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무효"

법원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으로 인해 서울대 학생들이 받은 징계를 ‘무효’로 판단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법원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으로 인해 서울대 학생들이 받은 징계를 ‘무효’로 판단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법원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으로 인해 서울대 학생들이 받은 징계를 ‘무효’로 판단했다. 항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볼 때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잡음이 봉합 추이로 완연히 접어든 모양새다.

서울대 부당징계 철회·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투쟁위원회(이하 징투위)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재판장 임정엽)가 “서울대 시흥캠 반대 투쟁에 참여한 12명의 학생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이 징계를 무효로 판단한 주된 원인은 ‘절차 위반’이다. 법원은 “징계처분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서면심사만으로 결정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징계위원회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고, 의견도 진술하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원고들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었다. 징계위원들은 원고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불참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중한 징계처분을 의결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학생들은) 진술권포기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권리 포기 의사를 표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징계를 무효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당초 소송 제기 시 함께 제기된 △비례원칙 위배 △소송요건 불비 등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징계처분을 이미 대학이 해제해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징계처분에 의해 학생들의 법률상 지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배척했다. 비례원칙을 어긴 것은 절차상 하자로 인해 이미 무효이므로 살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번에 무효 판정을 받은 징계처분은 지난해 7월 내려진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재작년 10월부터 작년 3월까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시위에 들어갔다. 시흥캠퍼스가 부동산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대학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잠시 소강 상태로 돌아선 때도 있었지만, 작년 5월부터 본관 점거를 재개해 모두 288일간 농성을 벌였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점거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 12명에게 무기정학 등을 비롯한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지난해 8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함께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한 달 후인 9월 인용됐다. 서울대는 가처분 인용 이후인 지난해 12월 학생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모두 해제한 상태다.

이번 판결로 학생들은 471일 만에 징계처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징계를 받았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에 맞서 싸운 학생들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잘못된 정책을 일단 강행하고 그에 맞서는 학생들의 저항엔 징계라는 수단으로 억누르려는 부당한 시도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항소 여부에 대해 서울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징계처분을 해제하고 1심 처분도 나온 상황에서 항소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학생들도 “전임 성낙인 총장이 ‘학생을 소송으로 내몰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당국은 항소를 포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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