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와 친인척이 비정규직(기간제)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비정규직(기간제)은 정규직보다 입사가 수월하다.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와 친인척은 ‘비정규직(기간제) 입사 → 정규직 전환’이라는 특급열차를 탔다. 어찌 보면 무임승차다. 공공기간 임직원 자녀와 친인척이 아니라면 꿈도 꾸지 못한다.

서울교통공사 사태는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에 발생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기치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고용세습이 버젓이 일어났다.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가에도 공공기관 고용세습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무슨 자격으로 대학생들의 가슴에 못을 박나.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8.8%, 청년 실업자는 37만8000명이다. 앞으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예비 청년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다.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 창출을 외쳐도 사실 일자리 창출은 녹록지 않다. 일자리 파이는 한정되고 대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공정한 룰이다. 따라서 공정한 룰을 지켜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대학생들이 상처 입고 있다. 어찌 보면 믿었던 정부에 배신을 당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노동담합 비리 공정성이 무너졌다” “정치적·사회적 적폐를 청산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던 포부를 밝히던 주체도 결국 적폐세력이었다” “청년들의 열린 경쟁 닫아버리고 희망의 사다리 걷어차 버리는 일자리 농단” 등 대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일침을 날렸다.

이미 대학생들은 정유라 입시·학사 특혜로 상처를 입었다. 정유라는 모친 최순실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 재학 시절 수업에 나오지 않았어도 학점을 받았다. 당시 정유라는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고 말했다. 그래, 이번에도 그렇게 말해볼까? “너희 부모가 공공기관 임직원이 아님을 원망하라”고.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 책임자는 모두 엄벌에 처하고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 고용세습 특혜자의 입사는 과감히 취소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상처받은 대학생들을 위로하기 부족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적폐가 여전하다. 대학생들은 지금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휴일도, 방학도 잊은 채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일반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고용세습 파문이 발생했다.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신(공공기관 임직원)의 자녀와 친인척들이 고용을 세습하니 신의 직장이라 불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교수들은 제자들의 학업과 취업을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뛴다. 총장들은 시험 시즌마다 간식을 나눠주며 학생들을 격려한다. 대학가는 학생, 교수, 총장 모두 신분과 경제적 여건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미래를 준비한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은 분명 대학가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다. 다시 한 번 주문한다. 책임자를 엄벌하고, 고용세습 특혜자의 입사를 취소하라.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그래야 대학생들이 미래를 향해, 꿈을 향해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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