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상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 연구소 국제평화협력센터 선임연구원

경규상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 연구소 국제평화협력센터 선임연구원

지금 대한민국은 ‘북한과 통일’이라는 프레임으로 가고 있다. 대학을 비롯해 민간연구소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 각층에서도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뒤질세라 이에 열중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북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이에 따른 논의가 활발하다. 바야흐로 북한과 통일에 관한 열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찌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커다란 변화의 바람에 이러한 추세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 과열된 분위기로 우리 사회가 들떠 있다.

정부는 조급하기만 하다.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입장이 정리도 되기 전에, 정부 단독으로 평양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도 비준해 버렸다. 남북관계 진전을 되돌릴 수 없도록 미리 쐐기를 박자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합의서 비준권은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아직도 명확하게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과속 질주하다가는 대한민국이 커다란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북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비핵화 협상도 난기류가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남북관계를 이끌어 가려고 하기 보다는 냉철한 판단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정말로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통일과 대북정책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준거의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첫째는 국제관계 속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뤄야 한다. 이 점에 있어 한미동맹의 균열이 있거나 또는 불협화음을 가져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우리 국민의 합의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우리의 통일 대북정책을 놓고 남남갈등을 벌인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는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다. 말로만 또는 합의가 됐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정말로 진전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과거의 북한 행태를 눈여겨보면서 비핵화 수순에 맞춰 정부는 차분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 간에는 수많은 선언과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 답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정말 이뤄져가는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남북관계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고 역사학자 에드워드 할렛 카(E.H Carr)는 말했는데, 현재는 과거로부터 그대로 오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한 핵문제 상황을 보면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이 바로 북한과 통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꼭 필요한 시기다. 여러 대학에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진지한 대학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가 앞으로 한반도를 이끌어 가며 우리의 삶과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동량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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