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능력중심사회 실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능력중심사회에서 평가 기준은 ‘스펙’이 아니다. ‘능력’이다. 스펙, 즉 학력이 부족해도 능력이 있으면 인정받는다. 명문대 출신만 반드시 대기업 CEO가 되지 않는다. 지방대학 출신도, 전문대학 출신도, 고졸 출신도 얼마든지 대기업 CEO가 될 수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LG그룹에서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것이 능력중심사회의 묘미다.

우리나라에서 능력중심사회 실현의 코어는 전문대학이다. 정부는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하고 있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NCS 도입 이후 공공기관들이 능력 중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정작 전문대학에서 전문대학 출신 총장을 찾아보기 힘들까? 아니 전문대학 출신이 전문대학 총장으로 취임한 사례가 있을까? 전문대학 총장들은 4년제 대학 출신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학파도 적지 않다.  

물론 전문대학이 총장 선임과정에서 전문대학 출신을 고의적으로 배제할리 없다. 하지만 전문대학 출신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실제 A전문대학은 지난 총장 선임과정에서 내부교수와 외부교수가 지원한 결과 외부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됐다. 내부교수는 학내 구성원들의 신뢰가 두텁고, 학내 사정에 정통하다. 그러나 전문대학 출신이다. 전문대학 출신에게 학교를 맡길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렇다면 전문대학 스스로 능력중심사회에 역행하는 셈이다. 오히려 학벌주의의 희생양이 된다.  

가뜩이나 전문대학 출신들은 사회적으로 사다리가 높지 않다. 정부가 아무리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외쳐도 전문대학 출신들은 국무위원, 수석비서관 등 정부 인사로 발탁되지 않는다. 명문대와 유학파 출신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지방대 출신이 일부 포함된다. 전문대학 출신이 올라갈 수 있는 위치가 한정된다.

전문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문대학 출신으로는 총장이 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상황이 이럴진대 전문대학 출신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어떻게 당당하게 자신의 모교를 밝힐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능력 중심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 만큼 전문대학 출신이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훈장이 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따라서 전문대학에서부터 유리천장이 깨져야 한다. 바로 전문대학 출신 전문대학 총장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대기업도 능력만 있다면 고졸 출신 CEO를 인정한다. 전문대학이 전문대학 출신 총장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전문대학 출신 전문대학 총장이 많아지면, 머지않아 전문대학 출신 장관이 등장할 것이다. 전문대학이 '전문대학 출신 전문대학 총장 풍년 시대'를 스스로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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