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대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등록금은 내리지 않으면서 적립금만 쌓아두고, 사립대는 비리집단이며, 대학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까?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고 핵심이다. 선진국들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학을 바로 알아야 한다.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대학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을 바로 알자 – 대국민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대학을 바로 알자 – 등록금과 적립금편
<중> 대학을 바로 알자 – 사학의 진실편
<하> 대학을 바로 알자 –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편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 지역사회 봉사 활동 활발, 해외도 진출 = #1. 청주대 박호표 부총장과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 20여 명은 10월 22일 청주 중앙공원 YMCA 급식소에서 350여 명의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청주대는 건학이념 계승·실천과 지역사회 기여 차원에서 2001년부터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2. 가천대 한의대 학생들은 10월 27일 성남시 중원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방 봉사 활동을 실시했다. 한 노인은 “손주 같은 학생들이 찾아와 진료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지는 느낌”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대학의 3대 책무는 교육, 연구, 봉사다. 선진국들은 대학이 봉사 활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노력 봉사, 기부, 재능 나눔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세종대 세종·지영석 글로벌 봉사단은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울릉 남양초에서 ‘2018학년도 남영초·세종대 대학생 재능봉사수업’을 진행했다. 당시 세종·지영석 글로벌 봉사단 소속 봉사팀은 ‘해양생태계 보호’를 기획봉사 주제로 정했다. 봉사팀은 남영초 학생들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가르쳤다. 또한 에코백 만들기, 천연 보디워시 바 만들기, 텀블러 만들기, 울릉도 환경 보호 홍보 UCC 제작 등 체험 위주 활동을 제공했다. 김점숙 남양초 교장은 “앞으로도 대학생 지식 봉사 활동이 계속돼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대는 8월 24일 ‘나눔 의료봉사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순천대는 나눔 의료봉사단과 순천의료원, 순천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을 연계해 의료 봉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대상은 다문화가족, 저소득 취약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이다. 이병운 순천대 학생처장은 “나눔 의료 봉사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지역중심 국립대학으로서 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비단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의 지역사회에도 대학들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은 7월과 8월 SNU 공헌유랑단(이하 공헌유랑단)을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탄자니아, 베트남 빈딘, 네팔 등에 파견했다.

서울대는 학생들을 선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2013년 글로벌사회공헌단을 설립했다. 공헌유랑단은 글로벌사회공헌단의 사업 가운데 하나다. 공헌유랑단은 각 국가와 지역에서 맞춤형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유치원 아이들과 의료 소외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 나눔 활동과 위생 교육을 진행했다. 베트남 빈딘 지역에서는 뛰프억 2호 고교에 빗물 정수 탱크를 설치했다.

안상훈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공헌유랑단은 방학 기간 동안 국내외 취약 지역에 파견된다”면서 “서울대 학생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지 맞춤형 봉사를 하고 돌아온다. 21세기 대학의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사회봉사단 학생들은 8월 우즈베키스탄에서 환경생태보건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고려대 사회봉사단 학생들은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우르겐치, 누쿠스까지 왕복 3200㎞를 이동하며 현지 학생들과 환경·생태·보건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의 환경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 대사협 중심 체계 구축, 기업 연계 사회 공헌 활동 추진 =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이하 대사협)는 대학 사회 봉사의 허브다. 대사협은 대학과 전문대학이 사회 봉사 교육과 활동을 통해 국가와 인류를 대상으로 사랑을 실천하고자 설립됐다.”(신구 대사협 회장)

대학들은 통상 봉사 활동을 개별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연합체로도 수행한다. 바로 대사협이다. 대사협은 1996년 9월 창립됐다. 247개 대학이 회원교로 참여하고 있다. 대사협의 업무는 △협의 조정(대학별 국내외 봉사활동 현황 조사·연구 / 세미나·워크숍 개최 / 사회 봉사 정책 형성) △해외 봉사(대학생 해외 봉사단 파견·지원 / 대학 자체 개발 해외 봉사 지원) △국내  봉사(대학생 농촌재능나눔 / 아인슈타인 클래스 / 사람,사랑봉사단 / 해피 위피스쿨 클래스)으로 구분된다.

대사협은 해외 봉사를 통해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총 40개국(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몽골, 라오스, 키르기스스탄 등)에 2만8973명의 대학생을 파견했다. 국내 봉사 프로그램(총 3419개)에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12만4317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이처럼 대학들은 대사협을 중심으로 봉사 활동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와 해외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사협은 기업 연계 사회 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클래스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 시행한다. 발전소 주변 지역 교육 격차 해소, 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 양성이 목적. 대학생들은 아인슈타인 클래스 멘토로 선정되면 발전소 주변 지역 아동과 청소년에게 학습(영어·수학), 진로, 정서 지원 멘토링을 제공한다. 사람,사랑봉사단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삼성생명이 참여한다. 모집 대상은 대학생 동아리다. 자유 주제로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주제에 따라 봉사 활동을 수행한다. 해피 위피스쿨 클래스를 통해서는 대학생 멘토들이 태안 지역 초·중·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서부발전이 파트너다.

장재윤 대사협 사무국장은 “올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체코에서 처음으로 해외 봉사 활동을 실시했다”며 “대학생들은 체코에서 노력 봉사, 교육 봉사, 한국 문화 체험, 문화 교류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 봉사 정신 갖춘 인재 양성, 국가적·사회적 의미 중요 = “배려하는 마음과 희생하는 자세를 배우며 다들 오히려 봉사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작은 생각의 변화가 봉사가 끝나고도 각자의 삶에서 타인에게 조그마한 나눔이 돼 전해지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박만기씨, 2016년 라오스 파견)

대학들의 봉사 활동은 국가적·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학생들이 봉사 활동을 통해 봉사 정신을 갖추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 정신에는 소통, 협력, 나눔, 배려, 희생 등의 가치가 모두 포함된다. 봉사 정신을 갖춘 인재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욱 건전하게 발전한다. 

기업의 인재상도 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 2013년에는 ‘도전정신’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주인의식’ ‘전문성’ ‘창의성’ ‘원칙·신뢰’ ‘열정’ ‘소통·협력’ 순이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소통·협력’이 1순위(63개사)에 올랐다. ‘전문성’(56개사) 2위, ‘원칙·신뢰’(49개사) 3위, ‘도전정신’(48개사) 4위, ‘주인의식’(44개사) 5위였다. 소통과 협력은 봉사 정신의 핵심이다. 즉 대학들의 봉사 활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많은 기업들이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조직 역량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성과가 아직 미흡하다”면서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들은 봉사 정신 함양을 위해 봉사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상명대는 ‘자기설계학기(학점)제’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국내외 봉사 활동 등을 수행한다. 숭실대 학생들은 ‘7+1프로그램’에 따라 한 학기 동안 해외 봉사 등에 참여한다. 또한 전북대는 교양 과목에 사회 봉사 과목을 도입했다. 전북대 학생들은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나눔과 배려 등을 익힌다.

이처럼 대학들은 봉사 활동과 봉사 교육을 통해 국내외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 정신을 갖춘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착실히 실현하고 있는 것. 이는 곧 국가 발전과 국가 이미지 향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들이 봉사 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요구된다.

장재윤 사무국장은 “대학생 시기에 봉사 활동을 접하고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내재화시킬 수 있다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대학생들이 봉사정신을 갖춰 사회에 진출하면 사회가 건강해지고 사회적 자산이 된다. 대학생 봉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