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중 약대 없는 전북대‧제주대 우선 거론
약대 신설 시 연구 중심 약사 인력 배출 기대감 높아

약대 신설을 추진해 온 전북대는 약대 설립이 이뤄질 경우 신약개발, 의약품산업, 생명과학 연구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예상하고 있다.[사진=전북대 제공]
약대 신설을 추진해 온 전북대는 약대 설립이 이뤄질 경우 신약개발, 의약품산업, 생명과학 연구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예상하고 있다.[사진=전북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최근 정부가 2020학년도부터 국내 약대 정원을 60명으로 증원하겠다는 조정계획을 밝히면서 늘어난 정원을 어느 대학에서 흡수할지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약대 유치에 공을 들여왔던 전북대, 제주대 등이 물망에 오르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말 교육부에 2020년 보건의료분야 정원 배정 중 약사 60명 증원 요청을 제출한 상태다. 이후 ‘약학대학 정원 배정 계획’이 각 대학에 발송되면 12월말까지 계획서를 접수, 내년 1월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약대 계약학과 지원자 0명… “약대 신설로 전환돼야” = 약대 정원 확대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대 계약학과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올해 약학대학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전국 14개 대학에서 지원자 수를 조사했다. 여기에 따르면 14개교에서 운영하는 약대 계약학과 정원은 총 77명이다. 지원자 수는 △2015년 5명 △2016년 1명 △2017년 4명이었으며 올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자 신약개발과 보건의료 현장에 필요한 약사 수급을 위해서는 효과가 미미한 계약학과에 대한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약대 계약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1년 제정됐다. 약학 관련 기업이 약대가 있는 대학과 계약학과 설치 협약을 체결하고 해당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약대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비용 일체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원자(직원)의 경우 기업의 4년 지원을 받아 약사가 되면 해당 기업에 반드시 3~5년 의무 근무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직 등 진로 개발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계약학과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유 의원은 약대 계약학과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77명의 정원을 약대가 없는 대학에 배정해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자료를 보면 2020년까지 약사 인력 7000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건의료 현장에 필요한 약사 양성을 위한 방안 검토가 시급하다”며 “현재 수년 째 지원자조차 없는 약대 계약학과의 정원을 약학대학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에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북대의 경우 약사 인력만을 배출하는 약대와 달리 천연 농산물 기반형 신약개발 분야를 선점할 연구 중심의 약대 유치를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도 충분하다.[사진=전북대 제공]
전북대의 경우 약사 인력만을 배출하는 약대와 달리 천연 농산물 기반형 신약개발 분야를 선점할 연구 중심의 약대 유치를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도 충분하다.[사진=전북대 제공]

■ 전북대‧제주대, 약대 유치 기대감 내비쳐 = 약대 정원 증원 여부는 보건복지부가 결정한다. 교육부는 정원 배정방식을 결정한다. 배정방식은 신설 약대에 배정하는 것과 기존 약대에 추가 배정하는 것 등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전국 약대 수는 35개. 사실상 일부 약대에만 정원을 추가 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신설 약대에 정원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전북대와 제주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가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북대와 제주대는 전국 거점 국립대 가운데 의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약학대가 없는 대학 중 하나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북대의 경우에는 약사 인력만을 배출하는 약대와 달리 천연 농산물 기반형 신약개발 분야를 선점할 연구 중심의 약대 유치를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도 충분하다. 또 전국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기반으로 의학과 치의학, 수의학, 자연과학, 농생명, 고분자·나노, 화학공학 등 신약개발을 위한 학제 간 협력 기반도 잘 갖춰져 있어 약대 유치를 통해 연구 중심의 약사 인력 배출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한정 전북대 약학대학유치추진단 부단장은 “우리 대학은 지역 중심 대학이면서 연구약사, 산업약사, R&D중심 약사 등 우수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며 “약대 신설을 통해 신약개발, 의약품산업, 생명과학 연구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대 역시 약대 유치를 계기로 의대‧약대 연계 및 신약개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허향진 전 총장 재임 당시에도 약대 설립 추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양덕순 제주대 기획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약대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주도는 한라산과 같은 천연약용식물의 보고를 지닌 곳으로, 생물자원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말한 바 있다. 

■ 약사회‧약교협, 약대 정원 증원 강력 반발 = 하지만 약사사회의 반발이 만만찮다. 대한약사회(약사회)와 한국약학교육협의회(약교협)는 보건복지부가 약학대학 입학정원을 60명 증원 신청한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약교협은 지난 5일 “약사 60명 증원은 약대 교육현장에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마치 정원 30명의 2개 대학의 신설을 미리 염두에 둔 것과 같은 정책 발표는 약대 교육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지난 2011년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도 전북대·제주대 등 약학대학 신설에 대해 약사인력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교육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등 보건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대체 및 감소 등을 종합할 때 중장기적으로 약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2030년 약사 공급인력은 최대 4680명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이 반대하는 이유다.   

이렇듯 약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약사회 갈등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는 한편 약대 정원 증원이 약대 신설 경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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