도 못할 것이다. 재미도 없을뿐더러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일어나는 사이버 불링이 어느 정도 서로 알고 있는 테두리를 가지고 있는 초·중등이나 대학교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윤리적 교육으로는 치유하기 어려운 정보시대의 문제로 보인다.

상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오늘날의 정보사회에서 나를 높여 상대를 없애는 것보다는 나를 공격해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남을 대상으로 하는 멋진 해학이나 풍자보다도 나를 대상으로 하는 우스꽝스러운 골계가 더욱 빛나는 정보시대가 됐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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