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 이제는 갈 길을 고민할 때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 이제는 갈 길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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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기본 핵심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전공교육과 교양교육 사이에서 비중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등은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거기에 지난 9월 강사법 개정안으로 대학들이 오는 1월 시행에 대비해 졸업학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어 교양교육에 얼마나 시수를 할애할 수 있을지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이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 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황과 과제
② 전문대학 교양교육 확대의 필요성
③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방향
④ NCS와 전문대학 교양교육
⑤ 해외사례로 본 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
⑥ 교양교육 질 제고를 위한 방안
⑦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지난 3월 16일 실시한 2018년도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 설명회 모습. (사진 = 한국교양기초교육원)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지난 3월 16일 실시한 2018년도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 설명회 모습. (사진 = 한국교양기초교육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양교육 혁신의 필요성은 시대와 산업의 요구다. 시대의 변화로 교양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결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4차 산업혁명은 삶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사람은 마주보지 않고도 SNS를 통해 소통하며, 인터넷에 담긴 개인의 삶은 정보가 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즉 기술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진보한 상태에서, 이제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개인과 세계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를 고민하는 데서 새로운 먹거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과거 교양교육이 시민의식, 기본 소양, 인격 함양을 위해 이뤄졌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양교육은 의사소통 능력, 창의성, 지적 응용력, 비판적 사고와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나 직업 및 직무의 변화가 급격한 상황에서, 어떤 직업과 직무에도 적용될 수 있는 핵심 역량은 직업교육 영역에서도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 됐다. 직업의 형태와 기술, 산업 동향 등의 변화가 잦은 시기에 필요한 교육은 특정 기술 및 학문에 국한된 교육이 아닌 어떤 직업에서도 필요하며 다양한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사고력, 공동체 의식, 인성 등의 기본 소양이고 다양한 학문을 연결할 수 있는 융합 역량이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이 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문대학에서 이뤄져 온 교양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성실하게 응해왔다고 보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전문대학 중 교양전담기구가 설치된 대학은 거의 없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이 2013년 신입생을 모집한 전문대학 139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15개 전문대학만이 교양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전문대학 내의 교양전담기구 운영 현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실정이다. 도리어 재정 악화로 그나마 교양과를 운영해왔던 대학들 중에서도 이를 폐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고민해볼 문제는 더 있다. 전문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지금까지 NCS 기반 교육과정과 직업기초능력을 위주로 진행돼왔다. 사실상 전문대학에서 교양교육이란 직업기초능력과 동일시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부터 전문대학 역시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직업기초능력의 틀을 벗어나 전인적 교육의 성격으로 교양교육이 이뤄져야 된다는 의견과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서는 NCS 기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직업기초능력과 더불어 각 대학의 개성에 맞게 재편한 교양교과를 운영하면 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전문대학 내부에서 교양교육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대학 평가에서 NCS 기반 교육과정을 교양교육에 포함시키면서, 전문대학들이 NCS 기반 교육과정이나 직업기초능력에 기대어 교양교과를 운영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전문대학에서는 나름의 교양교육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대학의 특성과 직업기초능력, 융합 교과 등으로 교양과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각 대학 구성원의 역량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문대학 전체가 고등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을 함께 논의한 결과는 아니다. 개인의 역량에 기댄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러한 방법으로는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한편 NCS 기반 교육과정도 현재 가이드라인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전문대학 교양교육은 어떤 이유에서든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NCS와 교양교육의 문제는 결국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로 귀결된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일반대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전문대학을 평가할 때 NCS 기반 교육과정을 지표로 활용하면서 전문대학들이 NCS 기반 교육과정을 무조건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질을 꾸준히 높여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지난 9월 강사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교양교육의 입지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강사법 개정안에 따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예산 지출 확대가 예상되면서 졸업학점 축소를 검토하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전문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은 보다 확대되고 있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교양교육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교육부의 주문으로 전문대학 대상의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올 초 기획위원을 중심으로 전문대학 교양교육 컨설팅의 방향을 논의한 교양기초교육원은 각 전문대학의 신청을 받아 10월부터 11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한 교양교육 컨설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교양교육의 나아갈 길을 그려왔던 교양기초교육원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자,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이나 전공 수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컨설팅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고 있다. 물론 교양기초교육원은 전문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교양교육 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양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전문대학 내부에서의 통일된 의견이 전달돼야 일관성 있는 컨설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대학 전체의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전문대학 전체가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고등직업교육 수준에서 교양교육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이 시대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한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도 연구해봐야 한다. 이때 세계의 직업교육 과정에서 교양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산업의 변화가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곳인 전문대학은 산업의 요구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교육기관이다. 이제는 전문대학이 그 요구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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