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택시 등 외부인 철저 통제, 중문 폐쇄조치
택배 ‘예외’…신원파악 ‘가능’, 등록제 운영
내달 1일 전 건물 출입기 설치

금남 조치 첫날, 동덕여대 정문을 지나는 외부인들은 통제에 따라 신원 확인을 거쳐야 했다.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가 시행된 첫날, 동덕여대 정문을 지나는 외부인들은 통제에 따라 신원 확인을 거쳐야 했다.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외부인 출입금지를 선언한 첫 날, 동덕여대의 분위기는 겉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 언덕을 오르내리는 학생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인이 학교를 출입할 때다. 정문을 지나려는 기자를 막아선 경비원 박모(64)씨는 신분증을 경비실에 맡기고 출입증을 따로 받도록 했다. 방문 목적과 장소를 확인하고 출입증을 내어 주면서는 학내에서 꼭 패용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방문을 끝내고 출입증을 반납해야 신분증을 돌려받을 수 있다.   

29일은 동덕여대가 여대들 가운데 처음으로 외부인 출입금지 선언을 한 날이다. 이달 발생한 속칭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 계기다. 박모(27)씨는 이달 6일 자격증 관련 교육 참석 차 동덕여대를 방문한 후 강의동과 화장실 등지에서 알몸 상태로 음란행위를 하는 사진과 영상 등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15일 박씨가 검거됐지만,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건물당 한 명 이상 경비인력 상시 배치 △건물 카드 출입기 설치 △외부인 출입규정 신설 △교내 책상‧의자 전부 교체 등을 학교에 요구했다. 이 중 외부인 출입규정에 대한 내용이 29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동덕여대는 내달 1일부터는 건물에 카드 출입기를 설치, 학생증 등을 태그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교내 책상‧의자는 전부 교체하는 대신 소독작업으로 대체했다.

일각에서는 '금남'으로 부르고 있지만 동덕여대는 ‘외부인 출입금지’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외부인 여성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금남’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인 금지’로 봐야 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특정 성별에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동덕여대에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정문과 후문이 전부다. 중문은 경비 인력 등의 문제로 폐쇄됐다. 한중미래연구소와 입시창고 등이 있는 건물을 기점으로 철문이 세워졌다. 외부인과 학생 모두 출입할 수 없다. 남은 정문과 후문에는 경비인력을 배치했다. 외부인은 신원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서만 출입을 허용한다. 

신원확인이 됐다고 해서 모두 학내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달음식의 경우 학내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직접 정문이나 후문 등지로 내려와 받는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후문 주변에서 출입을 통제 받고 있는 배달음식.
신원확인이 됐다고 해서 모두 학내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달음식의 경우 학내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직접 정문이나 후문 등지로 내려와 받는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후문 주변에서 출입을 통제 받고 있는 배달음식.

다만, 신원이 확인된다 해서 모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근 음식점의 배달업 종사자와 택시 등은 신원과 관계없이 학내로 들어올 수 없다. 후문으로 들어가려다 통제를 받은 인근 음식점 배달업 종사자 김모(42)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어제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들어가지 못하게 해 당황스럽다. 주문한 학생에게 전화를 해 내려오라고 했지만 불쾌한 반응이어서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배달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샀던 부분 중 하나인 택배는 철저히 출입이 통제된 여타 직종과 달리 학교를 비교적 자유로이 왕래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배달 종사자 분들과 달리 택배는 회사마다 대학을 담당하는 인원이 있다. 신원 확인이 가능하기에 제한된 상황 아래에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철저한 등록제 형태로 택배 출입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출입문 경비를 맡은 직원은 택시 출입금지 조치로 학생들의 불편이 다소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 출입을 오늘부터 철저히 통제한다. 기존에는 차단기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출입을 허용했지만, 오늘부터는 교내로 들어올 수 없다.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은 학생들일 것이다. 교원들은 주로 자차를 이용하지, 택시를 이용하는 빈도가 낮다. 학생들이 택시를 타고 등교해 강의를 듣는 건물 앞까지 가곤 했는데 이제는 정문이나 후문 앞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신원이 확인돼 출입이 허용된 경우에도 감시의 눈길은 이어진다. 동덕여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회로(CC) TV를 300여 대 추가로 설치했다. 외부인 출입 시에는 본관 1층 통합 방호실에서 동향을 주시한다. 동선을 살펴 수상한 행적을 감지하면 즉각 출동한다.

조치 첫날, 촉각을 곤두세우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29일 오전, 수상한 외부인이 있다며 긴급 출동한 것. 실제 해당 인원은 금남 첫날 풍경을 담기 위해 학내에 출입한 언론 매체 관계자였다. 

후문 근방에서는 한 남학생이 경영대 건물로 향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확인 결과 학점교류 목적으로 동덕여대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관련 제도가 아직 완전히 구비돼 있지 않아 해당 학생은 신원이 확인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행 첫날이다 보니 완전치 못한 부분들이 있다. 차츰 자리를 잡아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문 뿐만 아니라 후문도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기는 마찬가지다. 경비인력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덕을 오르는 순간 신원확인을 거치게 된다.
정문 뿐만 아니라 후문도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기는 마찬가지다. 경비인력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덕을 오르는 순간 신원확인을 거치게 된다.

이번 통제 조치를 두고 여론은 엇갈린다.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에 이어 22일 광주여대에서 벌어진 음란행위남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오죽하면’ 이런 조치를 하겠느냐는 옹호 의견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적인 금지 조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실제 통제조치가 첫 적용되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폐쇄된 중문을 이용해 온 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왜 중문이 닫혀 있냐며 문의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다. 예술대 재학생 강모(22)씨는 “후문과 중문이 가깝긴 하지만, 걸어서 가려면 집들 사이를 빙 둘러서 가야 한다. 중문 근방에 사는 학생들은 학교에 오기 상당히 불편해졌다. 경비 인력을 한 명만 추가 배치하면 중문을 개방할 수 있는데 학교 측이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인문대 재학생 권모(21)씨는 “음식물을 받으러 내려와야 한다든지, 중문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분명 불편한 일이다.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다소간의 불편은 감소할 수 있다. 철저히 외부인을 통제해야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일종의 '쪽문' 처럼 이용하던 중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 조치됐다.
학생들이 일종의 '쪽문' 처럼 이용하던 중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 조치됐다.
범인이 검거되고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도 시행됐지만 아직 그날의 충격은 아직 남아 있다.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학내 곳곳에 붙어 있다.
범인이 검거되고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도 시행됐지만 아직 그날의 충격은 아직 남아 있다.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학내 곳곳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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