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교육계 지적 불구, 4년 전과 큰 차이 없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주체, '신분 불안하고 전문성도 못 키워'
고등교육법 개정 필요…사정관 신분‧업무 등 재정립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정관들 신분 안정화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우려섞인 목소리가 제시된다. 대학과 교육부 모두 여력이 없는 상황. 사정관들의 신분과 업무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학사정관협의회를 중심으로 전문자격화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진=건국대 제공)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정관들 신분 안정화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우려섞인 목소리가 제시된다. 대학과 교육부 모두 여력이 없는 상황. 사정관들의 신분과 업무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학사정관협의회를 중심으로 전문자격화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진=건국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권 교체 이후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고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신분 안정화를 위해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문제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외형상 처우 개선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약직과 다를 바 없는 무기계약직만 늘어나고, 정규직 비율도 4년 전과 엇비슷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주체인 사정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안한 신분에 놓여 있고, 전문성을 신장하지 못한 채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리 만무하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명확하지 못한 신분 문제로 인해 입학 전문가가 아닌 행정 전문가들만 양성했다는 비판도 유효하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정관을 운영하는 대학,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교육부 모두 여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회장 김정현)를 중심으로 사정관 직렬‧직제 개편, 전문직군 독립, 공인자격화 등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사정관의 신분과 업무를 명확히 재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관 신분안정화 ‘여전히 요원’…정규직 비율 ‘제자리걸음’ = 입학사정관 신분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권 26개 대학의 정규직 사정관 비율은 24%에 그쳤다. 4명 중 1명을 밑도는 인원들만 정규직인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래도 정규직 여건은 말 그대로 ‘제자리걸음’이다.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인 유은혜 의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던 201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두 자료에 모두 이름을 올린 22개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정규직 비율은 2014년 20.2%와 2018년 22.8%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무기직 비율도 ‘그닥’…계약직에 더 가까워 = 정부는 사정관 신분문제에 한해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2015년 정규직 비율이 낮다는 지적에 “무기계약직 사정관은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다. 신분 안정성 면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비율도 ‘개선’을 논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동일 기준 무기계약직 사정관 비율은 34.2%에서 39.7%로 차이가 크지 않다. 

고용안정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같이 분류돼야 하는지부터 회의적이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이하 입학사정관협의회)의 공식 입장은 “외형상 처우 개선이지만, 실제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현장 반응도 결이 다르지 않다. 국립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사정관 대다수를 채운 서울대조차도 정규직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건강검진과 교직원아파트 입사신청 등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울대는 형편이 나은 편. 대부분의 사립대에서 정규직-무기계약직의 처우는 극명히 나뉜다. 급여체계부터 다르고 복지 혜택 등에서도 차등이 크다. 이 때문에 무기계약직이 되더라도 정규직으로 이동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무기계약직은 정년 보장만 되는 것일 뿐 계약직에 더 가깝다.

■사정관 신분안정화 왜?…평가 전문성 단초 =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사정관 신분안정성 문제는 지난 4년간 제대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여전히 사정관 10명 중 4명은 2년마다 다른 대학을 찾아야 하는 ‘메뚜기’ 신세다. 

사정관들의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 먼저 평가 전문성 문제가 거론된다. 2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들은 당장 본인의 신분 문제가 최우선이기에 전문성을 기르기 쉽지 않다. 계약 종료 막판에는 옮길 곳을 찾는 일이 급선무가 된다. 불안정한 고용 여건에서 책임감과 안정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사정관 본연의 업무인 평가가 흔들리면 논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어진다. 2022학년 대입개편안에서 대입전형의 비율을 정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뜨겁게 일어났지만, 학생부 기재 분량과 방법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평가주체인 사정관을 주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껏해야 국감 등을 통해 평가일수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1인당 평가인원을 지적하는 사례가 나왔을 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물망에 오르지 않았을 뿐 불안한 사정관들의 신분 문제는 언제든지 불붙을 수 있는 주제다.

신분 안정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첫 발걸음이다.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 역량 관리 등은 신분이 안정된 후에나 논의될 수 있다. 

■대학‧교육부 모두 ‘여력 없어’ = 신분 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대 축은 대학과 교육부다. 대학은 현재 사정관들을 고용하는 직접 당사자이며,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사정관 채용‧운영에 대한 경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정규직 사정관 비율을 늘리는 데 난색을 표한다. 현 체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정 문제로 전체 사정관 수를 줄인 대학들도 있는 판국에 정규직 사정관 채용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대학들이 정규직 등의 비율을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다. 현재 대학들은 사정관 인건비 대부분을 교육부가 시행하는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충당한다.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정규직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사업이 없어지면 해당 인원들의 인건비는 전부 교비로 지급해야 해 대학에 부담으로 남게 된다. 입학사정관협의회도 “일부 대학은 국고사업 중단 시 급여재원이 불분명하다”며 “소속 대학에서 입학업무를 담당하지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사업비를 크게 늘리는 것이 해법일까. 이 역시 답이 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처럼 전형을 평가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구조하에서 전체 액수가 늘어나면 지원대학 수도 늘어나는 결과가 되기 쉽다. 개별대학의 사정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교부금처럼 재정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안정적 재원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대학들은 환영하겠지만,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허용되지 않는 방법이다.

사회적 여건도 좋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정규직을 늘리는 데 있어 걸림돌이다. 또 다른 사립대 입학팀장은 “학령인구 감소도 문제다. 지원자는 계속 줄어들 것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의 사정관 규모를 다소 줄일 수밖에 없다. 정규직의 경우 이러한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쉽사리 늘리지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직렬‧직제 체계도 문제다. 대다수 대학은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교직원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입학사정관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입학사정관 업무를 맡은 교직원’에 불과하다. 본인이 입학사정 업무를 거부하고 통상의 직원 업무를 보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 몇몇 대학에는 이러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해당 사례를 본 대학들은 정규직 채용에 있어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기여대학사업 평가기준 가운데 사정관 신분안정화 배점을 높여 대학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대학들의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배점만 높이는 것은 ‘꼼수’를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이미 일부 대학은 교직원이 사정관을 맡는 전환사정관으로 분류해야 할 인원들 가운데 일부를 채용사정관으로 넣어 신분 문제를 개선한 것처럼 ‘눈속임’ 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관협의회 중심 ‘대안 모색’…직렬‧직제 개편, 공인자격화 등 = 문제 해결을 위해 입학사정관협의회는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다. 올해 3월 협회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확보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외적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입학사정관 신분 보장을 위한 전문 직렬‧직제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련 방안을 정리해 국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지적한 내용은 고등교육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을 둘 수 있다’는 단순한 규정만으로는 신분 보장에 대한 당위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므로 ‘반드시 둔다’ 등으로 변경하고 교직원의 신분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직원 분류에 행정직 교수 조교 외 전문직렬인 입학사정관을 추가하고, 학생 선발 업무 등으로 임무도 명확하게 정하자는 얘기다. 지금처럼 교직원 사회의 일부로 여겨져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발로에서였다.

김정현 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현 경상대 입학정책실 팀장)은 "입학사정관의 업무는 일반행정보다 학생선발에 필요한 교육 연구 평가 등에 대한 전문적 성격이 강하다"며 "하지만 법부터 명확하지 않다 보니 사정관들이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업무성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사정관 전문성 향상 등 후속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분을 명확히 해야 독립성 있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선 올해 2월에는 기여대학사업의 일환으로 공주대·충남대·한남대가 모여 ‘입학사정관의 역할기대와 질적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단국대 사정관 등을 지낸 조동헌 교육부 중앙연수원 교수와 전 입학사정관협 회장인 김겸훈 한남대 사정관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했다.

당시 보고서는 직렬‧직제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사정관 자격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가주도 또는 대교협이나 중앙교육연수원 등이 주도해 사정관이란 직종을 공인자격화하면 상당 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능력 검증을 이유로 계약직을 주로 채용하는 행태도 개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관 전문 자격화는 신분 안정 효과에 더해 전문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동헌 교수는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이 사정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2년 이내의 경력자들로 자리를 채우고, 시간이 되면 교체하는 방식으로 온전히 평가체계가 유지될 리 없다. 자격화를 통해 진입 단계에서부터 질을 관리하고, 현직 사정관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입학사정관협의회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주요현안에 대해 제도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김정현 회장은 “전문 자격화를 비롯한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통 운영 연구 등을 현재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를 내년 1월말 전국 대학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사례발표 워크숍을 통해 발표하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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