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안동과학대학교 교수

이해선 교수
이해선 교수

직업교육훈련은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각 개인이 유연하게 적응하고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자, 사회통합의 기반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과 직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모든 국민은 전생애적 평생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한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위해서 직업교육훈련의 통합이 요구되고 있으며,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의 협력과 기능적 분업을 통한 평생직업교육훈련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은 별개의 개념으로 간주돼 온 것이 현실이다. 직업교육 따로, 직업훈련 따로 였다고 볼 수 있다. 직업훈련은 숙련된 기능습득이나 단순 기술 위주의 저급한 것으로 간주해왔고, 직업교육은 고차적인, 정신적인 것을 포함하는 상위의 활동으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사회변화와 기술진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두 가지 용어의 구분이나 차별은 산업사회의 관점에 머물러있는 낡은 관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19세기나 20세기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50여 년 전에 앨빈 토플러와 피터 드러커가 예견한 3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미래충격을 지나왔고,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직업훈련도 단순 기능과 기술의 숙련 수준을 넘어서서 전문지식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과 훈련의 경계나 구분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제도적으로, 행정적으로, 그리고 관념적으로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4차 산업혁명과 고령사회에서는 평생직업교육훈련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직무수행능력을 습득, 향상시켜나가야 한다. 교육과 훈련의 구분을 뛰어넘는 통합적 평생교육훈련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공식적이고 핵심적인 기관인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의 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전국에 전문대학은 136개가 있다. 공학계열, 간호보건계열, 자연계열, 인문사회,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130여 전문대학에서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고, 약 15만 명의 학습자가 평생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2014년부터는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으로서 ‘평생직업교육대학’을 육성했고, 성인학습자를 위한 단기 직업교육훈련의 운영 노하우를 축적했고, 이를 확산하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전국에 34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고, 기계·금형·설비 등 국가기간전략산업과 뿌리산업 분야에 특화된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단기 비학위과정과 실업자, 재직자, 경력단절여성 등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에 특화된 인력과 장비,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두 기관간의 연계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우수 시설, 장비, 교수진의 역량을 전략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지역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전 산업분야에 걸쳐 직업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 가능할 것이다.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간의 협업을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훈련에 대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136개 전문대학과 34개 폴리텍 캠퍼스는 우리나라의 전역에 산재해 있다. 지역, 도시, 또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클러스터화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평생직업교육훈련 거점센터는 지역적 묶음에 따라서, 선도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단위의 중심기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거점센터는 전문대학, 폴리텍, 지자체, 산업체, 훈련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지역사회 직업교육훈련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단위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거점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지역의 산업특성, 인구통계학적 특성 등에 적합한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기반이 튼튼한 지역은 고용과 산업이 연계된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한 반면, 산업기반이 약하고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지역은 고용과 복지가 연계된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직업교육훈련을 통합적으로 기획, 분배, 관리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엇박자를 들 수 있다. 중앙정부는 청년실업자, 재직은퇴자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직업교육, 후진학 등에 중점을 둘 것을 기대하지만, 정작 지자체는 운영이 용이한 문화·예술·인문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는 평생교육 참여자의 학력이나 계층 간 격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소멸위험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계속교육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은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 고학력자 중심의 인문,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저소득, 저학력자와 같은 위험직군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직업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변화에 따른 평생학습 요구에 부응하는 직업교육훈련 환경을 지역 단위로 구축함으로써 교육수요자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지역 사회·산업에 맞는 특화교육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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