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획처 선임행정원

유상훈 선임행정원

최근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의미하는 ‘사회적 가치’가 떠오르고 있다. 이 ‘사회적 가치’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도 유사한 맥락의 노력들을 접한 바 있다. 대학에서도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를 ‘대학의 사회적 책임(USR; 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이미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대학의 목적 중 하나로 사회공헌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현 인천대 총장)와 문휘창 교수가 공저한 《대학의 사회적 책임 : 나눔의 이론과 실천》에 따르면 대학의 사회적 책임(USR)은 1998년 ‘세계고등교육회의’에서 유네스코가 대학의 사회적 사명을 처음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대학 사회적 책임 네트워크’가 설립되는 등 고등교육의 주요 이슈로 발전했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지원방식의 차원에서 보면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지원은 금전이나 물자 같은 ‘소비적 지원’을 뜻하고 간접지원은 교육이나 장비 같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산적 지원’을 의미한다.

가령,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 진행하는 ‘옹달샘 프로젝트’는 정수장치(일명 옹달샘)를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식수 부족 지역에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대표적인 ‘생산적 지원’이면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가 지원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1950년대 전후 교육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서울대의 의학, 공학, 농학 교수진을 미네소타대에서 교육시킨 프로그램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던 한국 의료진은 그곳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배양법을 배웠고, 고난도 수술 기술도 익혔다고 한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의료강국이 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 의술을 전하며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위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 근저에는 공통적으로 디자인싱킹이 있다. 디자인싱킹은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을 뜻하며, 美 스탠퍼드대 디스쿨(d-school)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방식’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Empathize(공감)→Define(문제 정의)→Ideate(아이디어 도출)→Prototype(프로토타입 제작)→Test(검증)의 과정을 거치는데, 앞서 살펴본, ‘옹달샘 프로젝트’나 ‘미네소타 프로젝트’도 디자인싱킹의 틀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공감(empathize)에서 시작해 실제 적용 및 검증까지 완수됐기 때문이다. 현재 ‘디자인싱킹’이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해보면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핫(hot)’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힘이 센 문제해결방식이다.

최근 한 지자체와 한 재단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수도권 6개 대학의 사회적 책임 수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가 발표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수도권 6개 대학 3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 활동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0% 이상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으나, 추진 현황 점수는 평균 59.5점으로 나와 대학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 및 개선이 요구된다는 내용이었다.

다각적인 노력 및 개선에 있어 디자인싱킹을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 각 대학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감(empathize)의 대상부터 찾아보자.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띌 것이고, 생각보다 뛰어난 성과가 도출되리라 믿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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