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LS산전 전력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영국 LS산전 전력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영국 LS산전 전력연구소 책임연구원

2018년 10월 부산에서 제82회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총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스마트시티(Smart Cities and Sustainable Societies)’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IEC는 전기전자 기술의 국제표준과 인증시험에 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자전기제품의 대부분이 IEC 표준을 따라 설계·개발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총회의 특징을 들여다보면 각국의 표준, 인증관련 전문가들이 전기, 전자 기술분야의 제품, 기술 규격에 대한 내용을 총회기간 제시하고 논의하는데, 특히 인증에 관련된 항목들은 보다 구체적인 수치들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저압전기차단기는 IEC 60947-2라는 규격을 따르는데, 여기에서는 차단기가 확보해야 할 주요 3가지 요소인 사고전류차단·절연유지·온도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값이 제시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들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IEC 총회의 구성 형태를 알 필요성이 있다. IEC는 크게 총회와 이사회 집행위원회로 구성돼 있고, 이 중 집행위원회에서 표준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진다. 특히 집행위원회 내에는 각 기술, 제품별로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주요한 규격기준들이 결정된다. 이러한 기술위원회는 대부분은 관련제품 개발관련 엔지니어들이나 관련 규격시험소의 시험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여기서 시사할 점은 참여구성원들이 경험하고 확인한 수치를 바탕으로 이를 표준에 적극 반영한다는 점이다. 즉 개발, 시험을 통해 확보된 경험값들 중, 위원 다수가 협의하고 인정하는 수치가 규격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기술, 제품 요소에 대한 다양한 경험치가 규격에 의해 결정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명시된 국제규격 수치에 대한 능동적 대응보다는 단순히 적정 범위에 제품 성능을 맞추기 위한 수동적인 태도에 그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준에서 글로벌 제조업 강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격 관련 정보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특히 관련 인력풀(pool) 을 제공하는 대학에서는 표준규격에 대한 다양한 이해도와 경험치를 올려주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제품개발자, 시험소 관계자들을 초청해, 표준 규격치 선정의 이면이나 물리적 이론, 시험 제품의 주요 수치결정 요소시험들에 관련된 노하우에 대한 고급강좌들을 기획, 선정하고, 나아가 관련 시험소, 연구소들과의 연계 인턴십 과목 등을 개설하는 것을 제안한다.

강좌나 실습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다수의 제품개발에 저렴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규격시험들을 진행할 수 있는 국제 공인시험소를 다수 설립하고, 국제수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들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전기관련 공인시험소는 이미 중국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규격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다각적으로 구축했고, 관련 시험 서비스도 고객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보다 놀라운 것은 시험설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대부분의 인력이 20~30대로 구성돼 관련 노하우를 보다 빨리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다양한 제품군의 시험을 접근성이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광역권별 공인규격시험소 설립을 장려하고, 관련 청년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국제 시험 실시와 시험소를 장기적으로 관리, 성장시키는 Sequence가 안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1세기 제조업은 디테일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제품의 일반 성능이 상호 고도화돼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서 극한성능환경을 기준으로 정립된 제품규격확보는 보다 고차원적인 제품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관련된 국내, 국제규격의 능동적인 대응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속적인 투자가 산·학·연에서 다양하게 이뤄질 때, 대한민국이 제조업강국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